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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마리아 탄생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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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3-09-08 조회수1,747 추천수11 반대(0) 신고

◎ 2003년 9월 8일 (월) -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신 축일

 

▣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신 축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탄신을 기념하는 축일은 동방교회에서 먼저 지냈다. 이는 마리아가 탄생한 곳으로 여겨지는 예루살렘에 건축된 성녀 안나 성당의 축성기념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다른 기록에는 마리아의 탄생 장소가 나자렛임을 주장한다. 서방교회에서는 제84대 교황 세르지우스가 재임기간(687-701) 중에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4대축일을 정하고 우선 로마교회를 중심으로 이를 경축하였다고 한다. 당시 마리아의 4대축일은 "성모영보(주님탄생예고)축일", "성모승천축일", "성모성탄축일", "마리아 빛의 축일"이다. 이들 축일들은 모두가 예수와 세례자 요한에 대한 성서상의 탄생예고와 출생, 그리고 마리아에 대한 초대교회의 신심에 근거한 것이다. 마리아의 4대축일 중 "마리아 빛의 축일"은 마리아의 입장에서 본 객관적인 축일이지 마리아 본인의 주관적인 축일은 아니다. 이 축일은 이미 동방교회에서 예수탄생 후 8일째 있었던 예수님의 명명(命名)과 예루살렘성전에서의 봉헌(루가 2,21-40)을 기념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었고 축일의 이름도 "예수와 이스라엘의 만남 축일"이었다. 이를 서방교회에서는 마리아의 축일로 받아들였고 후일 "초 축성과 촛불행렬"을 곁들였다. 1960년 가톨릭교회는 전례개혁을 통하여 이 축일을 "주님봉헌축일"(2월 2일)로 축일명을 변경하였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탄생에 관한 장소와 일자에 대하여 정확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저 서방교회에서 9월 8일인 오늘 이 축일을 기념하였던 것이다. 이 날에 대한 역사적 근거는 없지만 1854년 교황 비오 9세가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을 9월 8일 성모의 탄신일에서 거꾸로 계산하여 12월 8일로 정하였다는 것에 주목하여야 한다. 즉 12월 8일 마리아의 잉태 후 9개월이 지난 9월 8일이 마리아의 탄생일이 되는 셈이다. 주님탄생예고축일(3월 25일)도 주님성탄대축일(12월 25일)에서 거꾸로 계산(9개월 전)하여 정해진 것이다.

 

[오늘의 복음]  마태 1,1-16.18-23 <또는 1,18-23>

<그의 태중에 있는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18) 예수 그리스도께서 태어나신 경위는 이러하다.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는 요셉과 약혼을 하고 같이 살기 전에 잉태한 것이 드러났다. 그 잉태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었다. 19)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법대로 사는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낼 생각도 없었으므로 남모르게 파혼하기로 마음먹었다.

20) 요셉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에 주의 천사가 꿈에 나타나서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이어라. 그의 태중에 있는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21) 마리아가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예수는 자기 백성을 죄에서 구원할 것이다" 하고 일러주었다.

22) 이 모든 일로써 주께서 예언자를 시켜, 23)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하신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졌다. 임마누엘은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

 

오늘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탄신축일에 봉독되는 복음은 17절과 마지막 24절과 25절을 뺀 마태오복음 1장 전체이다. 위에서 보듯이 분량이 많은 관계로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1,1-16)는 편의상 생략하였다. (그러나 함께 읽어보길 바란다.) 예수의 족보는 마태오복음(1,1-17)과 루가복음(3,23-39)에만 기록되어있다. 둘은 다 구약성서를 토대로 족보를 편집하였지만 비교해보면 조상들의 이름에서 차이점이 많이 발견된다. 뿐만 아니라 잘못된 표기도 있고 누락된 조상도 있다. 아무튼 루가는 예수님부터 아담까지 77대를 거슬러 올라가고 마태오는 아브라함부터 예수님까지 42(14×3)대를 내려가며 기록하고 있다. 두 족보는 모두 고고학적으로 조상들의 계보를 밝히기보다는 신학적으로 예수의 정체와 이스라엘의 역사를 밝히려는 데 목적이 있다. 예수님은 아브라함의 후손이요, 다윗의 후손으로서 약속된 메시아이시다. 그분은 이스라엘의 모든 조상의 계보를 통틀어 역사를 움직이시는 하느님의 아들이시라는 것이다.

 

  마태오가 편집한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에서 신학적으로 두 가지 특이할만한 점을 지적하고 넘어가야 하겠다. 첫째는 족보에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를 제외하고 부인 넷의 이름을 언급한 점이다. 여인들은 다말(3절), 라합(5절), 룻(5절), 그리고 우리야의 아내(6절)이다. 다말과 라합은 여호수아가 정복하게 되는 가나안의 원주민 출신이다. 다말은 유다의 며느리인데 나중에 유다에게서 베레스와 제라를 낳게 된다.(창세 38,6; 1역대 2,4) 라합은 예리고를 정찰하러 나간 이스라엘의 정탐꾼들을 숨겨주었다고 해서 여호수아가 그녀와 가족들을 이스라엘 가문으로 받아들였다.(여호 6,25) 룻은 나오미의 며느리로서 모압 출신이었지만 예루살렘에 들어가 보아즈를 만나서 아들 오벳을 낳게된다.(룻기 참조) 우리야의 아내는 바쎄바로서 다윗이 우리야를 전장으로 내보내 죽게 한 다음 아내로 맞아 솔로몬을 낳는다.(2사무 11,3.15.17; 12,24) 이렇게 마태오의 족보에 등장하는 여인 넷은 모두 이방인 출신으로서 각각 기이한 인연으로 이스라엘 가문과 관계를 가지게 되어 가문의 혈통을 잇게 한다. 이 점은 언급된 여인들이 이스라엘의 역사 안에 차지하는 특별한 위치를 고려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오히려 구원의 역사에 불가사의한 방법으로 개입하는 하느님의 섭리를 밝히고, 예수님을 또한 이방인의 메시아로 소개하려는 마태오의 강한 의도로 보인다.

 

  두 번째로 지적할 점은 "야곱은 마리아의 남편 요셉을 낳았고 마리아에게서 예수가 나셨는데 이분을 그리스도라고 부른다"(16절)는 대목에서 "마리아에게서 예수가 났다"는 점이다. 족보의 모든 부분에, 또 등장하는 4명 여인의 경우에도 아버지가 "주격"으로 아들은 "목적격"으로 구사되지만 이 대목에서는 아들 예수가 "주격"으로 구사된다는 것이다. 이 대목은 구체적으로 두 가지 의도를 더 가지고 있다. 하나는 마리아의 동정녀 잉태를 강조하는 것이고(1,18-25), 다른 하나는 예수님, 즉 하느님이 모든 구원역사를 계획하시고 실행하시고 성취하시는 주역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다름 아닌 우리 인간과 함께 계시는 "임마누엘 하느님"(23절)께서 직접 자기 백성을 죄에서 해방시켜 구원하실 것(21절)이기 때문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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