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밤잠 못 이루던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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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3-09-26 | 조회수2,661 | 추천수32 | 반대(0) 신고 |
9월 27일 성 빈첸시오 드 폴 사제 기념일-루가 9장 43-45절
"사람의 아들은 멀지 않아 사람들의 손에 넘어가게 될 것이다."
<밤잠 못 이루던 신부님>
요즘 저는 다음 달 초에 있게 될 가족 축제에 초대하기 위해 이곳을 거쳐 간 아이들에게 전화를 걸고 있습니다.
부모의 뒷받침 없이 맨몸으로 시작한 우리 아이들, 그중 많은 아이들이 세상의 혹독함을 처절하게 체험하면서 어렵게 어렵게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어 마음이 많이 어두워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지도 않았던 제 전화에 깜짝 놀라면서 한편으로 많이들 기뻐들 했습니다. "아직은 어렵지만 곧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에 찬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그나마 조금씩 자리를 잡아나가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한 가톨릭 교회 단체가 떠올랐습니다. 성 빈첸시오 아 바울로회! 전국적으로 탄탄한 조직을 갖춘 사랑과 봉사의 단체이지요. 가난한 이웃들을 각별히 사랑했던 자선사업의 사도 성 빈첸시오 아 바울로의 이름을 딴 단체입니다.
한 소규모 아동복지시설에서 일할 때, 그달 그달 아이들 생활비 걱정으로 밤잠을 못 이루던 시절, 마치 자신들의 일처럼 손발 걷고 나서던 분들이 여러 본당 빈첸시오 회원들이었습니다. 산꼭대기에 위치한 가난한 달동네를 신발이 닳도록 오르내리며 소리 없이 가난한 아이들을 찾아내시던 분들이 빈첸시오 회원들이었습니다.
성 빈첸시오 아 바울로, 한평생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웃들안에 자리하고 계시는 하느님의 얼굴을 찾고 섬겼던 하느님의 사람이었습니다.
어려서부터 가난하고 고통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던 빈첸시오 신부님의 첫 미사 강론 주제 역시 "가난한 형제"와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
빈첸시오 신부님께서 한 평생 되풀이하셨던 말씀의 주제 역시 "고통당하고 있는 가난한 형제"였습니다.
"고통당하고 있는 형제 곁에는 그와 함께 고통당하는 하느님이 계십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제 안에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이 계십니다. 가난한 형제, 고통 받고 있는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바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또한 스쳐지나가는 이 세상 것보다는 영원히 남게 될 "영혼"은 빈첸시오 신부님께서 자주 애용하셨던 단어였습니다.
"영혼의 세계에 비교하면 이 세상은 잠깐입니다. 세상을 다 차지하는 큰 인물이 된다고 하더라도 영혼에 해가 되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 세상은 잠깐이지만 죽은 뒤의 영혼의 세계는 끝이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빈첸시오 신부님은 자신의 입으로 선포한 "이웃 사랑의 실천"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몸으로 보여주셨습니다.
부슬비가 내리던 스산한 겨울 밤, 가난한 도시의 뒷골목 쓰레기 더미 위에 버려지는 수없이 많은 갓난아기들이 너무도 불쌍해 신부님은 밤잠을 못 이루셨습니다. 숱한 밤, 신부님은 아이들을 주우러 밤거리를 헤매 다니셨습니다.
심한 흉년과 흑사병이 유럽 전역을 휩쓸던 17세기 초, 신부님은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셨습니다. 정부 관계 부처를 수시로 찾아가서 대책을 마련하라고 수도 없이 협박(?)을 하셨습니다. 부자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양심에 호소를 했습니다. 그렇게 마련한 돈으로 굶어 죽어가고 있던 가난한 형제들을 살렸습니다. 모든 것을 잃고 망연자실해있던 농민들에게 농기구와 씨앗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집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는 집지을 자재를 구해다주었습니다.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빈첸시오 신부님이 하셨던 수많은 일들을 열거해보면 마치 거짓말 같습니다. 한 인간이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을까? 한 인간이 어떻게 이 많은 영혼을 구할 수 있었을까?
이토록 훌륭하셨던 빈첸시오 신부님이 하느님 앞에 늘 되풀이하셨던 기도는 바로 이런 기도였습니다.
"이 보잘 것 없는 몸을 주님 당신의 심부름꾼으로 써주시니 감사할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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