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지리산 중턱에서
이전글 이전 글이 없습니다.
다음글 복음산책 (연중10주간 화요일)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3-06-10 조회수2,463 추천수37 반대(0) 신고

6월 10일 연중 제10주간 화요일-마태오 5장 13-16절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너희의 빛을 사람들 앞에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

 

 

<지리산 중턱에서>

 

언젠가 친구 신부님들과 지리산을 등반한 적이 있었습니다. 산밑에서 너무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늦게 산행을 시작했던 관계로 첫날밤 목적지로 잡았던 산장에 도착하니 이미 밤 8시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예기치 않았던 문제가 생겼지요. 산장에서 잠을 자려고 텐트를 챙겨오지 않았었는데, 산장 안은 이미 발 디딜 틈조차 없었습니다. 그런데다가 몇몇 취객들이 벌써 술에 취해 노래부르고, 난리였습니다.

 

일단 저녁을 먹고 다음 산장에 가서 자기로 합의를 보았지요. 늦은 저녁을 먹고 다음 산장으로 향하면서 시계를 보니 시간이 밤 10시 였습니다.

 

너무 어두워서 그랬는지 우리는 길을 잃고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준비해갔던 랜턴도 전지가 다 떨어지고, 저희는 완전히 사면초가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시 한번 시각을 확인해보니 새벽 2시였는데,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맨 땅위에 짐을 내려놓고 잠을 청했습니다. 길위에서 노숙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잠을 청한 지 10분 가량 지나면서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비록 8월이었지만 해발 1800미터나 되는 지점이었기에 온도는 거의 영하에 가까웠습니다. 거기다 밤이슬까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또 그날 몸이 안좋았던 신부님이 한분 계셨는데, 너무 체온을 빼앗겨서 이빨까지 딱딱 마주치며 와들와들 떨기 시작했습니다.

    

1시간 정도 지나자 문제는 더 심각해져서 이러다 얼어죽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닥불을 피웠지만 새 발의 피였습니다. 모닥불 옆에서 조금 눈 붙이다가 금방 또 추위를 느껴 깨어나고를 수십 번이나 반복했습니다.

 

당시 제 생각은 오직 한 가지 뿐이었지요. "제발 아침아! 빨리 와라!"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당시 저희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한줄기 빛이었습니다.

 

서너 시간 정도 그렇게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나서 눈을 뜨니 멀리 산밑에서부터 구름을 뚫고 빛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당시의 기쁨은 이 세상 그 어떤 언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 한줄기 빛은 밤새 추위로 고생했던 저희에게 구원과도 같았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 각자를 향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그런데 그 빛은 어떤 빛이겠습니까? 그저 평범한 빛이 아니라, 생명을 주는 구원의 빛이어야 하겠습니다.

    

예수님 당신의 삶 그 자체가 빛이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빛을 듬뿍 받은 우리에게도 당신으로부터 받은 빛을 세상을 향해 반사하라고 요청하고 계십니다.

 

복음서 안에 나타난 예수님의 삶을 보면 세상의 빛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잘 알 수 있습니다.

 

길을 가시다가 병자를 만나신 예수님은 어떻게 하셨습니까? 수십 년 동안 병고로 고생해온 환자들, 고통이 너무도 극심해서 그만 죽고 싶은 생각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예수님께서는 어떻게 하셨습니까?

 

조용히 기도나 좀 해주고 또는 고백성사나 예배만 집전하시고 돌려보내지 않으셨습니다.

 

상대방의 불행에 함께 눈물 흘리시고, 고통 중에 있는 당신 백성들을 정성껏 위로하시고, 손을 잡아주시고, 그리고 말끔히 고쳐주셨습니다.

    

보십시오! 예수님은 우리의 고통과 눈물을 외면하지 않으시는 분, 우리가 청할 때 구체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셔서 생명의 빛이 되어주시는 분이십니다.

    

이런 예수님의 삶을 따라사는 우리 역시 세상의 빛이 되어야겠습니다. 특히 우리보다 힘없고 불행한 사람들, 때로 우리를 괴롭히거나 힘들게 하는 사람들에게조차 예수님께서 그러하셨듯이 생명을 부여하는 한줄기 빛으로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예수님은 춥고 어두운 밤길을 걷는 우리에게 생명과도 같은 빛이십니다.

    

그런데 그 빛은 우리 안에 이미 와있습니다. 이제 그 빛은 우리를 밝혀주고 우리를 구원해 주실 것입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일은 예수님으로부터 부여받는 그 빛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일입니다. 우리의 친절과 용서, 격려와 위로를 통해서 말입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