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옥탑방 천사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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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3-07-28 | 조회수2,882 | 추천수39 | 반대(0) 신고 |
7월 29일 화요일 성녀 마르타 기념일-요한 11장 19-27절
"예, 주님, 주님께서는 이 세상에 오시기로 약속된 그리스도이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것을 믿습니다."
<옥탑방 천사들>
아이들 틈에서 살아온 지난날들, 돌아보니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인한 축복의 나날이었습니다. 축복 중에서 가장 큰 축복은 무엇보다도 고마운 분들과의 만남이었습니다. 한 분 한 분 얼마나 고마운 분들인지요 평생 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분들의 얼굴이 떠오를 때마다 더욱 열심히 아이들을 위해 투신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새벽 두시, 집단으로 가출한 아이들을 찾아 버스터미널로 심야만화방으로 야산으로 정처 없이 함께 헤매 다니던 형제님은 언제까지나 제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잠들어 계신 할아버지께서 차고 계시던 시계-꽤 값나가는 시계-몰래 탈취해서 아이들 위해서 쓰라고 가져오신 할머니 생각만 해도 느닷없이 웃음이 나옵니다. 오랜 세월 정붙여 살던 집을 아이들에게 내어주고 보일러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옥탑방에 전세로 들어가신 한 부부, 사고뭉치 저희 아이들을 셀 수도 없이 자주 집에 데려가셔서 친자식처럼 먹여주고, 재워주고, 놀아주던 가족, 그분들을 떠올릴 때마다 부끄러움만이 고개를 듭니다.
신자들 가운데는 어쩔 수 없는 "마르타 스타일"의 성향을 지닌 분들이 계십니다. 타고난 성향이기에 어쩔 수가 없지요.
비록 이분들이 깊이 있는 기도체험이나 감미로운 주님과의 만남을 통한 충만한 영적 생활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산다 할지라도 조금도 꿇릴게 없는 신앙입니다. 마르타의 삶 역시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삶이고, 교회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스타일의 삶입니다.
이런 분들은 기질 상 잠시도 가만히 앉아있기 힘들기에 기도에 몰입하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성서를 좀 공부해보겠다고 성서모임에 등록하지만 도통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가 없지요. 사순절 특강이다 연수, 피정에 가도 잠만 푹 자다가 돌아오곤 하시죠.
그러다가도 몸으로 때우는 일이다 싶으면 눈이 확 뜨입니다. 잠이 달아납니다. 갑자기 얼굴에 생기가 돕니다.
아무리 굳은 일, 막일, 허리가 휘청거리는 일이라 할지라도 앞뒤를 가리지 않습니다. 즉시 팔을 걷어붙입니다. 이마에 땀방울이 비 오듯이 맺히고 입에서는 단내가 날 정도로 고된 일을 하면서도 얼굴에는 기쁨과 성취감으로 가득 찹니다. 그 모든 노력을 기쁘게 하느님께 봉헌합니다.
그러다 보니 오라는 데가 한 두 군데가 아닙니다. 또 이런 분들이 거절을 잘 못하지요. 하루 온 종일 스케줄이 빡빡합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생각하지만 생각뿐입니다. 어쩔 수 없는 분들이지요.
무척 단순하지만 적극적입니다. 협조적입니다. 구체적입니다. 이것이 바로 마르타의 신앙이며, 마르타의 신앙은 교회의 신앙 안에 중요한 한 축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마르타의 삶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재주도 많고 부지런한 마르타였습니다. 즉시 팔을 걷어붙이던 마르타, 일거리를 남겨두고는 잠을 못 이루던 마르타, 잠시도 가만히 있을 수 없던 마르타였습니다.
교회 안에서 마르타의 영성(활동)은 마리아의 영성(관상) 못지 않게 중요한 영성입니다. 모두가 다 제칠궁방에 머물며 하루 온종일 기도에만 전념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모두가 다 지도자나 설교자, 무슨 무슨 위원으로만 존재하기를 원한다면 교회 안의 구체적인 봉사는 누가 하겠습니까?
마르타의 영성을 지니신 분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여러분의 영성은 바로 교회의 영성이며 교회의 기반이 되는 영성입니다. 단 조금만 욕심을 부린다면 여러분이 매일 행하는 활동이나 봉사를 예수님과 연결시키십시오.
그 방법도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봉사하시기 전에 성모송을 한 번 바치는 겁니다.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봉사에 전념하십시오. 봉사가 끝나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성호라도 한번 그으십시오. 여러분의 봉사를 주님의 영광을 위한 봉사로 승화시키십시오. 그것이 바로 활동의 기도화이며, 활동하는 관상가가 되는 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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