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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연중14주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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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3-07-09 조회수1,633 추천수10 반대(0) 신고

◎ 2003년 7월 10일 (목) - 연중 제14주간 목요일

 

[오늘의 복음]  마태 10,7-15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그 때에 예수께서 사도들에게 말씀하셨다.

7) "가서 하늘 나라가 다가왔다고 선포하여라. 8) 앓는 사람은 고쳐 주고 죽은 사람은 살려 주어라. 나병 환자는 깨끗이 낫게 해 주고 마귀는 쫓아 내여라.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9) 전대에 금이나 은이나 동전을 넣어 가지고 다니지 말 것이며, 10) 식량 자루나 여벌 옷이나 신이나 지팡이도 가지고 다니지 마라. 일하는 사람은 자기 먹을 것을 얻을 자격이 있다.

11) 어떤 도시나 마을에 들어가든지 먼저 그 고장에서 마땅한 사람을 찾아내어 거기에서 떠날 때까지 그 집에 머물러 있어라. 12) 그 집에 들어갈 때에는 ’평화를 빕니다!’ 하고 인사하여라. 13) 그 집이 평화를 누릴 만하면 너희가 비는 평화가 그 집에 내릴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그 평화는 너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14) 어디서든지 너희를 받아들이지도 않고 말도 듣지 않거든 그 집이나 그 도시를 떠날 때에 발에 묻은 먼지를 털어 버려라. 15) 나는 분명히 말한다. 심판날이 오면 소돔과 고모라 땅이 오히려 그 도시보다 가벼운 벌을 받을 것이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잃어버린 교회의 얼굴?

 

오늘 복음은 예수께서 제자들을 파견하기기 전에 사도들에게 내리시는 파견설교(10장)의 첫 부분이다. 파견설교에 앞서 예수께서는 당신을 따르는 많은 제자들 중에서 12명을 뽑아 사도로 임명하시고, 구마(驅魔)와 치유(治癒)의 권능으로 무장시켜, 이방인들도 사마리아인들도 아닌 오직 이스라엘의 길 잃은 양들에게 그들을 파견하신다.(10,1-6)

 

제자들이 해야 할 일은 스승인 예수께서 해오시던 일과 같다. 우선 하늘나라의 도래와 그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며, 그 표지로 구마기적과 치유기적을 행하는 것이다. 제자들이 행하게 될 기적의 능력은 예수께서 거저 주신 것이므로 그들도 거저 베풀어야 한다. 그들은 성과도 얻겠지만 실패도 맛보아야할 것이다. 아울러 예수께서는 아주 엄한 여장규칙(旅裝規則)을 제시하신다. 이 규칙에 의하면 어떠한 여벌의 것은 아무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 가야 하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복음을 선포하는 사람의 철저한 청빈(淸貧)을 요구하신다. 그러나 동시에 복음을 받아들이는 공동체의 의무도 암시하신다. 일하는 사람은 자기 먹을 것을 얻을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그 자격은 철저히 복음선포에 메여있다. 복음은 하느님의 선물이다. 예수의 제자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하느님의 복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며, 복음을 수용하는 것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평화의 선물을 얻는 것이다. 따라서 제자들이 비는 평화의 인사는 단순한 예의의 표현이 아니라 복음의 수용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오늘 복음의 핵심적인 내용은 초창기 그리스도교의 성장시기에는 절대적인 의미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00년이 지난 오늘날 현대의 그리스도교에도 똑같은 의미를 가질까? 사실 그리스도교의 전성기를 맞이한 중세시기 이후 교회 안에서는 오늘 복음이 제시하는 선교규칙(宣敎規則)을 언급하기를 꺼려하고 있다.

 

문제는 우선 교회 안에 병자를 고치고, 마귀를 몰아내며, 심지어 죽은 사람까지 살려내는 능력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물론 사도행전의 기록이 보여주듯이 신약성서 시대의 교회 안에는 이 권능이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복음 선포자들에게는 구마의 능력도 치유의 능력도 없어 보인다. 둘째는 선교상의 철저한 무소유(無所有)원칙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우리 가톨릭교회의 2000년 역사를 통틀어 이 원칙을 신중하게 받아들였던 사람은 몇 안 된다. 셋째로, 복음을 거부하는 자들에 대한 "발에 묻은 먼지를 털어 버릴 정도까지의 단죄(斷罪)"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늘날 선교방법은 선교대상의 문화적 수용과 더불어 타협적으로 이루어지며, 오히려 교회 안에 머물러 있는 신자(信者)들과 "냉담자(冷淡者)들에 대한 내부지향적 사목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는 형편이다.

 

그렇다면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힘주어 내리시는 선교규칙이 오늘날 우리 교회를 위해서는 무용지물(無用之物)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교회는 오늘 복음에 자신의 방향을 다시 설정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복음을 입에서 입으로 전하기보다는 손에서 손으로 전해야 하며, 병자를 고치고 죽은 사람을 살리려는 기적보다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나은 세상으로 바꾸려는 노력으로 가진 바를 서로 나누면서 세상에 정의와 사랑의 기적을 일으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교회는 그 얼굴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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