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복음산책 (연중11주간 토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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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상대 | 작성일2003-06-21 | 조회수1,208 | 추천수9 | 반대(0) 신고 |
◎ 2003년 6월 21일 (토) - 연중 제11주간 토요일 ▣ 성 알로이시오 곤사가 수도자 기념일
[오늘의 복음] 마태 6,24-34 <내일 일은 걱정하지 마라.>
그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4)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는 없다. 한 편을 미워하고 다른 편을 사랑하거나 한 편을 사랑하거나 한 편을 존중하고 다른 편을 업신여기게 된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아울러 섬길 수 없다. 25) 그러므로 나는 분명히 말한다. 너희는 무엇을 먹고 마시며 살아갈까, 또 몸에는 무엇을 걸칠까 하고 걱정하지 마라. 목숨이 음식보다 소중하지 않느냐? 또 몸이 옷보다 소중하지 앉느냐? 26) 공중의 새들을 보아라. 그것들을 씨를 뿌리거나 거두거나 곳간에 모아들이지 않아도 하늘에 계신 너희의 아버지께서 먹여 주신다. 너희는 새보다 훨씬 귀하지 않느냐? 27) 너희 가운데 누가 걱정한다고 목숨을 한 시간인들 더 늘일 수 있겠느냐? 28) 또 너희는 어찌하여 옷 걱정을 하느냐? 들꽃이 어떻게 자라는지 살펴보아라. 그것들은 수고도 하지 않고 길쌈도 하지 않는다. 29) 그러나 온갖 영화를 누린 솔로몬도 이 꽃 한 송이만큼 화려하게 차려 입지 못하였다. 30) 너희는 어찌하여 그렇게도 믿음이 약하냐? 오늘 피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질 들꽃도 하느님께서 이처럼 입히시거든 하물며 너희야 얼마나 더 잘 입히시겠느냐? 31) 그러므로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또 무엇을 입을까 하고 걱정하지 마라. 32) 이런 것들은 모두 이방인들이 찾는 것이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것을 잘 알고 계신다. 33)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것을 구하여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 34) 그러므로 내일 일은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에 맡겨라. 하루의 괴로움은 그 날에 겪는 것만으로 족하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어제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재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말고 하늘에 쌓아 두라고 하셨다. 재물이 있는 곳에 마음도 함께 있으니, 하늘의 재물에 마음을 두라는 것이 예수님 가르침의 요지(要旨)였다. 하늘에 재물을 쌓는 방법은 재물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쓰는 것"임을 우리는 알았다. 쓴다는 것을 아무렇게나 쓰는 것으로 알아들으면 안 된다. 여기서 재물을 쓴다는 것은 베푼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물을 모으는 것은 재물을 섬기는 것이고, 재물을 쓴다는 것은 하느님을 섬기는 것이 된다. 선택은 자유다. 재물을 모으는 재미로 거기에 마음을 두고 살아감으로써 재물을 섬길 수도 있고, 있는 재물을 잘 사용함으로써 하느님을 섬길 수도 있다. 문제는 둘 다를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재물과 하느님을 적당히 조절하여 타협(妥協)과 화해(和解)로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예수님의 입장은 단호하다.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는 없으니, 재물과 하느님을 아울러 섬길 수는 없는 것이다.
작금(昨今)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라. 오늘 예수님의 말씀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하느님보다는 황금을 더 섬기고, 황금이 생(生)의 모든 것이라 생각하며 살아간다. 의식주(衣食住), 즉 먹는 것, 입는 것, 사는 것에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 황금으로 생명을 연장하고, 황금으로 자신의 머리카락 색깔을 희게도 하고 검게도 하며, 또는 다른 색으로 바꾸기도 하고, 황금으로 자신을 입히며, 황금으로 자신의 모습을 더 자신 있게 바꾸며, 황금으로 멀쩡한 집을 뜯어고쳐 사치스럽게 꾸민다. 결국 사람들은 황금으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사람들은 곧 재물을 섬기는 사람이며, 재물에 종속된 사람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예수님의 말씀은 단호하다. 재물과 하느님을 동시에 섬길 수 없다. 예수께서 단호하게 말씀하시는 이유는 재물도 하느님도 사람의 전부(全部)를 원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시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에 황금으로 안 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황금만능주의 때문에 황금으로 인한 걱정 또한 많다. 있어도 걱정이고, 없어도 걱정이다. 따라서 재물에 마음을 두고 이를 섬기며 사는 사람에게는 걱정이 끊일 날이 없다. 하느님을 섬기는 자에게도 걱정은 있다. 사도 바울로에 의하면 하느님을 섬기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을까"(1고린 7,32.34) 하고 걱정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걱정이 무슨 대단한 걱정이겠는가? 우리가 알아두어야 할 점이 있다. 재물은 사람을 노예로 만들지만 하느님은 당신을 섬기는 사람에게 자유를 주신다는 것이다. 이 자유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것"(33절)을 추구하는 자유로움이며, 동시에 신앙인의 기쁨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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