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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연중 제16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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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3-07-20 조회수1,385 추천수9 반대(0) 신고

◎ 2003년 7월 20일 (일) - 연중 제16주일

 

[오늘의 복음]  마르 6,30-34

<그들은 목자 없는 양과 같았다.>

 

그 때에 30) 사도들이 예수께 돌아와서 자기들이 한 일과 가르친 것을 낱낱이 보고하였다. 31)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따로 한적한 곳으로 가서 함께 좀 쉬자" 하고 말씀하셨다. 찾아오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들은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었던 것이다.

32) 예수의 일행은 배를 타고 따로 한적한 곳을 찾아 떠났다. 33) 그런데 사람들은 그 일행이 떠나는 것을 보고 그들이 예수의 일행이라는 것을 알고는 여러 동네에서 모두 달려 나와 육로로 해서 그들을 앞질러 그 곳에 갔다.

34) 예수께서 배에서 내려 군중이 많이 모여 있는 것을 보시고 목자 없는 양과 같은 그들을 측은히 여기시어 여러 가지로 가르쳐 주셨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좋은 제자(弟子)와 좋은 사도(使徒)의 관계

 

오늘 복음은 지난주일 복음(마르 6,7-13; 연중 15주일)을 다시 읽어본다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지난주일 우리는 예수께서 12제자를 따로 불러 그들에게 엄한 여장규칙과 함께 구마와 치유의 권능을 주시어 갈릴래아의 여러 지방으로 복음선포를 위해 파견하신 대목을 복음으로 들었다. 마르코복음에 의하면 둘씩 짝지어 파견된 12제자는 실제로 사방에 나가 사람들에게 하늘나라의 복음을 위해 회개를 가르치고 많은 마귀를 쫓아내고 병자들을 치유해 주었다. 복음서의 기술(記述) 순서에 따르면 지난 주 복음과 오늘 복음 사이에는 "세례자 요한의 죽음"(마르 6,14-29)에 관한 슬픈 기사가 실려있다. 마르코가 이 기사를 제자파견과 활동보고 사이에 삽입한 이유는 제자들의 선교활동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각도에서 마르코의 편집의도를 살펴본다면, 두 가지 중요한 포인트를 지적할 수 있다. 첫째는 세례자 요한의 죽음으로 구약시대가 결정적으로 막을 내렸다는 것이고, 둘째는 예수님의 복음선포가 제자들의 선교사명과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둘씩 짝이 되어 파견된 제자들이 수행한 선교활동은 이미 지나간 주일 복음에 짧지만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12-13절) 오늘 복음의 첫 부분이 들려주듯이, 파견되었던 제자들이 이제 예수께로 돌아와 그들이 가르치고 행한 선교활동에 대한 보고를 드리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마르코가 선교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12제자를 "사도"(使徒)라고 칭하고 있는 점이다.(30절) 파견될 때는 "제자"였지만 선교활동을 수행하는 동안 그들은 "사도"였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어지는 구절(31절)에서 그 사도들이 곧바로 "제자"라고 불리는 대목을 주목해야 한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따로 한적한 곳으로 가서 함께 좀 쉬자"고 하신 말씀은 선교활동으로 말미암아 누적된 피로를 좀 풀라는 식으로 단순하게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예수께서 "사도"와 "제자"의 관계를 밝혀주는 말씀이다. 물론 12제자는 "사도"라고도 불리고 "제자"라고도 불린다. 사도(使徒)는 그리스도의 대리자(代理者)로서 가르치고 행하는 직분이지만, 제자(弟子)는 그리스도로부터 배우는 자요 그리스도를 닮아 가는 직분이라는 것이다. 이 얼마나 중요한 가르침인가. 그 동안 제자들은 예수님으로부터 배워 익힌 것을 바탕으로 사도들이 되어 선교활동을 수행하였다. 예수께로 돌아온 사도들은 다시금 제자들이 되어 예수님으로부터 배우고 그분을 닮아가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적한 곳으로 가서 좀 쉬려는" 예수님과 제자들을 사람들이 그냥 내버려둘 리가 없다.(33절) 물론 참된 목자이신 예수께서도 "목자 없는 양과 같은" 그들을 그냥 내버려두시지 않는다.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다시금 좋은 가르침을 들려주시는 것이다.(34절) 여기서 우리가 간파할 수 있는 것은 "사도직분"과 "제자수양"의 독자적인 관계와 복합적인 관계이다. 오늘날 교회 안의 모든 하느님 백성은 바로 이 두 관계를 마음깊이 새겨야 한다. 특히 교회를 앞장서 책임져야 할 성직자들은 더욱 그렇다. 성직직분의 수행에는 여러 가지로 일이 많다. 신자들은 쉴 틈도 주지 않고 좋은 말씀과 성사를 청하고, 보살핌과 배려를 청한다. 확실한 것 하나는 예수님을 닮지 않은 그 누구도 예수님의 사도도 제자도 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사도도 제자도 모두 다 예수님의 사람이다. 그러나 좋은 제자가 좋은 사도는 될 수 있어도, 좋은 사도가 필히 좋은 제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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