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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한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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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3-09-11 조회수1,601 추천수9 반대(0) 신고

◎ 2003년 9월 11일 (목) - 한가위 (추석명절)

 

[오늘의 복음]  루가 12,15-21

<재산이 생명을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

 

  15) 그때에 예수께서 사람들에게 "어떤 탐욕에도 빠져들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사람이 제아무리 부요하다 하더라도 그의 재산이 생명을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 하시고는 16) 비유를 들어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떤 부자가 밭에서 많은 소출을 얻게 되어 17) ’이 곡식을 쌓아 둘 곳이 없으니 어떻게 할까?’ 하며 혼자 궁리하다가 18) ’옳지! 좋은 수가 있다. 내 창고를 헐고 더 큰 것을 지어 거기에다 내 모든 곡식과 재산을 넣어 두어야지. 19) 그리고 내 영혼에게 말하리라. 영혼아,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너는 이제 몇 년 동안 걱정할 것 없다. 그러니 실컷 먹고 마시며 즐겨라’ 하고 말했다. 20)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이 어리석은 자야, 바로 오늘 밤 네 영혼이 너에게서 떠나가리라. 그러니 네가 쌓아 둔 것은 누구의 차지가 되겠느냐?’ 고 하셨다. 21) 이렇게 자기를 위해서는 재산을 모으면서도 하느님께 인색한 사람은 바로 이와 같이 될 것이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한결같은 보름달

 

  어느 한 어머니의 이야기다. 저녁을 준비하느라고 부엌에서 밥을 앉혀놓고 국을 끓이기 위해 파를 썰고 있는 엄마에게, 장남인 4학년 짜리 베드로가 불쑥 들어와 뭔가 거적거린 종이쪽지를 내밀었다. 엄마가 그것을 받아보니 그 쪽지에 이렇게 적혀있는 것이었다.

 

한 주일 동안 아침마다 이불 갠 것  :   700원

심부름 한 것 5번                  : 1,000원

쓰레기 비운 것 3번                :   600원

베란다 화분에 물 준 것 5번        :   250원

동생 돌본 것 5번                  : 2,000원

혼자서 집 본 것 3번               : 1,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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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 : 5,050원 / 십 단위 절삭 / 청구금액 : 5,000원

 

  추석이 다가오자 베드로가 그간 잘한 일에 대해 어머니에게 내 밀은 청구서였다. 엄마가 이 청구서를 받아들고 읽고 있는 동안에 베드로는 연필을 입에 물고 연신 몸을 비비꼬고 있었다. 청구서가 제대로 먹혀 들어갈 지 의문이었던 것이다. 쪽지를 읽던 엄마는 순간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리에 떠올랐다. 엄마는 베드로에게 연필을 달라고 하여 쪽지를 뒤집어 이렇게 섰다.

 

너를 가져 온갖 어려움을 참아야 했던 10달 동안의 희생 : 공짜

너를 낳을 때 6시간 동안 받은 고통                    : 공짜

네가 울며 보챌 때 잠재우느라고 숱하게 새운 날들      : 공짜

추석이다 설날이다 생일 때마다 사다준 장난감과 옷들   : 공짜

입학부터 지금 4학년까지 든 학비와 각종 학용품 비용   : 공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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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 : 모두 공짜 / 선물

 

  엄마가 건네준 쪽지를 받아들고 읽던 베드로는 그만 얼굴이 붉어지더니 주먹만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우는 것이었다. 잠시 후 눈물을 훔치고는 고개를 들면서 "우리 엄마가 최고야!" 하면서 그 종이를 다시 뒤집어 5,000원을 두 줄로 그어버리고 큼직한 글씨로 자기 엄마가 쓴 것처럼 "모두 공짜 = 선물"이라고 써서 엄마에게 건넸다.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 앉고 잠시 울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모든 것이 다 선물이 되어버렸다는 이야기이다. 사실 따지고 들자면 가족간에 돈으로 할 수 있는 계산이라는 것이 있을 수가 없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만 사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현대판 금송아지를 인생의 전부인양, 목적인양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돈으로 모든 것이 계산되고, 돈만 있으면 안 되는 것이 없고 돈이 최고라는 생각은 거의 모든 현대인들의 몸에 베여 있는 사실임을 부정할 수 없다. 돈이 더러운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더러운 돈을 사람들은 다 좋아한다.

 

  돈은 분명히 필요한 것이고 좋은 것이다.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편하다. 그러나 이런 돈이 우리 인생의 전부가 되고, 돈에 대한 탐욕 때문에 "돈방석에 앉아 보면 다른 소원이 없겠네!"라는 말을 일삼는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누가 우리 중에 태어나면서부터 땅문서를 손에 쥐고 이 세상에 나왔거나, 돈을 쥐고 나온 사람 있나?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간이 죽을 때면 아무 것도 손에 쥐고 갈 수 없는 운명의 존재이다. 1원 짜리 동전은 고사하고 지푸라기 하나도 쥐고 갈 수 없는 것이 우리 인간이다. 그렇다면 우리들이 현재 소유하고 있는 먹을 것, 입을 것, 재산이며, 건강이며, 생명이며, 시간이며, 능력이며... 이 모든 것들은 어디에서 왔는가? 다 선물로 주어진 것이다. 그것도 하느님 아버지께서 주신 선물이다. 우리가 사는 동안에는 주어진 것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으나, 언젠가는 주신 분께 도로 돌려 드려야 한다.

 

  오늘 복음에서 보듯이 부자는 밭에서 난 소출을 전부 자기의 것으로 착각한다. 착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부자의 잘못은 자기 영혼에게 한 약속에 있다. "영혼아!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너는 이제 몇 년 동안 걱정할 것 없다. 실컷 쉬고 먹고 마시며 즐겨라"(19절)는 장담에 있다는 것이다. 누가 자신의 미래를 장담할 수 있겠는가? 하느님 말고 누가 감히 한치 앞을 예견하며, 몇 년 앞을 아무 걱정 없다고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장담하던 바로 그날 밤에 부자의 생명은 왔던 곳으로 돌아가 버릴 수 있는 것이다. 부자가 재산을 부당하게 모은 것도 아니오, 그가 재물을 탐한 것도 아니다. 그저 재물이 자신의 생명을 보장해 줄 것이라 믿었던 것이다. 이것이 그의 잘못이다.

 

  설날이 희망과 꿈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한 해를 시작하는 날이라면, 한가위는 가족과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여 조상과 이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그 동안의 땀흘린 보람을 마음껏 맛보는 날이다. 그런데 올해 한가위엔 여러 가지로 어렵다. 경제가 어렵다고 해서 보름달이 줄어들거나 작아지지 않듯이 모든 것에 한결같이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아무런 불평 말고 하느님께 감사하는 명절이었으면 좋겠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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