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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3-08-23 조회수1,365 추천수8 반대(0) 신고

연중 제20주간 토요일 말씀(룻 2,1-3.8-11;4,13-17: 마태 23,1-12)

 

하느님 말씀을 전한답시고 여기저기 말씀봉사를 하러 다니다보면 정말로 깊이 있게 말씀을 <살고> 하느님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어제는 동료 한사람이 자기 성서반에 오는 자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매의 남편은 출근 길에 뇌출혈로 쓰러져 식물인간으로 몇 년을 살다가 기적적으로 보조장치를 떼고 살기를 또 몇 년, 지금은 한쪽 수족을 끌며 아이처럼 걷고 있다고한다. 그동안 철부지 아이들은 다 자라 아이들은 대학생, 고등학생이 되었다. 자매의 남편 간호는 극진하기 이를데 없었는데, 최근에는 남편이 형제처럼 지내던 친구의 보증을 서주는 바람에 빚까지 엄청나게 떠맡게 되었다. 남편은 부인에게 짐만 되는 자신이 미워서 죽으려고 했는데 그 말을 들은 자매는 ’당신께서 살아 계셔줘야 내가 힘을 얻는다’ ’당신께서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데 그런 생각을 다하셨냐’ 면서 둘이 붙잡고 울었다는 것이다. 남편에 대해서라면 시종일관 존댓말을 쓰는 그녀는 그동안도 구김살없이 밝은 표정으로 기쁘게 경제적인 뒷바라지를 해냈고, 구역장일까지 맡아하면서 성서공부반에도 빠지지 않고 나온다는 것이었다.

 

나도 성서반에서 이런 분과 같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 특히 저녁에 하는 직장인 반에서 봉사를 하다보면 파출부일을 하는 분, 막노동을 하는 분, 부동산 중개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분, 하루종일 고객을 찾아다니며 씨름하는 외판업무 종사자들, 시력장애인 등... 정말 그 시간이나마 집에서 쉬어도 시원찮은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얼굴이 늘 부석부석 부어있고, 시간의 반은 눈꺼풀이 두껍게 내려앉는 그분들의 말은 한결같았다. "시간의 반을 졸고, 못 알아듣는 것은 넘겨버리더라도, 알아듣는 것만이라도 줏어 담아놓아야 그 힘으로 한 주일을 살아갈 수 있다"고...

 

그들은 마치 부자들의 밭에서 이삭줍기를 하며 살아가는 오늘 독서의 ’룻’과 같은 사람들이라고나 할까?

 

아, 나는 그분들을 뵐 때마다 늘 부끄러웠고, 그분들을 생각하며 성체조배를 할 때마다 눈물이 쏟아지곤 했다. 나보다 훨씬 잘살고 나보다 훨씬 깊이있게 하느님을 만나고 있는 그분들 앞에서 <말만 잘하고 있는> 나를 되돌아보는 고통이 때론 버거워서 언젠가는 고해신부님께 그런 말씀을 드리며 용서를 청했다. "내 성화(聖化)는 힘들지만 남의 성화라도 계속 시켜주어야 하지 않겠냐"... 모든 말씀봉사자의 고민이라 하시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어 봉사해야 하지 않겠냐는 그분의 말씀이 한동안은 위로가 되었다.

 

오늘복음에서 또 다시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을 질책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있다. "그들은 말만하고 실행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무거운 짐을 꾸려 남의 어깨에 메워 주고 자기들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려 하지 않는다." ’언제까지 위로의 말만 듣고 안도감만 누리려 하느냐?’는 말씀으로 내게 와 닿는다. ’언제까지 선생님, 지도자, 봉사자라는 말을 들으며 잘 사는 양 착각하고 있느냐?’ 라며 내 마음을 후빈다.

 

아닌 척 하면서도 인사받기 좋아하고, 누가 알아주지 않으면 은근히 섭섭하고, 그동안 어디서 무엇무엇을 어떻게 했네 하는 것을 보이지않게 이마빡에 붙이고 다니는 내 속마음을 그분은 다 알고 계실 것이다.

 

오! 주님, 하루종일 쏟아지는 것은 빗물이 아니고 은혜를 모르고 나부대는 저를 보시고 통탄하시며 흘리시는 주님의 눈물이십니다. 주님 안에서 이 모든 위선을 벗고 새로워지고 싶습니다. 이 빗물이 저를 씻기는 저의 눈물이 되게 하여주십시오. 오! 주님, 당신의 말씀만을 의지하며 살아가는 저 힘들고 가난한 당신의 자녀들에게 룻에게 베풀어주신 것처럼 은총의 단비를 장맛비처럼 쏟아부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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