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결국 한줌 흙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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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3-08-03 | 조회수2,464 | 추천수27 | 반대(0) 신고 |
8월 3일 연중 제18주일-요한 6장 24-35절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영원히 살게 하며 없어지지 않을 양식을 얻도록 힘써라."
<결국 한줌 흙입니다>
결혼 당사자들이 서로 없으면 죽고 못사는 경우, 그것처럼 결혼에 있어서 더 중요한 조건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사람들은 플러스 알파로 사주다 궁합이다 해서 유명하다는 점집이나 도사님들을 찾아다닙니다.
더욱 웃기는 일은 이사가는 날짜, 결혼식 날짜를 정하는데 있어서도 "길일(吉日)"을 선택해야 한다며 "그 사람들"의 신통력에 의지합니다.
돌아가신 어르신들을 위해 묫자리를 잘 쓰는 것, 후손으로서 기본적인 예의는 되겠지만, 영혼이 떠나간 빈 껍데기 뿐인 육신을 위한 명당자리를 잡기 위해 수천 수억을 퍼붓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자신이 살아생전 잘 못살았으니 마지막 가면서 좋은 일 한번 해보자며 자신의 두 눈은 물론이고 간, 기증할 수 있는 모든 것-간, 췌장, 심장, 신장-그리고 자신의 시신마저도 의대생들의 해부용으로 내어놓고 가는 사람들도 있는데...참으로 반성해볼 일입니다.
세상만사를 무속 신앙인들에게 의지하고, 길흉화복을 처녀도사들에게 문의하는 것, 나름대로 가족들이나 후손들이 잘 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램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을 충분히 알면서도 씁쓸한 마음을 금할 길 없습니다.
그런 마음 이면에는 철저하게도 하느님을 무시하는 불신의 마음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마음 안에는 고통과 시련 안에서 하느님의 얼굴을 찾기보다는 그저 잘먹고 잘 사는 데만 최우선권을 두는 이방인들의 마음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길일(吉日)은 어떤 날입니까? 점괘를 통해서, 길일선택지침서나 신비한 거울을 통해서 알 수 있는 날이 절대로 아닙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남아있는 한 매일이 길일입니다. 우리가 아침에 눈떴다면 그 날이 바로 길일입니다. 하느님께서 다시금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셨기에 그 날이 바로 길일입니다. 따라서 이사하기 좋은 날-길일-선택하려면 점집을 찾아갈 것이 아니라 햇살이 눈부신 맑은 날만 찾으면 될 것입니다.
명당(明堂)은 또 어떤 자리입니까? 명당은 풍수지리 전문가에게 거금을 드리면서 잡을 자리가 결코 아닙니다. 명당은 하느님을 믿고 따르다가 세상을 떠난 사람이 묻힌 자리라면 모두가 명당입니다. 하느님을 굳게 믿고 매일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며 기쁘게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리, 성령이 충만한 자리가 바로 명당입니다.
오늘 제 2독서인 에페소서에서도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우리에게 권고하고 있습니다.
"나는 주님의 이름으로 여러분에게 이렇게 간곡히 권고합니다. 이제부터 여러분은 이방인들처럼 살지 마십시오. 그들은 헛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우리 신앙인들이 마음에 새기고 살아가야 할 말씀입니다. 우리의 삶은 철저하게도 새로운 삶, 이방인들과는 다른 삶이어야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우리에게 당부하고 계십니다.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애쓰지 말고 영원히 살게 하며 없어지지 않을 양식을 얻도록 힘써라."
결국 한줌 흙으로 돌아갈 우리의 인생입니다. 결국 몇몇 사람들의 눈물과 통곡 속에 땅에 묻히고 재가 될 우리들의 운명입니다.
그런데도 뭐가 그리 대단한 존재라도 되는 양 기고만장하게 살아온 지난날이 부끄럽습니다. 천년만년 이 땅에서 살수 있는 것처럼 죽어도 나누지 않고, 오직 긁어모으는 데만 혈안이 된 사람들, 절대로 물러서지 않기 위해, 죽어도 양보하지 않으면서 동물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불쌍하기만 합니다.
결국 우리 모두는 이 세상의 손님이며 이방인입니다. 우리의 영원한 거처는 결코 이곳이 아닙니다. 영원히 우리를 살게 하는 하느님의 나라를 열렬히 소망하는 우리, 그곳에 들기 위한 양식을 추구하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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