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복음산책 (연중10주간 목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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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상대 | 작성일2003-06-12 | 조회수1,641 | 추천수9 | 반대(0) 신고 |
◎ 2003년 6월 12일 (목) - 연중 제10주간 목요일
[오늘의 복음] 마태 5,20-26 <자기 형제에게 성을 내는 사람은 누구나 재판을 받아야 한다.>
그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0) "너희가 율법학자들이나 바리사이파 사람들보다 더 옳게 살지 못한다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21) ’살인하지 마라. 살인하는 자는 누구든지 재판을 받아야 한다’ 하고 옛 사람들에게 하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22)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한다. 자기 형제에게 성을 내는 사람은 누구나 재판을 받아야 하며 자기 형제를 가리켜 바보라고 욕하는 사람은 중앙 법정에 넘겨질 것이다. 또 자기 형제더러 미친놈이라고 하는 사람은 불붙는 지옥에 던져질 것이다. 23) 그러므로 제단에 예물을 드리려 할 때에 너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형제가 생각나거든 24) 그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그를 찾아가 화해하고 나서 돌아와 예물을 드려라. 25) 누가 너를 고소하여 그와 함께 법정으로 갈 때에는 도중에서 얼른 화해하여라. 그렇지 않으면 고소하는 사람이 너를 재판관에게 넘기고 재판관은 형리에게 내주어 감옥에 가둘 것이다. 26) 분명히 말해 둔다. 네가 마지막 한 푼까지 다 갚기 전에는 결코 거기에서 풀려 나오지 못할 것이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마태오는 많은 부분 마르코복음을 모델로 삼아 예수어록과 자신의 특수사료를 첨가함으로써 4복음서 중 가장 풍부한 내용의 복음서를 저작하였다. 마태오는 자신의 조직적 사고를 바탕으로 예수님의 가르침과 행적을 비교적 주제별로 모아 일목요연하게 편집하였다. 주제별 예수님의 가르침은 ① 산상설교(5-7장), ② 파견설교(10장), ③ 비유설교(13장), ④ 공동체설교(18장), ⑤ 심판설교(24-25장)로 구성되며, 이적사화는 8-9장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어진다.
산상설교(5-7장)를 통하여 예수께서는 당신의 육화(肉化)로 말미암아 이 땅에 하느님 나라가 도래(到來)했음을 선포하시고, 하느님 나라에 요구되고 통용될 새로운 헌법(憲法)을 선포하신다. 모세의 율법이 이스라엘 백성의 헌법이라면(출애 19-24장), 예수님의 산상설교는 새로운 하느님 나라와 그 나라 안에서 살게 될 백성을 위한 헌법이다. 산상설교의 주된 내용은 두 가지로서, 하느님 나라의 도래와 그 나라가 요구하는 율법의 참된 정신이다. 전자(前者)의 내용으로는 진복선언(5,3-12)과 주님의 기도(6,9-13)를 손꼽을 수 있겠고, 후자(後者)의 내용은 그 나머지 부분에 속한다. 새로운 하느님 나라의 도래는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기에 하느님께서 성자를 통하여 이루어 주셨다. 그러나 그 나라 안에서 살게 될 백성의 자격은 백성 스스로가 취득해야 한다. 여기서 자격(資格)이란 상태(狀態)적 위치나 지위가 아니라 상황(狀況)적 행위를 말한다. 그 자격은 "선택받음"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행함"으로 얻는 것이다. 그것도 구약의 율법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율법학자들이나 바리사이파 사람들보다 "더 옳게" 삶으로써 얻게 되는 것이다.(20절)
마태오는 예수께서 제시하시는 "더 옳게" 사는 방법을 우선 6개의 대당명제(5,21-48)를 통하여 조직적으로 설명한다. 대당명제는 구약의 율법에 대한 예수님의 새로운 해석으로 피력된다. 예수님의 새로운 해석은 율법주의적 사고방식을 깨뜨리고 율법의 참된 정신을 밝히는 것이다. 이는 곧 법의 형식논리를 넘어 법의 정신을 추구하는 것이다. 6개의 대당명제는 ① 살인하지 말라 - 성내지도 말라(21-26절), ② 간음하지 말라 - 음란한 생각조차 품지 말라(27-30절), ③ 이혼장을 써 주어라 - 아내를 소박(疏薄)하지 말라(31-32절), ④ 거짓 맹세를 하지 말라 - 아예 맹세를 하지 말라(33-37절), ⑤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 앙갚음(보복)을 하지 말라(38-42절), ⑥ 이웃을 사랑하고 원수를 미워하라 - 원수까지도 사랑하라(43-48절)는 것이다.
구약의 율법은 살인을 금하고 있다. 살인자는 재판에 회부된다.(출애 20,13; 신명 5,17) 그러나 예수께서는 누구든지 형제에게 "성"(화)만 내어도 그를 재판에 부치신다. 뿐만 아니라 "바보"라는 욕하는 자는 중앙법정에, 나아가 "미친놈"이라고 욕하는 자에게 "지옥 불"을 선고하신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살인"과 "성냄"이 같은 처벌인 "재판"으로 다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며, 살인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살인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들에 점층적으로 더 무거운 처벌이 선고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써 예수님의 의도는 분명하다. 예수께서는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십계명의 제5계명을 심화하여 함께 살아가는 어떠한 형제나 자매에게도 분노하지 말 것을 가르치고 계신다. 이 가르침을 따라 산다는 것은 한 마디로 어렵다. 마태오는 자기 공동체에 분노와 욕설이 비일비재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따라서 하느님 앞에 나아가기 전에 즉각적인 화해를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화를 내다보면 쉽게 욕설이 튀어나오는 법이다. 욕설을 뱉는 자도 그렇겠지만 듣는 자의 기분은 더 나쁘다. 점잖은 욕설이나 기분 좋은 욕설은 없다. 화는 욕설을, 욕설은 주먹을, 주먹은 남의 생명을 상하게 한다. 살다보면 화낼 일도 많고, 화가 나면 거의 본성적으로 욕설이 튀어나온다. 그래서 화가 나면 침을 삼킨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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