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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서속의 사랑(36)- 내 이웃 주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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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배순영 쪽지 캡슐 작성일2003-08-09 조회수1,206 추천수3 반대(0) 신고

 

 


 


Love in Bible

 

 

 신약의 사랑 18- 내 이웃 주연이


    마르코복음 Mark 12:33

 

    또 ’마음을 다하고 지혜를 다하고 힘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 과 ’이웃을 제 몸같이 사랑하는 것’이 모든 번제물과 희생제물을 바치는 것보다 훨씬 더 낫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공동)

 

    And I know it is important to love him with all my heart and all my understanding and all my strength, and to love my neighbors as myself. This is more important than to offer all of the burnt offerings and sacrifices required in the law." (N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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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 캐나다로 잠시 와 머물면서 저는 주연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주연이는 5살이 갖넘은 귀여운 여자아이입니다. 얼마 전 태어난 늠름한 동생 치연이의 누나이지요. 토목공학 전공인 예비박사 아빠와 다정하고 예쁜 엄마의 첫 딸입이기도 합니다.

   
주연이는 약간의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어요. 얼마 전 이곳 캐나다 병원에서 자폐증 판정을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연이 부모님은 물론, 옆에서 지켜보는 저희 이웃들도 우리 주연이가 자폐아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다른 아이들보다 발달이 조금 느린 것 뿐이지요.

   
며칠 전에 저는 아이들을 데리고 주연이네 집에 놀러 갔습니다. 더위도 식힐 겸 앞마당에 자리를 깔고 주연엄마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우리 곁을 돌며 놀고 있던 주연이가 갑자기 제 신발을 물었습니다. "얘, 그러지마."하고 주연엄마가 말려놓고 보니, 새로 산 제 여름 샌달의 끝부분이 조금 물려뜯겨 있더군요. 고동색 밑창끝에 조그마한 흰색구멍이 났습니다. 저는 주연이가 저를 좋아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아줌마가 좋아서 아줌마의 신발이 궁금했나보다.’하고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쇼핑센터에 갔다가 제가 산 그 구두브랜드에서 여름구두 최종 대처분세일에 들어간 것을 보았습니다. 제가 산 그 신발도 더 세일된 가격에 팔리고 있었어요. 그러고 보니 돈이 좀 아까운 생각이 들더군요.

   ’이번 기회에 내 신발을 가져다 주고, 돈을 환불받은 다음에 다른 가게에 가서 다시 그 신발을 사면 어떨까?’ 하는 약삭빠른 마음이 슬슬 고개를 듭니다.  이곳 캐나다에서는 영수증만 가지고 있으면, 30일 내에는 거의 대부분 이유없이 교환 혹은 환불이 된답니다. 그래서 물건을 사서 쓰다가 별로 소용이 없으니 환불하겠다는 일이 아주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아마도 이런 비용도 처음부터 물건 제조비용에 포함되어 있는 것도 같아요.

 

    하지만 그러기에는 제 신발에는 주연이가 물어놓은 약간이 흡집이 있습니다. 그것은 물건을 구입해서 사용한 소비자측의 과실입니다. 흠집난 물건을 가지고 가서 마음에 안드니 환불해달라고 하기는 아무래도 좀 그렇다...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래서 더더욱 환불해서 똑같은 새 물건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입니다.

 

    왜 이런 마음이 드는 걸까...곰곰히 생각해보니, 스스로 생각해도 참 우습습니다. 그러고보니 저는 내 이웃 주연이를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주연이의 작은 실수나 애교에도 넉넉히 품어줄 여유가 적었던 것 같습니다. 주연이가 물어뜯은 그 신발구멍은 사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전혀 표도 안날 만큼 작은 것이었는데, 저의 좁디 좁은 마음 한 구석에 ’오랜만에 큰 맘먹고 장만한 가죽 샌달인데...더구나 내가 그것 사고 얼마나 마음에 들어 좋아했는데, 흠이 나서 어쩌지...자꾸 신으면 그 구멍이 더 커지지 않을까...’하는 속내가 있었던가봅니다.

 

    참 어찌 이리 마음이 좁고 철 없어 터졌는지요! 다시 생각하면 그 작은 흠집의 여름샌달은 이제 조금있으면 헤어질 주연이를 두고두고 생각나게 하는 작은 추억이 될지도 모르는데요! 주연이가 물은 그 구멍이 더 커지지 않도록 살짝 본드를 바르고 고동색 색연필로 그곳을 자연스럽게 문질렀습니다. 그리고 ’교환이란 없다’ ’혹시라도 주연엄마가 신발을 교환한 사실을 알면 또 잠시 마음 아팠을지도 모르는데 잘 됬다.’ 하고 나니, 마음이 편안하고 이리 좋을 수가 없네요. 이런 기쁨을 어떻게 그 십몇달러의 돈이 대신해 줄 수 있겠습니까?

    
사랑의 주님,

    저희가 주님이 저희를 사랑하듯이 저희의 이웃을 사랑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저희가 저희 이웃을 더 잘 사랑하기 위해 주님을 저희의 온 마음과 지혜와 힘을 다해 사랑하게 되기를 원합니다. 사랑이 많으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배순영 사랑 홈페이지 www.sarang2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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