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랑의 강물, 위로의 바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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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3-07-26 | 조회수2,470 | 추천수34 | 반대(0) 신고 |
7월 27일 연중 제17주일-요한 6장 1-15절
"여기 웬 아이가 보리 빵 다섯 개와 작은 물고기 두 마리를 자기고 있습니다마는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그것이 무슨 소용이 되겠습니까?"
<사랑의 강물, 위로의 바람>
오늘 오후에는 미사를 드리러 소년원엘 다녀왔습니다. 다들 여름휴가 떠난다고 고속도로가 정체되느니, 휴양지마다 인파가 몰리느니 하는데, 말도 잘 안 듣는 소년원 아이들 위해 꼬박꼬박 주말 오후를 고스란히 허비하는 누나들의 마음이 유난히 고마운 하루였습니다.
에어컨이 고장난 데다 한창 혈기 왕성한 아이들의 몸에서 나오는 후끈후끈한 열기로 천주교반 교실은 그야말로 찜통이었습니다.
이런 날엔 미사 보다 운동장에 나가서 신나게 축구 한 게임 뛰고 시원한 물로 샤워 한번 하면 좋을텐데...하는 마음이 간절했지만 마음뿐이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명한 꼴통 두 녀석은 들어올 때부터 티격태격하더니 본격적으로 눈을 부라리며 저를 성가시게 했습니다. 그러기를 잠시, 아니나 다를까 "화장실로 따라 오라"느니 "남자답게 한판 붙자"며 우르르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할 수 없이 따라나가서 혼을 좀 내고 겨우 겨우 다시 분위기를 추스렸습니다.
미사 드리랴 싸움 말리랴 괴로웠지만 한편으로 "짜식들, 더운 날씨에 남들은 피서다 뭐다 난린데, 여기 갇혀서 얼마나 스트레스가 많을까"하는 생각과 함께 측은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진심으로 녀석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주님, 이 짜식들 한 명 한 명을 눈여겨보시고 굽어보십시오. 아이들의 답답함과 힘겨워함을 불쌍히 여기십시오. 마음은 구름 위를 떠다니지만 몸은 늘 바닥을 헤매 다니는 이 아이들의 아픔을 위로해주십시오. 매일의 고통과 더위를 당신의 자비로 식혀주십시오."
간절한 기도 덕분이었는지, 아이들은 잠잠해졌고 집회가 끝나갈 무렵에는 싸우던 녀석들의 얼굴도 다시 환해졌습니다. 물론 어머니들이 준비해오신 풍성한 간식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미사 후에 몇몇 아이들을 따로 불러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보는 등 간략한 상담을 할 때의 일이었습니다. 한 아이가 제게 이런 말을 해주었습니다. 소년원 다닌 이래 아이들로부터 처음 듣는 감격적인 말이었습니다. "신부님, 더운데 고생 많으셨죠. 저 녀석들 원래 그래요. 그러려니 하세요"하면서 제 손바닥에 사탕 하나를 놓아주는 것이었습니다.
갑자기 마음이 찡해왔습니다. 사탕 하나+3초도 안 걸리는 아이의 간단한 말 한마디에 저는 완전히 감격하고 말았습니다.
"작은 것이 소중하고,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깊이 실감한 순간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5천명이나 되는 사람을 배불리는 기적을 행하시는 데, 그 기적의 배경에는 한 소년의 작은 봉헌이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한 소년이 지니고 있었던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밑천으로 5천명을 배불리시는 기적을 일으키십니다.
우리의 작은 나눔과 작은 희생, 작은 기도, 사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씩 조금씩 모이고 모여서 큰 강물이 되는 것입니다.
요즘 우리나라는 "자살 공화국"이라 해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분들이 자살을 시도하고 실제로 그 소중하고 아까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너무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너무도 불쌍한 일입니다. 특히 요즘 자살의 이유가 가난이라든지 이웃의 무관심에서 비롯된 자살이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그대로 바라만 보고만 있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더 이상 "정말 안됐구나!"하고 불쌍해하고만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국가는 국가대로 지방 자치단체는 단체대로, 교회는 교회대로, 개인은 개인대로 뭔가 구체적으로 노력할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시도가 비록 아주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그 작은 시도들이 모이고 모일 때 반드시 사랑의 강물이 되어, 위로의 바람이 되어 이웃의 자살을 막는 도구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오늘 우리의 작은 내어놓음과 작은 나눔, 작은 사랑의 실천이 가난한 이웃들을 가슴아픈 자살로부터 구해내는 기적의 도구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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