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소낙비가 왕창 내릴 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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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3-08-11 | 조회수2,355 | 추천수34 | 반대(0) 신고 |
8월 12일 연중 제19주간 화요일 . "나는 분명히 말한다. 너희가 생각을 바꾸어 어린이와 같이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소낙비가 왕창 내릴 때>
오랜만에 아이들 모닝미팅에 참석했습니다. 예전보다 훨씬 진지하게 서로의 부족함에 대해서 예전같이 콧김이 난다거나 뚜껑 열리지 않고 자연스럽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요. 또 "칭찬보따리" 시간에는 서로의 긍정적인 면들에 대해서 아낌없이 칭찬해주는 모습을 보고 정말 "나보다 더 낫다"는 생각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들 틈에 앉아서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가만히 관찰해 나가다보면 하나같이 제 스승이란 생각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몇 일 전에도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 일로 한 아이와 언성을 높이게 되었고, 아이가 삐쳐서 저와 말도 안 하게 되었지요. 그러다 보니 지나가다 만나도 인사도 하지 않은 불편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그 순간을 참지 못한 나머지 아이에게 해서는 안될 말을 했기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체면도 있고 그래서 호시탐탐 아이와 화해할 기회를 찾고 있었는데, 그게 또 여의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경우도 그 아이는 제게 큰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복도에서 만났을 때 그냥 지나치려다가 그저 아이의 어깨를 한번 툭 두드려 주었는데, 그걸로 모든 불편한 관계는 간단하게 끝났습니다. 아이는 이미 저와 화해할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아이도 저와의 문제로 상당히 불편했었던지 저의 그 작은 몸짓 한번으로 모든 상황이 종료된 것입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제게 즉시 말을 건네는 것이었습니다.
보십시오! 아이들의 이 순수함을! 비록 겉으로 보기에는 투박해 보이지만, 그토록 정이 깊은 아이들입니다.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지닌 아이들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의리가 강한 아이들, 단순하고 소박한 아이들입니다. 비록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 많이 상처받고 힘겹게 살아온 아이들이지만, 그 어떤 아이들보다도 사랑스런 아이들입니다.
때로 "욱"하는 마음을 참지 못해 어른들에게 대들기도 하지만, 금방 풀어져 다시금 어색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아이...정말 보면 볼수록, 사귀면 사귈수록 정이 가며, 사랑스럽고 소중한 우리 아이들입니다.
그래서 저는 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자신 있게 하느님 앞에 이렇게 고백할 용기가 생깁니다.
"제게 있어 아이들이란 넘치는 사랑 때문에 두근거리는 마음을 누른 후에야 마주설 수 있는 연인입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아이들이 너무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 아이들의 노래 소리는 제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입니다. 아이들이 대들고, 문제를 일으키고 사고를 저지를 때 저는 흐뭇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아직 그들이 젊고 살아있다는 표시이기 때문입니다. 제게 있어 아이들이란 그 자체로 기쁨이며, 삶의 의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천국에 입장할 수 있는 자격으로 어린이와 같은 솔직하고 단순한 마음, 어린이와 같은 겸손함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어린이들은 단순합니다. 우리처럼 머리 굴리지 않습니다. 마음 속의 감정들을 감추지 못합니다.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합니다.
우리처럼 복잡하게 살지 않습니다. 기쁨의 순간이 오면 그 순간을 최대한 즐깁니다. 슬픔의 순간이 오면 감정을 숨기지 않고 펑펑 울음을 터트립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런 어린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 소박한 삶의 양식을 요구하십니다.
때로 어린이와 같은 천진난만함이 우리 삶을 얼마나 새롭게 하는지 모릅니다. 소낙비가 왕창 내릴 때, 우산을 던져버리고 아이들과 함께 공원으로 한번 뛰어가 보십시오. 비를 온몸으로 한번 맞으며 지천을 한번 헤매 다녀보십시오. 정말 시시해 보이는 아이들과의 놀이에 아이들보다 더 열심히 몰두해보십시오. 신기하게도 모든 스트레스가 한방에 다 날아가 버리는 시원한 체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 하루 다시 한번 동심으로 한번 돌아가는 하루, 그래서 하느님 아버지 앞에서도 철부지 어린이처럼 투정도 한번 부려보는 유년시절의 하루로 돌아가 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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