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아쉽지만 눈물을 머금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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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3-10-10 | 조회수1,944 | 추천수24 | 반대(0) 신고 |
10월 11일 연중 제27주간 토요일-루가 11장 27-28절
예수께서 군중에게 말씀을 하고 계실 때 군중 속에서 한 여자가 큰 소리로 "당신을 낳아서 젖을 먹인 여인은 얼마나 행복합니까!" 하고 외치자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지키는 사람들이 오히려 행복하다."
<아쉽지만 눈물을 머금고>
오늘 파주에 있는 한 시설에서는 "치료공동체" 연합 마라톤대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치료공동체"란 특별한 프로그램을 삶의 현장에 적용하고 있는 시설들 가족 모두가 한 자리에 함께 모인 것입니다.
저도 갑자기 객기가 동해서 아이들과 함께 폼 나게 등번호도 달고 시골 들판을 신나게 달렸습니다. 굽이굽이 길목 마다에서는 각 공동체 선생님들이 흐뭇한 표정을 짓고 서서 열심히 달리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셨습니다.
시대를 잘못 타고나서, 아니면 부모를 잘못 만나서 고생이란 고생은 있는 대로 다 하고 사는 우리 불쌍한 아이들, 혹시라도 아이들이 상처 입을까봐 늘 조심조심하면서 성심성의껏 아이들을 키우고 계시는 분들이 함께 한 오늘은 "혈육보다 하느님 말씀"이 훨씬 힘이 있음을 실감케 한 자리였습니다.
하느님 말씀을 듣고, 또 그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 매일 헌신하시는 분들의 얼굴은 예수님께서 강조하신 것처럼 참으로 행복해 보였습니다.
하느님 말씀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말씀을 읽고 듣는 데만 머물러서는 안되겠지요. 매일 선포되는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 마음 안에서 소화되고, 우리 정신 안에 각인되며, 우리 영혼 안에 살아 숨쉬어야 말씀에 힘이 생깁니다.
힘이 생긴 말씀은 우리를 가만두지 않게 만듭니다. 우리를 행동하게 만듭니다. 우리를 일어서게 만듭니다, 목적지를 향해서 열심히 뛰게 만듭니다.
오늘 살아있는 말씀, 행동하는 신앙의 중요성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성모님을 바라봅니다.
성모님의 생애, 어찌 보면 참으로 기쁘고 행복했던 삶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엄청 서글프고 안타까웠던 성모님의 생애였습니다.
몸과 지혜가 날로 자라나는 소년 예수를 바라보면서 성모님은 무척 대견스러워 했고 신기로워 했을 것입니다. 마치도 신비로운 세계를 들여다보는 느낌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마음 한구석에 짙은 아픔이 응어리로 남아 있었을 것입니다.
자신이 직접 낳은 아이, 자신을 꼭 빼 닮은 아이가 하루하루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성모님의 기쁨은 이 세상 어떤 기쁨보다 비교할 수 없는 기쁨이었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겨우 낳은 아이, 자신의 젓을 먹고 자란 아이, 자신의 보살핌을 받고 자란 예수, 비록 예수가 메시아란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런 소년 예수에 대한 인간적인 사랑이 어찌 마리아에게 없었겠습니까?
그럴 때마다 성모님은 아쉽고도 아쉽지만 눈물을 머금고 또 다시 자기 자신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또 다시 인간적인 시각을 접고 신앙의 세계로 들어가야만 했습니다. 천사를 통해서 전해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서 성모님은 늘 황량하고 거친 신앙의 사막을 여행해야만 했습니다.
성모님에게 있어서 가장 큰 괴로움은 자기 품안에 안고 있던 예수를 끊임없이 인류를 위해 내어놓는 일이었습니다. 하느님으로부터 듣고 간직한 말씀의 실천을 위해서 말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지속적인 봉헌과 겸손한 자기 비움을 통해 성모님의 신앙은 날로 성장을 거듭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성모님의 신앙은 가장 높은 경지에 도달하게 되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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