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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제 그만 두어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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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우진 쪽지 캡슐 작성일2003-09-16 조회수1,753 추천수22 반대(0) 신고

우리 집에는 아이들의 학습을 지도해주시는

봉사자 선생님들이 몇 분 계신다.

사실 학습이라고 하기에는 거의 전쟁(?)을 방불케하는 시간이다.

 

아이는 하기 싫어 오만 상을 다 찌푸리고 앉아있거나

거의 무반응을 하기 일쑤고

봉사자 선생님은 공갈 협박(?)반, 달래는 것 반을 섞어서

어떻게든 아이를 끌고 가보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랜 시간동안 아이들과 함께 하지 못하시고

떠나시는 봉사자들도 많다.

나의 입장에서는 서운하다기 보다

오히려 아이들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미안함이 더 앞선다.

 

몇 일전 한 봉사자 선생님이 찾아오셨다.

우리 집에 10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으시고

꾸준히, 열성을 다해 아이들을 지도해주시던 선생님이셨다.

단순히 학습만이 아닌

아이들의 소풍, 야영, 도보 여행 때도 함께 하셨던

그야말로 열성파 여선생님이셨다.

 

그분이 나를 찾아와

"신부님, 이제 그만 두어야 겠어요.

사실 3년 전부터 그만두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오늘 아침에는 그 생각이 강하게 밀려오드라구요.

그리고 무척 담담했어요." 라고 말했다.

 

그분의 눈가에 스쳐지나가는 눈물을 살핀 나는

안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러세요. 선생님의 마음이 먼저죠.

좋은 결정을 하셨으리라 믿습니다.

그동안 무척 수고하셨는데 서운하시겠어요."라고 말했다.

 

선생님은 나와의 자리를 옮긴 후

30여분을 기다려 자신이 지도하는 중이었던

아이에게 마지막 마음을 나눈 후 떠나셨다.

 

저녁 식사를 하시고 가시라는 나의 말에

눈에 하나가득 눈물을 머금은 채

"그냥 갈게요. 그냥 가야겠어요." 하고

아이에게 손을 흔들며 떠나갔다.

그분의 뒷모습이 너무도 슬퍼보였다.

 

오늘 복음 안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시에 마음이 굳을 때로

굳어있는 사람들에게 질타의 말씀을 하신다.

 

글쎄, 그 말씀은 그 시대 만이 아닌 오늘날에도

해당되는 말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아름답게 느껴지고,

작지만 희망을 간직할 수 있는 것은

오늘 떠나가신 그 선생님과 같은 분들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선생님의 앞길에 하느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길

그리고 그분이 행하셨던 그간의 노고를

하느님께서 꼭 갚아주시리라 믿고

그분을 위해 기도해본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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