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어릿광대의 깊은 마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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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봉순 | 작성일2003-07-28 | 조회수1,731 | 추천수11 | 반대(0) 신고 |
지난 6월 아들 집을 방문했을 때였습니다. 아들이 나에게 유행 지난 목걸이를 내놓으면서, 엄마 생일에 반지와 바꿔끼라는 것이었습니다. 한동안 잊고 있다가 며칠 전에 백화점에서 맘에 드는 반지와 교환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들에게 예쁜 반지를 끼게되어 고맙다고 편지을 보냈더니 이런 답장이 왔습니다.
우화화하하ㅏㅏㅏ. 기분 좋다. 반지가 어떤 모양인지 궁금하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나는 그 목걸이가 어디 좋게 쓰일 수 없을까 고민했는데 이제 보니 엄마 좋고 나도 좋고...
편지 내용으로 보아서는 꼭 버릇없는 초등학생 글입니다. 그런데 이 아들은 미국에서 정부 지원금과, 유대인들의 기부금으로 난민들과 빈민들을 돕는 회사에서 자금을 담당하고 있는 삼십대의 직장인입니다. 동생이 나와 함께 지낼 때는 평범한 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동생 역시 외국으로 시집을 가게 되니 혼자 남는 엄마를 위해 수시로 익살을 떨며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이렇게 연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요즘 이 아들를 통해 하느님 아버지 앞에서 나는 어떤 몸짓으로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나를 묵상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영적인 사람들이 느끼는 절정의 기쁨은 하느님 앞에서 어릿광대의 몸짓을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하느님 중심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것이 하느님 뜻이다 하면, 물 불 가리지 않고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는데 혼신을 다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날은 복음대로 살고 싶어 줄타기를 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가난한이들에게 나눔을 호소하는 슬픈가락의 판소리를, 또 어떤 날은 억압 받는 이들에게 자유를 찾아주기 위해 가면극을 벌리기도 합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광대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 보여드릴 게 없는 광대 출신의 수사가, 밤마다 성상앞에서 춤을 추는 그런 순수한 몸짓이어야 한다고 다짐하는 그들을 볼 때마다 부끄러움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진심으로 그들을 닮고 싶은 한 주간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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