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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연중13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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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3-07-02 조회수1,438 추천수7 반대(0) 신고

◎ 2003년 7월 2일 (수) - 연중 제13주간 수요일

 

[오늘의 복음]  마태 8,28-34

<때가 되기도 전에 마귀들을 괴롭히려고 여기 오셨습니까?>

 

28) 예수께서 호수 건너편 가다라 지방에 이르렀을 때에 마귀 들린 사람들이 무덤 사이에서 나오다가 예수를 만났다. 그들은 너무나 사나워서 아무도 그 길로 다닐 수가 없었다. 29) 그런데 그들은 갑자기 "하느님의 아들이여, 어찌하여 우리를 간섭하시려는 것입니까? 때가 되기도 전에 우리를 괴롭히려고 여기 오셨습니까?" 하고 소리질렀다.

30) 마침 거기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높아 기르는 돼지 떼가 우글거리고 있었는데 31) 마귀들은 예수께 "당신이 우리를 쫓아내시려거든 저 돼지들 속으로나 들여보내 주십시오" 하고 간청하였다. 32) 예수께서 "가라" 하고 명령하시자 마귀들은 나와서 돼지들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돼지 떼는 온통 비탈을 내리달려 바다에 떨어져 물 속에 빠져 죽었다.

33) 돼지 치던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 읍내로 달려가서 이 모든 일과 마귀 들렸던 사람들의 일을 알렸다. 34) 그러자 온 읍내 사람들이 예수를 만나러 나와서 예수를 보고는 저희 고장에서 떠나가 달라고 간청하였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예수를 볼모로 잡아라.

 

예수께서 거친 풍랑을 잠재우자 배는 어느덧 호수 건너편에 다다랐다. 예수께서 먼저 배에서 내리셨을 것이고, 제자들도 따라 내렸을 것인데, 제자들에 관한 언급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러나 제자들은 배경에 머무르면서 스승의 구마기적사화를 지켜볼 것이다.

 

공관복음은 예수께서 마귀 들린 많은 사람들을 치유하셨다고 하지만(마르 6,13) 이에 대한 구체적인 보도는 두 편에 달한다. 이는 "마귀와 돼지 떼"에 관한 구마사화(마르 5,1-20; 마태 8,28-34; 루가 8,26-39)와 "악령에게 사로잡힌 아이"에 관한 구마사화(마르 9,14-29; 마태 17,14-20; 루가 9,37-43)이다. 원전(原典)에 가까운 마르코복음은 마귀와 마귀 들린 사람의 성질, 습관, 태도 등을 아주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고, 마귀의 고백, 예수님과의 대화, 구마 수행방법, 구마결과 및 반응에 관한 서술을 잊지 않고 있으며, 대략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를 장식하고 있다. 이에 비하여 마태오와 루가는 상당부분 수정을 가하였고, 특히 마태오는 내용도 대폭 축소시켜 보도하고 있다.

 

오늘 복음은 마태오가 마르코복음을 인용한 부분으로서, 마르코의 <구마와 마귀에 의해 익사한 돼지 떼> 대목(마르 5,1-20)을 대폭 축소시켜 보도하고 있으며, 내용도 많은 부분 변질시켰다. 마태오에 의하면 배가 도달한 곳은 "가다라" 지방이었다.(28절) 마르코는 "게라사" 지방이라고 하는데, 게라사는 갈릴래아 호수에서 동남쪽으로 무려 55Km나 떨어져 있기 때문에 마귀 들린 돼지들이 달리기에 너무 먼 곳이다. 그래서 마태오는 호수에서 약 10Km 떨어진 "가다라"와 그 주변, 즉 가다라 지방이라고 고쳤다. 마르코에 의하면 배에서 내린 예수께서는 곧바로 무덤 사이에서 나온 "더러운 악령 들린 사람 하나"를 만났다고 하는 반면, 마태오는 "마귀 들린 사람들"로 고쳤다. 이는 예수께서 대적하는 상대가 쉬운 상대가 아님을 암시하면서, 역으로 예수님의 권능이 우세함을 드러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들의 성질은 "사납다"는 말로 아주 짧게 묘사된다. 마귀들이 예수를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부르는 대목은 그리스도론적 의미를 가진다. 쫓겨난 마귀들이 돼지 떼에 들어가 물 속에 빠져 죽는 사건(32절)이 가다라 마을에 알려지자(33절) 온 마을사람들이 예수께 와서 "떠나 달라"고 청한다(34절).

 

마르코는 예수께서 마을 사람들의 청을 받아들이신 듯 배를 타고 떠나려 하시는데, 마귀로부터 치유된 사람이 제자 되기를 부탁한다. 그러나 부탁은 거절당하고 은혜 입은 일을 선포하라는 명령이 주어진다. 예수의 명령을 받은 그 사람은 데카폴리스 지방(요르단강 유역을 일컫는 10개 도시의 총칭)을 두루 다니며 예수와 그 하신 일을 선포한다.(마르 5,18-20) 마태오는 마을사람들이 예수께 떠나 달라고 청한 대목을 그냥 넘기기 않는다. 그냥 넘기지 않았다는 말은 여기서 끝난다는 말이다. 가다라 지방 사람들이 예수를 거절하는 것은 곧 불신(不信)으로 인정된다. 그들의 불신은 수많은 돼지들을 손해(損害) 본 것에 기인한다. 마르코는 호수에 빠져 죽은 돼지 떼가 약 2,000마리인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마르 5,13)

 

마태오가 전하는 오늘 복음은 마르코의 원전(原典)을 대폭 축소하면서 자신의 편집의도를 가미(加味)하였다. 마태오는 의도는 결국 앞서간 대목의 "예수 추종"과 관련이 있다. 제자들이 추종하게 될 예수님은 세상의 마귀들을 깡그리 소탕하는 권능을 지니신 분이며, 진정한 추종에는 손실이 따른다는 것을 마태오는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예수 때문에 손실을 입었다면 예수를 볼모로 잡아두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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