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아무리 망가져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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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3-08-05 | 조회수2,177 | 추천수31 | 반대(0) 신고 |
8월 6일 수요일 주님 거룩한 변모 축일-마르코 9장 2-10절
"그 때 예수의 모습이 그들 앞에서 변하고 그 옷은 세상의 어떤 마전장이도 그보다 더 희게 할 수 없을 만큼 새하얗고 눈부시게 빛났다."
<아무리 망가져도>
오늘 저희 아이들 30여명이 검정고시를 보았습니다. 차를 타고 가면서도 약간은 긴장된 표정으로 총정리용 작은 수첩에 눈을 떼지 못하던 녀석들의 모습이 얼마나 기특했는지 모릅니다.
작년 이맘때까지만 해도 무단으로 가출해서, 들어오라고 해도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피해 다니던 녀석들, "심야 불가마"나 "심야 PC방"을 전전하면서 무던히도 속을 썩히던 녀석들이 "두 과목 합격했느니 세 과목 합격했느니" 하며 재잘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일은 참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처음엔 완전히 삭은 얼굴들이었는데, 수사님들과 선생님들의 사랑 때문인지 뽀얗게 다시 피어오르는 아이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변화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며, 얼마나 큰 기쁨인지를 묵상합니다.
오늘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에 예수님께서도 우리에게 "지속적인 변화"를 요청하고 계십니다.
말이 쉽지 변화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지요. 생각 같아서는 하루에도 수십 번도 더 변화되고 싶은 것이 우리들의 마음이지만 그게 생각대로 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나름대로 한번 변화되어보고자 죽기살기로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자신의 모습에 죽고싶을 정도의 비참함을 느낍니다.
오랜 악습을 끊기 위해 이를 악물기도 하고, 유치하게 느껴질 정도의 방법도 쓰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어느새 과거의 부끄러운 모습으로 돌아가 있는 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아마도 우리 마음 안에는 변화되기를 두려워하는 마음, 지금 이 모습이 옳지 않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냥 머물러 있으려는 안주본능이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되기 위해 노력하는 인생은 아름다운 인생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결국 하느님께서도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은 지속적인 변화입니다. 낮은 신앙의 단계에서 보다 높은 영적인 생활로의 변화, 육적인 인간에서 영적인 인간에로의 변화를 요청하십니다.
부정적인 사고방식에서 긍정적인 사고방식에로의 변화, 소극적인 삶에서 적극적인 삶에로의 변화, 비관적인 인생관에서 낙관적인 인생관에로의 변화, 폐쇄적인 생활에서 개방적인 생활에로의 변화를 요구하십니다.
"마음 한번 바꾸니 극락이 여기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질긴 집착을 털어 내고 나니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습니다. 10년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가는 느낌입니다.
"나는 항상 첫째여야 한다. 나는 반드시 주인공이어야 하고 오너여야 한다. 나는 절대로 넘어져서는 안된다. 나는 죽어도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으니 매일이 천국입니다.
인간이 위대한 이유는 누구나 "변화와 새 출발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비참해 보이는 인생이라 할지라도 그 비참한 국면을 결정적으로 반전시키는 전환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변화와 새 출발의 계기는 다른 사람에게만이 아니라 바로 내 안에서도 가능함을 굳게 믿는 오늘 우리의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망가져도 다시 새롭게 시작하려는 의지, 그것만 남아있다면 우리 인생은 희망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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