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 부대에 쓰러졌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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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마남현 | 작성일2003-09-05 | 조회수1,543 | 추천수8 | 반대(0) 신고 |
[구 부대에 쓰러졌다]
그러니까, 2000년도 일이다. 새천년을 시작하는 때인지라 연초에는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는 행사가 유달리 많은 것으로 기억된다. 대부분의 기업체들은 연초 시무식과 병행해 새천년 다짐 선포식을 하기도 했다. 당시 우리회사 주 거래처인 D사도 예외없이 새천년 선포식을 가진다는 것이었는데 특별히 그 회사와 연관이 있는 모든 지인들을 초대해서 성대하게 행사를 개최한다는 것이었다. 행사장에는 여러 가지 포스터와 장식물로 가득차 있었는데 그날의 표제가 단연 눈길을 끌었다. " D사 새천년 비젼 선포, 새 술 새 부대에 "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을 도용(?)하는 "새술, 새부대"라는 글귀가 있어서 성당에 다니는 나로서는 그날의 행사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D회사 "새 부대" 선포식이라고 함은 대충 이러했다. 국제화에 걸맞게 회사 상호도 바꾸고, 매출을 두배로 늘리고, 회사를 두 개나 설립은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모든 회사 직원들은 더 총력을 다해서 새천년을 준비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곳에 참석하는 외부 인사들은 한결같이 회사의 비젼제시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 외형상 상호만 바꾸고 매출을 늘이겠다는 구호성 선포식에 가깝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후 일년이 채 넘기지 못하고 그 회사는 쓰러지고 말았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주 원인은 사세확장에 과다하게 투자하면서 자금 압박에 시달리게 되었다가 끝내 어음을 막지 못하고 부도가 났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때 이런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그 선포식에서 느꼈던 분위기, 새 술로 대변되는 무모한 계획은 있었지만 그 술을 담을 새 부대가 없었지 않았나 싶다. 우리나라 기업중에서 망하고 부도나서 없어져 버린 곳들의 원인은 대부분 무리한 사세확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무리한 사세확장은 기업쪽에서 본다면 "구 부대"라고 하면 될 듯 하다. 결국 D사도 말로는 ’새 부대’에 담고자 외쳤지만 ’구 부대’에 새 술을 담은 꼴이 된 것이다.
"그러므로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한다"
오늘 복음에서도 보면, 세례자 요한의 제자들까지도 자주 단식하며 기도하는데 예수님의 제자들은 먹고 마시기만 하냐고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은 예수님께 따지기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율법의 형식이나 굴레에만 충실하는 모습이 아닌 진정 당신의 아들로 오심으로써 하느님 나라를 만드는 일, 즉,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한다고 가르치십니다. 우리도 D사와 같이 전통적으로 내려온 "구 부대"의 악습에 매달린다면 얼마가지 못해 그 회사와 같이 망하고 쓰러지지 않을까요?
신앙생활을 하면서 ’구 부대’로 대변되는 것들, 질투, 욕심, 허욕, 미움, 상처, 아픔등 수없이 있겠지만, 오늘은 미움이라는 ’구 부대’를 버리기 위해서 묵상을 해봅니다. 난 지금 누군가를 혹시 미워하고 있는지 성찰을 하면서 그 미움이 있다면 용서와 사랑이라는 새 부대에 담는 일을 하는 실천의 하루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통신성서모임 - 마스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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