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반쪽 짜리 행복
이전글 좋은책 한 권  
다음글 복음산책 (남북통일 기원미사)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3-06-24 조회수2,671 추천수32 반대(0) 신고

6월 25일 수요일 남북 통일 기원 미사-마태오 18장 19-22절

 

"너희 중의 두 사람이 이 세상에서 마음을 모아 구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는 무슨 일이든 다 들어 주실 것이다. 단 두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반쪽 짜리 행복>

 

언젠가 수학 차 잠시 외국에 머물 때의 일입니다. 나이 먹을 대로 먹고 나서 공부한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요.

 

하루 온종일 꼬부랑 글씨들과 씨름하다보면 저녁 무렵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저녁 먹고 나서는 "이것도 공부의 하나임에 틀림없어!"하면서 하루도 빼먹지 않고 TV방에 들르곤 했습니다.

 

국적이 각기 다른 형제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녁 8시 뉴스, 그리고 영화 한편을 꼭 보고 잠자리에 들곤 했었지요.

 

그런데 한번은 뉴스와 영화 사이에 있는 광고시간에 한 형제가 "스테파노! 너희 나라 나온다!" 하고 소리 질러서 화면에 집중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북한 어린이 돕기 캠페인 광고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광고 담당자 생각에 보다 자극적인 화면을 보여주면 모금에 효과가 있으려니 생각했던가 봅니다. 화면에 등장하는 북한 어린이들의 몰골은 정말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아프리카 어린이 돕기 광고는 "저리 가라"였습니다.

 

누추한 탁아소의 황량한 방에 줄줄이 앉아 먹을 것을 기다리던 피골이 상접한 북한의 어린이들, 그들의 절망적인 눈망울이 크게 클로즈업되는 순간 저는 얼굴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

 

얼마나 창피스러웠던지 하느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왜 하필 우리만이 이렇게 갈라져서 서로 고통을 겪으며 살아가야만 하는가? 도대체 언제까지나 이렇게 분단상태에서 서로 가슴 조이며 살아가야만 하는가? 갑자기 막막해졌습니다.

 

너무도 오랜 분단 상태가 지속되어서 인지 "통일"이란 단어만 떠올리면 왠지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그리고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불가능할거야"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르는 것도 사실입니다. 또 "통일"하면 통일부나 현대건설, 군인들만 생각나지 우리가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떠오르지 않습니다.

 

통일은 우리 시대, 우리 민족에게 가장 중요한 화두여야만 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통일"은 매일의 간절한 염원을 담은 기도거리여야 합니다. 통일은 매일 가장 빈도 높은 인기 검색어여야 합니다.

 

남쪽의 우리가 아무리 행복하다 하더라도 분단 상태에서의 행복은 반쪽 짜리 행복일 뿐입니다. 남쪽의 우리가 아무리 초고속 성장을 거듭한다 하더라도 분단 상황에서의 성장은 반쪽 성장일 뿐입니다. 남쪽의 우리 교회가 아무리 알찬 결실을 맺는다 하더라도 통일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반쪽 결실일 따름입니다.

 

우리의 하느님은 불가능을 가능케 하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우리 시대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하느님 앞에서, 하느님을 통해서 가능해짐을 확신합니다.

 

지난주일 김수환 추기경님께서는 그 노구의 몸을 이끌고 전방의 통일전망대에 가셨습니다. 그 땡볕 아래서, 그 더위에 남북통일기원미사를 신자들과 함께 봉헌하셨습니다.

 

그 미사에 다녀왔던 한 신자분을 통해 들은 이야기인데, 젊은이들에게도 힘겨웠던 미사였습니다. 그런데 건강도 여의치 않으신 추기경님께서 끝까지 함께 하셨습니다.

 

남북한의 통일은 이 땅의 모든 국민들에게 있어서 가장 첫째가는 숙제이자 사명입니다. 오늘 복음말씀처럼 우리가 마음을 모아 간절히 기도한다면 통일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입니다. 통일을 위한 기도뿐만 아니라 기도 위에 통일을 위한 우리 각자의 구체적인 노력이 더해진다면 남북통일은 훨씬 빨리 우리 눈앞에 선물처럼 나타날 것입니다.

 

우리는 과연 우리 민족의 통일을 위해서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지 반성하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남북 통일을 위한 기도, 남북통일을 위한 미사, 남북통일은 위한 적금, 남북통일 후를 대비한 연구, 북한 난민 돕기 프로그램 자원봉사, 남북통일의 중요성과 시급성 홍보...우리가 남북 통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합니다.

 

팔짱끼고 방관하는 수동적인 자세로는 남북통일은 불가능합니다. 남북통일은 통일부의 일만도, 공무원들의 일만도, 통일 관련 전문가의 일만도 아닌 바로 내 일입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