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나는 행복한 사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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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우진 | 작성일2003-10-01 | 조회수2,064 | 추천수36 | 반대(0) 신고 |
며칠동안 조금 바쁘게 돌아다녔다. 바자회 준비로 서울을 오르내리며 물건을 나르고, 선배 신부님의 어머니 장례 미사를 위해 천안을 다녀오고, 전화를 통해 아이를 의로하는 분들과 상담을 하고, 여기 저기 미사와 고백성사를 해주고 돌아다녔으니 말이다.
그러다보니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다.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뒤늦게하고 집으로 들어가 아이들과 저녁 식사를 하고 싶었다.
헌데 이미 시간은 지나고 아이들은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나는 조금은 미안한 맘, 허탈한 마음이 들어 큰 그릇에 밥을 덜고, 오징어 볶음, 깍두기등을 합쳐서 조금은 이상 야릇한 색깔을 내는 밥을 먹고 있었다. (난 개인적으로 김치에 밥 비벼먹는 것을 좋아한다. 수도원에 와서는 이렇게 먹기가 조~~금 힘들지만 말이다.)
몇일 전 우리 집에 온 아이가 오랫만에 자신들에 얼굴을 비춘 내가 홀로 저녁을 먹고 있자 내 곁이 아닌 식탁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서 식사 내내 경상도 사투리의 억양으로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신부님, 요즘 얼굴보기 힘들어요. 어디 갔다 왔어요? 왜 인제 밥먹어요? 서울을 왜 갔다왔어요? 오늘은 요?" 등등이었다.
그런데 결정적인 말이 아이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근데 밥이 와 이래요? 에이~ 개밥같네!"
"허걱!" 난 할 말을 잃었고 이어서 밥을 못먹을 정도로 웃음를 터뜨렸다. 조금 편안하게 밥을 먹고 싶어서 이것저것 비빈 국적 불명의 비빔밥을 보고 아이는 "개밥 같다"고 말한 것이다.
난 나머지 식사를 어떻게 했는지 모를 정도로 웃음을 지으며 마쳤다. 참으로 행복했다.
나홀로 조금은 쓸쓸하게 먹었을 저녁 식사가 아이의 함께 있어줌으로 인해 너무도 풍성하고 행복한 순간이 되어 버린 것이다.
글쎄, 조금은 억지인지는 모르겠으나 나의 식사를 지켜주는 그 아이가 나에게는 너무도 소중한 수호 천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와 함께 현존해주는 그런 존재! 그 현존을 통해 나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달해주고, 증거해주는 그런 존재!
내가 살레시오 회원으로 살아가도록 내가 사제로 살아가도록 나를 지켜주는 그런 존재!
난 그런 수호 천사들이 15명이나 되니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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