제목 | 부도덕에 대한 질책은 교회의 의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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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3-06-06 | 조회수2,251 | 추천수30 | 반대(0) 신고 |
6월 7일 부활 제7주간 토요일-요한 21장 20-25절
"내가 돌아올 때까지 그가 살아 있기를 내가 바란다고 한들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너는 나를 따라라."
<부도덕에 대한 질책은 교회의 의무>
오늘 복음에서 한 제자가 예수님께 배반자 유다의 최후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 묻습니다.
"주님, 참으로 안된 일입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다더니, 그 자식이 어떻게 감히 스승님을 배반할 생각을 했는지? 그러기에 주님, 제가 몇 번이나 느낌이 안 좋다고 말씀드렸지 않았습니까? 다른 방도가 없겠지요? 유다의 최후는 죽음뿐이겠지요?"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런 일까지 신경 쓰지 말고 네 할 일이나 잘 하거라. 보거라. 네 코가 석자다. 너나 배신 때리지 말고 확실하게 나를 따라 오거라."
때로 우리는 오늘 복음의 제자처럼 제 코가 석자이면서도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자신의 영적인 상태는 엉망이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영적인 상태를 심각하게 고민합니다.
그런가 하면 주변을 너무나 많이 의식하면서 살아가기도 하지요. 주변의 상황, 분위기, 사건들 안에서 너무 지나치게 이해득실을 따지는가 하면, 죽어도 손해보지 않는 삶을 살려고 기를 씁니다.
그러다 보니 자기 희생이나 헌신, 투신과는 전혀 거리가 먼 삶을 살아가지요. 극단적인 이기주의에 빠져 바로 옆의 사람이 불의하게 죽어가고 있는데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습니다.
이런 극단적 이기주의가 보편화되는 이 시대, 너무나도 그리운 얼굴, 이름만 떠올려도 가슴이 비장해지는 분이 계십니다. 원주교구 교구장을 역임하셨던 지학순 다니엘 주교님이십니다.
암울했던 군사독재 시절, 양심이, 인권이 무참하게 짓밟히던 시절, 용감하게도 지주교님은 유신독재의 타파의 전면에 나서십니다.
독재자와 그 일당들에게 눈에 가시 같은 존재였던 지주교님은 1974년 7월 6일 해외여행에서 돌아오시던 길, 김포공항에서 중앙정보부 요원들에 의해 체포되셨지요.
이에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는 7월 10일 "정의의 실천은 주교들의 의무"라는 성명을 내고 지주교님을 지지했습니다.
그런 주교회의의 노력에 힘입어 지주교님은 다음날 석방되어 수녀원에 연금 됐으나, 7월 23일, "유신헌법은 무효"라는 양심선언을 기자들 앞에서 발표하여 또 다시 체포되셨습니다. 그리고 1974년 8월 9일 징역 15년을 선고받으셨지요.
지주교님의 민주화를 위한 강한 신념과 투신, 고독한 외침은 한국 천주교회가 민주화와 사회정의구현에 앞장서는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한국천주교회의 민주화를 위한 투쟁과 사회투신은 당시 국민들에게 가톨릭의 이미지를 쇄신시키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많은 사람들에 가툴릭에로 귀의하게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지주교님! 그분은 진정 수난 받는 "주님의 종"의 상징이셨습니다. 그분은 오랜 세월 힘없는 우리 민중들이 지고 왔던 십자가를, 시대의 아픔을 홀로 묵묵히 지고 가신 또 다른 예수님이셨습니다.
1975년 2월 17일 구속집행정지로 서울구치소에서 출감하신 다음 날 명동성당에서 있었던 환영미사 중에 하셨던 지주교님의 말씀이 오늘 우리 교회 안에서 다시 한번 메아리쳐지길 기원합니다.
"부도덕에 대한 질책은 교회의 의무요 진리운동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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