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이상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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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3-10-04 | 조회수2,386 | 추천수33 | 반대(0) 신고 |
10월 4일 토요일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루가 10장 17-24절
"하늘과 땅의 주인이신 아버지, 지혜롭다는 사람들과 똑똑하다는 사람들에게는 이 모든 것을 감추시고 오리려 철부지 어린이들에게 나타내 보이시니 감사합니다."
<이상향>
얼마나 예수님의 삶을 한치 오차도 없이 본받고자 노력했던지 "제2의 그리스도"라고 불렸던 사람, 어찌나 예수님의 삶을 똑같이 자신의 인생 안에 재현했던지 "또 다른 그리스도"라 불렸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입니다.
프란치스코는 복음서 안에 제시된 다양한 특징을 지닌 예수님의 모습 가운데 "가난하셨던 예수님", "머리 둘 곳조차 없으셨던 예수님"의 모습을 자신의 이상향으로 선택하여 거기에 자신의 인생 전체를 걸었습니다.
프란치스코가 살았던 중세기 가톨릭 교회의 모습은 부끄러운 구석이 많았습니다. 귀감이 되어야 할 지도자들은 제 몫 챙기기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중심을 잡아주어야 할 고위급 인사들이 갖은 이권에 개입하여 막대한 부를 축척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위풍당당한 대성전들과 수준 높은 예술작품 등으로 외관상 교회는 활짝 꽃피어났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한심할 지경이었습니다. 회칠한 무덤 같았던 그곳에서 예수님의 자취는 찾아보기가 힘들었습니다.
그 암울했던 시절, 프란치스코는 예수님과 거의 똑같은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가장 자유로운 모습, 가장 가난한 모습, 가장 겸손한 모습,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뚱이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지닌 것이라고는 지독한 고행과 극기로 인해 지칠 대로 지친 몸뚱이 하나뿐인 프란치스코가 부패일로를 걷고 있던 제도교회와의 정면대결을 펼칩니다.
도저히 게임이 안될 것 같았던 제도교회와의 정면대결에서 프란치스코는 무수히 상처받고 깊은 좌절에 빠지기도 하지만 가난을 유일한 무기 삼아 용감히 맞섭니다. 서서히 프란치스코 수도 가족이란 큰 물줄기를 형성시킵니다. 그들을 도구 삼아 혼탁했던 세상과 교회를 조금씩 정화시켜나갑니다.
프란치스코의 가난은 스스로 선택한 가난이라는 데 큰 의의가 있습니다. 예수님 추종을 위해 프란치스코는 자신에게 주어졌던 막대한 유산이란 기득권을 헌신짝처럼 내던집니다. 창창했던 젊음마저 던져버립니다. 오직 예수님만을 자신의 삶 안에 재현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죽음의 길을 걸어가던 제도교회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 흘리던 프란치스코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보다 큰 자유를 얻기 위해서, 보다 큰 가치관을 선택하기 위해서 지니고 있던 값진 것들을 창 밖으로 내던지던 프란치스코의 모습이 아른거립니다.
제2의 예수 그리스도가 되고자 하는 열망이 얼마나 강했으면 하느님께서는 그에게 오상(예수님이 십자가 죽음으로 인해 받으셨던 다섯 상처)까지 허락하십니다.
"내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밖에는 아무 것도 자랑할 것이 없도다. 내 몸에는 예수의 낙인이 찍혀 있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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