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 Deuteronomy 21:15-16
한 남자가 두 아내를 거느리는데 하나는 사랑을 받고 하나는 미움을 받는다고 하자. 그런데 사랑을 받는 아내와 미움을 받는 아내가 다 아들을 낳아 주었지만, 맏아들이 미움받는 아내의 아들일 경우에 유산을 아들들에게 상속시켜 주는 날, 미움받는 아내에게서 난 맏아들을 제쳐 놓고 사랑받는 아내의 아들을 맏아들로 삼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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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 가족은 금붕어 두 마리를 샀습니다. 그간 금붕어를 길러보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욕구를 오랜동안 그냥 "안된다"고만 해왔습니다. "곧 한국에 돌아갈 텐데, 그거 키웠다가 어떻게 하려구?" 맨날 이런 말만 되풀이 했지요. 그러다가 아이들 입학식날 곰곰이 생각해보니 (여기 캐나다는 9월 초에 새학년이 시작됩니다.), 아빠도 안계신데 (조금 일찍 귀국했지요) 아이들에게 무언가 격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틈을 타, 아이들을 놀래켜 줄 선물-금붕어를 사러갔지요.
정말로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던지요!
학교에서부터 집으로 달려와 고 귀여운 금붕어들을 신기한 보물 보듯 한참을 들여다 본 다음, 각자 자신의 금붕어 동생에게 이름을 지었습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색상을 따서, 큰 딸아이는 ’핑키’, 막내 아들은 ’오렌지’라 구요. 물론 당연히 하느님께 기도도 드렸지요. "하느님, 오늘 저희에게 금붕어 동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금붕어 동생들이 저희 집에서 저희랑 행복하게 살게해주세요."
그런데 세상에.....!
이틀 만에 그만 그 금붕어 두 마리가 모두 죽어 버렸습니다. 물갈이 할 때의 주의사항도 거의 지켰고, 넣으라는 약품들도 다 사서 넣었으며, 물온도도 잘 맞추고, 밥도 많이 주었는데(*^^*) 말입니다.
두 아이 모두 충격이었지만, 특히 아들아이는 그야말로 울고불고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동생이 없던 그 아이는 최근 부쩍 동생 타령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오래된 인형하나를 동생으로 만들어주었지요. 그런데 아무래도 그것은 무생물 인형에 불과하니 흥미가 덜 했지요. 그런데 살아있는 그 귀여운 오렌지가 오고부터는 이 아이가 참으로 의젓해졌습니다. "태원아, 그렇게 하면 오렌지가 흉본다."...이렇게 한 마디만 쓱-던져도, "맞어, 참! 그렇지 그렇지..." 하며 기꺼이 태도를 고치더군요. 그러니 그 슬픔이라니요...!
할 수 없이 이미 죽은 금붕어 두 마리를 가지고 가, 똑같은 것으로 다시 바꾸었습니다. 핑키도 죽고 오렌지도 죽었지만, 새 핑키, 새 오렌지로 다시 태어난 셈이었지요. 아이들은 처음의 핑키와 오렌지만은 못했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죽이지 않겠다고 각오가 대단했습니다. 물론 저도 그랬구요. 그래서 정말로 긴장긴장...하면서 온갖 조건을 하나하나 꼼꼼히 다시 점검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핑키는 그만 또 죽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하느님 감사합니다!
오렌지는 지금까지도 생생이 살아있습니다. (우리 집에 온지 2주 째입니다. *^^*)
아들 아이는 매일 아침 자신의 아침밥을 먹기 전에, 오렌지 밥부터 주고 이렇게 기도를 하지요.
"하느님, 오늘도 오렌지를 살려주세요."
그러니 딸아이가 질투와 심술이 나지 않게 생겼습니까? 자기 동생 핑키는 죽었는데, 태원이 동생 오렌지는 저렇게 살아남다니... 괜히 오렌지만 보면 화가 나고, 오렌지를 쳐다보며 둘이서 이야기가 많아진 엄마와 동생 태원이도 얄밉습니다. 그러니 사사건건 투덜댑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하다가, 딸 소연이를 불러서 이렇게 이야기를 건냈습니다.
"소연아, 하느님께서 왜 네 금붕어 동생 핑키는 데려가고, 태원이 동생 오렌지는 살려두셨다고 생각하니?"
이제는 금붕어 때문에 야단까지 맞는 구나...싶어서 그러는지 심술이 나서 아무 대답을 않습니다.
한참 만에..."몰라!"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럼, 엄마는 알어?"
그래서 저도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사실은 엄마도 잘 모르겠구나. 하느님께서 왜 그렇게 하셨는지... 하지만, 이렇게 한번 생각해보자. 만약 하느님이 둘 중 하나를 데려가야겠다고 생각하셨다면, 누구를 데려가는 것이 더 맞았는지... 소연아, 너는 이미 동생 태원이가 있쟎니...그런데 태원이는 동생이 없어. 그러니 네 핑키를 데려가는 것이 맞겠니? 태원이 오렌지를 데려가는 것이 맞겠니?"
"....."
"소연아, 아마도 하느님은 네게 이렇게 말씀하시고 싶으신지도 모르겠어. 소연아, 너는 이미 동생이 있지 않니... 지금의 네 동생을 더 사랑하렴...이렇게 말이야. 아무래도 동생이 둘이 되면, 태원이한테는 잘 못해주기가 쉬울까봐 걱정하고 계시는지도 몰라. 네가 앞으로 쑥쑥 커서 동생 태원이도 잘 돌보고, 또 다른 동생도 잘 돌보고, 그렇게 넉넉히 사랑할 수 있으면 그 때는 하느님이 너의 새 동생들을 살려주실지도 모르지..."
....*^^*.....
엄마라는 사람이, 어쩌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하는 식으로 이리저리 말도 잘도 갖다 부치지요? (*^^*) 그런데 그 후, 딸아이의 오렌지 심술은 거의 사라졌답니다. 대신 "태원아, 너 오늘 오렌지에게 밥 줬니?" 하고 챙깁니다. 그 아이의 마음속에 엄마의 그 말이 먹힌 걸까요?
아니요...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엄마와 함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고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던 그 순간, 하느님께서 그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셨던 게지요....
사랑이신 주님,
오늘도 저희에게 새로운 하루를, 새로운 생명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는 하루하루 당신께서 늘 저희 옆에서 저희를 어루만져주심을 눈으로 보고 느낍니다. 저 아이들이 저렇게 밝게 자라나고 저 나무들이 가을을 맞아 저렇게 아름답게 변해가는 것이 바로 그런 작은 흔적이 아니겠습니까?
당신께서 저희 옆에 계시는 한, 저희는 두명이 아니라 세 명의 동생도 기꺼이 차별하지 않고 골고루 사랑할 수 있습니다. 내가 아는 두명의 친한 친구 뿐 아니라 삽십명, 육십명, 백명의 이웃들까지도 넉넉히 사랑할 수 있습니다. 부디 저희의 이런 마음을 예쁘게 받으시고, 이번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저희의 수많은 이웃들에게 당신의 넉넉한 위로를 내려주십시오. 사랑이 많으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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