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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의 향기 (성령강림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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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3-06-08 조회수1,715 추천수6 반대(0) 신고

◎ 2003년 6월 8일 (일) - 성령강림대축일

 

[오늘의 복음]  요한 20,19-23

<내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 주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성령을 받아라.>

 

19) 안식일 다음 날 저녁에 제자들은 유다인들이 무서워서 어떤 집에 모여 문을 모두 닫아걸고 있었다. 그런데 예수께서 들어 오셔서 그들 한가운데 서시며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하고 인사하였다. 20) 그러고 나서 당신의 손과 옆구리를 보여 주셨다. 제자들은 주님을 뵙고 너무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21) 예수께서 다시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내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 주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하고 말씀하셨다. 22) 이렇게 말씀하신 다음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숨을 내쉬시며 말씀을 계속하셨다. "성령을 받아라. 23) 누구의 죄든지 너희가 용서해 주면 그들의 죄는 용서받을 것이고 용서해 주지 않으면 용서받지 못한 채 남아 있을 것이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의 향기]

 

오늘은 성령강림대축일이다. 오늘로서 50일간의 부활시기가 그 막을 내린다. 우리는 부활시기 내내 요한복음을 묵상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이며, 그 핵심의 알맹이가 영원한 생명임을 깨달았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유다인들의 대축제인 과월절(뻬샤흐)을 부활절로, 오순절(샤부옷)을 성령강림절로 지낸다. 유다인들에게 과월절(파스카)은 이집트 종살이에서의 물리적 해방을 기념하는 것이라면, 부활절은 예수부활을 통하여 인류가 죽음으로부터 생명에로 해방되었음을 기념하는 것이다. 유다인들에게 오순절은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야훼의 율법을 받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선포한 것을 기념함으로써 율법을 통한 물리적 해방의 영적인 지속(持續)을 의미한다. 성령강림절은 성부와 성자께서 보내시는 협조자이시며 진리이신 성령을 통하여 예수님의 부활로 마련된 영원한 생명을 깨닫고, 선포하며, 실제로 살아감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성령강림절은 영원한 생명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으로서 성령을 통하여 이 땅 위에서 이미 영원한 생명을 위해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이제 오순절은 성령강림절이다. 성령강림은 부활의 완성이며 충만이다. 성령강림은 부활절의 열매로서, 예수님의 부활과 승천과 그리고 믿음의 공동체 안에 머무는 지속적 현존(現存)의 보증(保證)이다.

 

오늘 성령강림대축일 낮미사의 복음은 지난 부활 제2주일에 들었던 요한복음(20,19-31)의 첫 부분(20,19-23)이다. 이 대목의 시점은 예수께서 죽음으로부터 부활하셨던 그 다음 날이며(19절), 내용상으로는 부활하신 예수의 발현과 제자들의 부활체험(20절)과 맥락을 같이한다. 이 대목을 오늘 성령강림대축일의 복음으로 선택한 이유는 부활하신 예수께서 "성령을 주심"과 "파견"에 대하여 제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발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관복음서는 이 대목에서 "파견"에 관한 언급으로 일관한다. 마태오의 보도에 의하면 승천에 관한 언급 없이 부활하신 예수께서 (부활 얼마 후) 제자들에게 직접적인 "파견임무"를 수여한다.(마태 28,19-20) 마르코는 부활예수께서 (부활 얼마 후) 승천 직전에 제자들에게 직접적인 "파견임무"를 수여한 것으로 보도한다.(마르 16,15-16) 루가는 자기가 기록한 사도행전의 성령강림 사건(사도 2,1-11)을 염두에 두고, 부활하신 예수께서 부활 당일(當日) 승천 직전에 간접적인 "파견임무"를 수여하고, 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위에서 오는 능력"을 받을 때까지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기를 당부하는 말씀을 전하고 있다.(루가 24,47-49) 아무튼 요한복음은 예수부활사건과 성령수여사건과 이를 통한 제자들의 파견을 동시에 다루고 있다.

 

예수께서는 약속하신 대로(요한 14,16; 16,7) 아버지를 통하여 제자들에게 성령을 부어 주신다. 예수께서는 "내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 주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21절) 하고 말씀하신 후 제자들이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도록 그들에게 숨을 내쉬시며 "성령을 받아라"(22절)고 하시면서 성령을 부어주셨다. 이어서 예수께서는 "누구의 죄든지 너희가 용서해 주면 그들의 죄는 용서받을 것이고 용서해 주지 않으면 용서받지 못한 채 남아 있을 것이다"(23절) 하고 말씀하셨다. 왜 예수께서 성령을 받은 제자들에게 곧바로 이 말씀을 하셨을까? 이 말씀 안에는 성령을 받은 제자들의 죄와 용서에 대한 "자유처분권"이 엿보인다. 물론 죄에 대하여 "단죄(斷罪)"와 "용서(容恕)"를 선포할 수 있는 분은 성령뿐이다.(16,8-11) 그러나 예수께서는 성령의 활동을 제자들의 행동 안에서 보시는 것이다. 즉, 성령의 협조자로서의 활동과 진리로서의 활동을 제자들의 증거행동과 복음선포활동을 묶어 두시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성령을 통하여 제자들을 세상에 파견하신다. 세상은 누구인가? 세상은 바로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였고, 배척하였으며(1,10-11), 예수와 더불어 제자들을 미워하였고(17,14), 결국에는 예수를 죽였다. 그러나 예수님의 죽음은 그러한 세상을 위해 목숨을 바친 죽음이었다. 이제 제자들은 그 세상에로 파견된다. 따라서 제자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죄 많은 세상"을 "용서하는 일"이다. 용서 없이는 복음선포도 있을 수 없고, 구원도 없다는 것이다.◆

 

[성령강림은 예수님을 죽인 세상의 죄를 용서하는 사건입니다. 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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