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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원한 한줄기 가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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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3-09-07 조회수2,656 추천수34 반대(0) 신고

9월 8일 월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신 축일-마태오 1장 18-23절

 

"이 모든 일로써 주께서 예언자를 시켜,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하신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졌다. 임마누엘은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다."

 

 

<시원한 한줄기 가을바람>

 

비 오는 일요일 오후, 오랜만에 TV 앞에 앉았습니다. "이거다!"하는 프로그램이 없어서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던 중 제 눈길을 확 끌어당기는 프로그램이 하나 있었습니다. "매너 좋고 친절한" 시민을 소개하는 프로였지요.

 

주인공은 서울 문정동 아파트 단지에서 마을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님이었습니다. 화면에 비쳐진 기사님의 얼굴은 굳이 따로 부연설명을 하지 않아도 마음씨 좋게 생긴 얼굴, 인간미가 철철 넘치는 그런 얼굴이었습니다.

 

기사님은 특별히 노인들에게 얼마나 친절했던지, 아파트 노인정에 모인 할머니들은 한목소리로 기사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기사님은 마치 자신의 부모님을 대하듯이 버스를 타는 한 분 한 분 노인들에게 정겹게 인사를 올렸습니다. 무거운 짐이 있으면 다른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집 바로 앞까지 모셔다 드렸습니다. 그런 때문인지 몇몇 골수 할머니 팬들은 기사님 옆을 떠날 줄을 몰랐습니다. 참으로 마음 훈훈한 정경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사님은 버스가 종점에서 쉬는 시간을 이용해서 정류소 주변을 말끔히 청소하는가 하면,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은 절대로 그냥 지나치지 못했습니다.

 

그 기사님은 자신의 삶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팍팍한 일상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한줄기 시원한 가을바람 같은 청량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이 땅 위에서 숨쉬며 살아가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모두는 저마다 존재의 이유가 있습니다. 내 한 몸 잘먹고 잘 챙기고 잘 살기 위해서 우리가 이 땅에 태어난 것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생명을 주신 하느님께서 우리를 이 세상에 보내신 데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그저 그럭저럭 희희낙락하며 때로 동물처럼 지내다가 한평생을 마감하는 것을 하느님께서는 결코 원하지 않으십니다.

 

어떤 색깔의 삶을 살든, 어떤 처지의 삶을 살아가든 자신의 삶을 최대한 성실히 살아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임을 확신합니다.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성모님 역시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부여하신 삶을 마음 깊이 감사하면서 열심히 살아가셨습니다. 비록 갈등과 번민, 걱정과 두려움의 연속이었던 삶이었지만 자신의 삶을 진정으로 사랑하면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셨습니다.

 

비록 모든 것이 불투명했지만 항구하게 하느님께 충실했던 삶, 그것이 성모님의 삶이었습니다. 세상만사 모든 것을 전적으로 하느님께 맡겼던 삶이 성모님의 삶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확실하게 제시된 미래를 위해 그 누군들 투신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성모님은  전혀 불확실하고 애매모호한 가운데 끊임없이 하느님의 뜻을 찾고자 노력하셨습니다. 언제나 이기적이고 인간적인 길을 버리고 하느님의 길을 선택하셨습니다.

 

난관 앞에 설 때마다 오직 하느님만을 신뢰하며 끊임없이 그분만을 선택합니다. 여기에 성모님의 위대함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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