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부끄럽고 송구스러워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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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3-09-24 | 조회수2,481 | 추천수28 | 반대(0) 신고 |
9월 24일 연중 제25주간 수요일-에즈라서 9장 5-9절
"나의 하느님, 부끄럽고 송구스러워서 하느님 앞에서 감히 얼굴을 들 수가 없습니다."
<부끄럽고 송구스러워서>
벌써 꽤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사제서품을 받기 전에 한 청소년 수련시설에서 겨울방학을 지내게 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동계 피정에 온 본당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진행요원으로 뛰고 있었지요.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프로그램이 "등불제작"입니다. 하루를 마감하는 밤 프로그램으로 적당하지요.
먼저 아이들 각자에게 A4지 4장과 크레파스를 주면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나 동물, 캐릭터, 성서구절 등을 그리게 합니다. 간혹 그림에 소질에 좀 있는 아이들도 눈에 띄지만 대체로 그저 그렇습니다. 더구나 오랜만에 집을 떠나온 아이들에게 프로그램은 별 의미가 없지요. 대충대충 그리고, 또 어떤 아이들은 일부러 엉뚱한 그림이나 글귀를 쓰면서 속을 긁어놓습니다.
그림을 완성한 아이들에게는 사각으로 된 나무 등경 골조를 나누어주면서 그림을 풀로 붙여 사방을 막습니다.
완성된 작품을 한바퀴 둘러보면 참으로 볼만합니다.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분위기를 잡기 위해 조명을 낮추고, 불을 댕긴 밀초 한 자루를 등경 안 한 가운데 고정시키는 순간, 상황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촛불 한 자루가 들어감과 동시에 조잡하기 이를 데 없던 그림들이 빛을 발하기 시작합니다. 피카소 작품 저리가라입니다.
불을 켜서 등경에 넣은 순간 아이들은 숙연해지기 시작합니다. 그 순간 배경음악이 깔리면서 본격적인 프로그램으로 들어갑니다.
아이들은 제각기 만든 등불을 들고 캄캄한 밖으로 나갑니다. 등불을 든 아이들이 줄지어 행렬을 합니다. 성모상 앞에 도착한 아이들은 등불을 하나하나 봉헌합니다. 성모상 앞에는 온통 은은한 등불 무리가 모여 장관을 이룹니다.
초 한 자루의 위력을 새삼 실감하는 순간입니다. 종이와 크레파스, 나무등경으로 만든 참으로 옹색하고 초라한 등경이었지만 초 한 자루가 켜짐으로 인해 볼만한 작품으로 변화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이겠습니다. 우리 각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두고 보면 사실 너무도 형편이 없습니다.
오늘 제 1독서인 에즈라서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의 죄악은 수시로 우리의 키를 넘어 하늘에 닿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저지르는 허물들은 또 얼마나 큰지 모릅니다. 또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웃들에게 얼마나 못할 짓을 많이도 했었는지요. 그래서 자주 수모도 당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진정 종살이하던 것들이었습니다. 죄악의 종살이, 악습의 종살이, 나 자신의 종살이하던 존재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잠깐이나마 우리를 애처롭게 보아주셨습니다. 잠깐이나마 숨을 돌리도록 하여 주셨습니다.
결국 우리는 주님으로 인해 의미 있는 존재가 됩니다. 주님 안에 살아감으로 인해 가치 있는 인생입니다. 주님이란 촛불을 우리 마음 안에 켜는 순간 비로소 우리는 볼품 있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하늘에 보화를 쌓고 싶은 분들을 찾습니다.
요즘 저희 집에 아이들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기쁜 일이지만 아이들의 기초학습지도를 도와주실 자원봉사자들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한 주일에 한번씩 1-2시간만 도와주실 분을 찾습니다. "내가 감히 어떻게" "이 나이에?" "이 머리에?" 하는 걱정을 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일시: 매주 월, 화, 목요일 저녁 7-8시 혹은 8-9시 과목: 중고등학교 과목 전 과목 및 한글지도 등 아이들 연령: 13-18세
문의: 유경화(안나) 선생님을 찾으시면 됩니다. 전화: 02)832-50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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