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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성 토마스 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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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3-07-02 조회수1,506 추천수10 반대(0) 신고

◎ 2003년 7월 3일 (목) - 성 토마스 사도 축일

 

[오늘의 복음]  요한 20,24-29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

 

24) 열두 제자 중 하나로서 쌍둥이라고 불리던 토마스는 예수께서 오셨을 때에 그들과 함께 있지 않았었다. 25) 다른 제자들이 그에게 "우리는 주님을 뵈었소" 하고 말하자 토마스는 그들에게 "나는 내 눈으로 그분의 손에 있는 못 자국을 보고 내 손가락을 그 못 자국에 넣어 보고 또 내 손을 그분의 옆구리에 넣어 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 하고 말하였다.

26) 여드레 뒤에 제자들이 다시 집안에 모여 있었는데 그 자리에는 토마스도 같이 있었다. 문이 다 잠겨 있었는데도 예수께서 들어오셔서 그들 한가운데 서시며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하고 인사하셨다. 27) 그리고 토마스에게 "네 손가락으로 내 손을 만져 보아라. 또 네 손을 내 옆구리에 넣어 보아라. 그리고 의심을 버리고 믿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28) 토마스가 예수께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 하고 대답하자 29)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나를 보고야 믿느냐? 나를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미꾸라지 토마스?

 

오늘 교회는 토마스 사도의 축일을 지낸다. 언뜻 보기에 토마스는 꼬치꼬치 캐묻는 질긴 사람으로 보인다. 그것 때문에 그는 "불신자"의 대명사가 되기도 한다.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토마스는 나중에 인도선교 중에 순교하였다고 한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토마스 사도는 의 생각과 말은 2000년 세계의 역사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되풀이되었다. 토마스는 예수께서 다시 살아나셨다는 것을 믿기 전에 예수님을 보는 것만으로도 부족하여 자기 손으로 직접 만져보고 믿겠다고 생떼를 쓰고 있다. 이 모습은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현대인이 가지는 불신(不信)의 한 유형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 중에도 이렇게 생각하는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예수의 신성? 성서가 보도하는 기적들? 동정녀의 잉태? 죽음후의 영생? 육신의 부활? 등등에 대하여 믿음보다는 의심을 가진 신자가 적지 않다는 말이다. 개개의 신자들은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부분만을 믿고 그렇지 않은 부분들에 대하여는 말하기를 꺼려하고 심지어는 거절하고 불신한다. 그러나 토마스 사도는 달랐다. 그에게 있어서는 어떠한 믿음의 조목(條目)이 문제시된 것이 아니라 믿음 전체가 거꾸로 선 것이다. 즉, 예수 전체가 문제였던 것이다. "예수가 살아 있느냐, 죽고 없느냐?" 에 토마스 자신의 모든 것이 달려 있다는 말이다.

 

우리 눈에 토마스는 우선 제자들 가운데 한 마리의 "미꾸라지"로 보인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제자단에 미꾸라지는 더 많다. 다른 제자들은 어떠했는가? 그들이 다시 살아나신 예수님을 "보고 확인함" 없이 부활에 대한 믿음을 가졌는가? 천부당만부당(千不當萬不當)한 말씀이다. 예수부활에 관한 신약성서의 증언들은 한결같이 부활에 대한 의심을 믿음의 동기로 제시하고 있다. 불신과 포기와 절망에 빠진 제자들이 부활을 믿게 되는 것은 거의 모든 경우, 부활하신 예수와의 만남을 통해서였다. 만남 없이는 3년 동안이나 예수를 따랐던 제자들뿐 아니라 우리들까지도 믿는데 어려움을 가진다. 토마스 사도의 생각이 옳았다. 과연 그리스도인의 믿음은 전적으로 예수의 부활에 달려있다. 그리스도의 부활이 없다면 우리 모두의 믿음은 헛된 것이 되고 만다는 것이 바울로 사도의 신앙고백이지 않는가?(1고린 15,17)

 

오늘 복음이 전해주듯이 부활한 자는 불신자의 의심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토마스 사도는 "자신의 눈으로 예수의 손에 있는 못 자국을 보고, 자기 손가락을 그 못 자국에 넣어 보고, 또 자기의 손을 예수의 옆구리에 넣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토마스는 부활예수를 자신의 손으로 확인하기 전에 "만남" 그 자체로 의심을 버리고 믿음을 고백한다. 사실(事實)을 보는 것이 믿는 것의 전부는 아니다. 예수님 당시의 많은 사람들은 예수를 직접 보았지만 모두 그분을 믿지는 않았다. 이처럼 우리의 믿음은 마치 수학 공식(公式)이나 과학적 공리(公理)같이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확실한 증거 위에 세워지지 않는다. 공식이나 공리 따위에는 인간의 자유가 차지할 공간은 없다. 우리의 믿음은 오히려 보지 않고서도 믿는 자유와 신뢰와 희망으로 살았던 신앙의 증인들 위에 서있다. 그 증인들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시는(마태 28,20) 부활하신 예수님을 자신들의 삶을 통하여 만나고, 체험한 사람들이다. 한때 불신의 "미꾸라지"였던 토마스나 다른 사도들이 공동체 안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가졌듯이, 우리도 믿음의 교회 공동체 안에서 인류를 위해 바쳐진 몸으로 계신 그분을 만나고 체험하게 될 것이다. 믿음의 공동체 안에 살아 계신 예수님은 자신의 말씀과 성사(聖事)로 우리로 하여금 그분을 만나고 체험할 수 있도록 오늘도 우리를 초대하신다.◆(오늘의 복음산책은 부활 제2주일의 그것과 같습니다.)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창설 초대원장 고(故) 윤안드레아 마텔 수녀님의 영원한 안식을 빕니다. 오늘 오전 9시 서울 청파동 본원에서 수녀님의 장례미사를 봉헌합니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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