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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연중23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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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3-09-10 조회수1,385 추천수7 반대(0) 신고

◎ 2003년 9월 10일 (수) - 연중 제23주간 수요일

 

[오늘의 복음]  루가 6,20-26

<가난한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부유한 사람들아, 너희는 불행하다.>

 

  20) 그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을 바라보시며 말씀하셨다. "가난한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하느님 나라가 너희의 것이다. 21) 지금 굶주린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너희가 배부르게 될 것이다. 지금 우는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너희가 웃게 될 것이다. 22) 사람의 아들 때문에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고 내어쫓기고 욕을 먹고 누명을 쓰면 너희는 행복하다. 23) 그럴 때에 너희는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하늘에서 너희가 받을 상이 클 것이다. 그들의 조상들도 예언자들을 그렇게 대하였다.

24) 그러나 부유한 사람들아, 너희는 불행하다. 너희는 이미 받을 위로를 다 받았다. 25) 지금 배불리 먹고 지내는 사람들아, 너희는 불행하다. 너희가 굶주릴 날이 올 것이다. 지금 웃고 지내는 사람들아, 너희는 불행하다. 너희가 슬퍼하며 울 날이 올 것이다. 26) 모든 사람에게 칭찬을 받는 사람들아, 너희는 불행하다. 그들의 조상들도 거짓 예언자들을 그렇게 대하였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부른 배로는 기도할 수 없다.

 

  한적한 산에서 밤을 새워 가며 하느님께 기도하신 예수께서는 다음날 12제자를 따로 불러 사도로 세우셨다. 예수의 일행이 산을 내려와 평지에 이르러 보니 온 유다와 예루살렘뿐 아니라 이방인 지역인 띠로와 시돈에서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진리의 가르침을 목말라하고, 병고에 허덕이고, 악령에 시달리는 사람들이었다. 예수께서는 그들 모두를 고쳐주셨다.(루가 6,12-19) 이제 예수님의 설교가 시작된다. 청중은 12제자, 다른 제자들, 그리고 모여든 백성들이다.

 

  오늘 복음은 루가가 전하는 예수님의 "평지설교"(6,20-49)의 시작이다. 루가복음의 평지설교는 마태오복음의 "산상설교"(5-7장)에 비해 그 분량이 매우 적다. 루가의 평지설교는 행복선언(20-23절), 불행선언(24,26), 원수사랑과 보복금지(27-36절), 형제에 대한 판단금지(37-42절), 본성을 따르는 행위(43-45절), 말과 행동의 일치(46-49절)의 순서로 엮어져 있다. 오늘 복음은 행복선언과 불행선언에 관한 내용이다.

 

  마태오복음이 산상설교의 첫머리에 "9개의 행복선언"을 보도하고 있는 반면, 루가는 4개의 행복선언과 4개의 불행선언을 들려준다. 원전(原典)이 되는 예수어록에는 4개의 행복선언이 전해지는데, 마태오는 5개를 추가하여 9개로 편집하였고, 루가는 4개를 충실히 옮겨 쓰면서 4개의 불행선언을 덧붙인 것으로 추정된다. 행복(불행)선언의 짜임새를 보면, 우선 대상(對象)이 언급되고, 다음에 행복(불행)선언이 따르고, 마지막으로 그 이유가 될만한 보상(補償)이 언급되는 구조를 이룬다. ["가난한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하느님 나라가 너희의 것이다."] 이 구조를 따라 선언문을 살펴보자. 마태오복음의 9개 행복선언: ① 마음이 가난한 사람 - 하늘나라, ② 슬퍼하는 사람 - 위로, ③ 온유한 사람 - 땅, ④ 옳은 일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 - 만족, ⑤ 자비를 베푸는 사람 - 자비, ⑥ 마음이 깨끗한 사람 - 하느님 대면, ⑦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 - 하느님의 아들, ⑧ 옳은 일을 하다가 박해를 받는 사람 - 하늘나라, ⑨ 예수님 때문에 모욕, 박해, 비난을 받는 사람 - 하늘의 큰 상. 루가복음의 4개 행복선언: ① 가난한 사람 - 하늘나라, ② 굶주린 사람 - 배부름, ③ 우는 사람 - 웃음, ④ 예수님 때문에 미움, 추방, 모욕, 누명 받는 사람 - 하늘의 큰 상. 루가복음의 4개 불행선언: ① 부유한 사람 - 위로 끝, ② 배부른 사람 - 굶주림, ③ 웃는 사람 - 슬픔과 울음, ④ 칭찬 받는 사람 - 거짓 예언자와 동급.

 

  예수께서는 지금 가난함, 굶주림, 울음, 미움과 추방, 모욕과 누명의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행복한 사람으로 선포하셨고, 그 반대의 상태에 있는 사람들에게 불행을 선포하셨다. 그렇다고 예수께서 이런 상태 자체를 두고 행복하다고 선언한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이런 것들은 이 세상에서 없어지면 좋을 "부정적인 것", 즉 악(惡)의 범주에 속한다. 마찬가지로 예수께서 부유함, 배부름, 웃음, 칭찬 그 자체를 불행한 것으로 선포하신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이들은 되려 "긍정적인 것", 즉 선(善)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서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의 요소들이다. 그런데 왜 부정적인 상태에 있는 사람은 행복한 자로, 긍정적인 상태에 있는 사람은 불행한 자로 선포되는 것일까? 그것은 각각의 상태가 가지는 수용능력 때문이다. 가난함과 부유함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예수님의 복음이 선포하는 하늘나라를 잘 수용할 수 있는지를 생각한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현세에서 물질의 부유함과 넉넉함을 누리는 사람에게 청빈을 요구하는 복음은 기쁜 소식이라기보다는 회개의 경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부른 배로는 기도할 수 없다"는 브라질 까마라 대주교의 말이 참으로 옳다는 생각이 든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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