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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 갈 길을 제대로 걸어가는 것들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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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3-09-08 조회수2,528 추천수35 반대(0) 신고

9월 9일 연중 제23주간 화요일-루가 6장 12-19절

 

"그 무렵 예수께서는 기도하시려고 산에 들어가 밤을 새우시며 하느님께 기도하셨다. 날이 밝자 예수께서 제자들을 불러 그 중에서 열둘을 뽑아 사도로 삼으셨다."

 

 

<제 갈 길을 제대로 걸어가는 것들의 아름다움>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란 말이 있습니다. 기업이나 조직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가장 우선적이고 중요한 일은 적절한 인선(人選)이란 말이겠지요. 탁월한 인재를 잘 뽑아서 적재적소에 배치시키는 일이야말로 조직이 성장하는가 소멸하는가의 근본이 됨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 소개되고 있는 예수님의 인선(人選)은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사람을 뽑아도 어떻게 하나같이 저렇게 어리버리한 사람들만 뽑았을까?"하고 의아해할 정도의 인선이었습니다.

 

산에 들어가셔서 밤을 지새워가며 기도한 끝에 당신 측근으로 뽑은 사람들의 면면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초라한 것이었습니다. 12사도로 뽑힌 사람들의 출신성분이나 배경은 참으로 보잘것없었습니다. 당대 재력가나 명망가는 눈을 씻고 봐도 없었습니다.

 

가장 먼저 뽑힌 사람들은 깡촌인 갈릴래아 호숫가를 배경으로 근근히 생계를 이어가던 어부들이었습니다. 재수가 좋아서 고기가 좀 잡히면 수입이 생기고 그렇지 않으면 하루 온종일 낮술에 취해 신세타령이나 하던 가난하고 투박한 어부들이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제자는 당시 과격하기로 유명했던, 그래서 살상까지도 서슴없이 자행하던 혁명당원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12제자 가운데는 동족들로부터 철저하게도 왕따를 당하던 민족의 반역자이면서 동시에 로마제국의 앞잡이 세리도 끼여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인선 중에 가장 잘못된 인선은 아무래도 재정담당에 대한 인선이었습니다. 근본이 틀려먹은 사람, 겉보기에도 신뢰가 가지 않는 사람, 그래서 삥땅을 밥먹듯이 하던 사람을 중책인 재정담당으로 뽑으셨던 것입니다.

 

인간적인 시각으로 보면 예수님의 인선은 한마디로 철저한 실패작이었습니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인선, 결과가 뻔한 그릇된 인선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런 악조건을 기반으로 "대성공"을 일궈내십니다. 다시 말해서 거의 제로 상태에 있던 제자들을 끊임없이 격려하고 교육시킴을 통해 제자들의 수준을 업그레이드시키십니다.

 

당신이 뽑으신 제자들의 철저한 부족함 앞에 실망도 크셨겠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부족함을 당신의 사랑으로 채워주십니다. 솔선수범을 통해 조금씩 조금씩 새로운 인간으로 변모시켜나가십니다.

 

그래서 결국 스승을 위해서 단 하나뿐이 자신의 목숨까지도 바치는 제자들로 거듭나게 하십니다.

 

나름대로 봉헌생활의 길을 가고 있는 저 역시 일상적으로 느끼는 바는 "철저한 부족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해서든 그분과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몸부림, 그것이 제 성소의 근본이 됨을 확신합니다.

 

주님께서 아시는 바와 같이 우리는 이토록 철저하게도 나약합니다. 하루 하루의 삶은 또 얼마나 부끄러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 안에 있음으로 인해 우리는 강합니다. 주님의 옷자락 끄트머리를 부여잡고 죽어도 놓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인해 우리는 안전합니다.

 

이 세상에서 제 갈 길을 제대로 걸어가는 것들은 모두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비록 한때 그릇된 길을 걸었을지라도 다시금 여로(旅路)을 수정하고, 힘차게 발길을 내딛는 사람들의 얼굴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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