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그녀에게 작은 축복을 보내며...! | |||
---|---|---|---|---|
이전글 | 성공과행복의 열쇠-인간의 놀라운 능력 | |||
다음글 | 주를 찾는 마음 | |||
작성자황미숙 | 작성일2003-10-15 | 조회수2,027 | 추천수25 | 반대(0) 신고 |
나는 높고 거룩한 보좌에 앉아 있으면서도 얻어 맞아 용기를 잃은 사람들과 함께 살며 잃은 용기를 되살려 주고 상한 마음을 아물게 해 주리라. 이사야 57, 15
안녕하세요. 기온이 많이 하강해 날씨가 조금 추워졌네요. 환절기 감기에 조심하시고 옷 따뜻하게 입으시고 외출하세요.^^ 어제 제 마음엔 약간의 작은 이벤트(?)가 있었답니다. 어제 저녁, 저는 모처럼 매일 미사를 드리기 위해 성당에 갔었고 미사중 평화의 인사를 나누기 위해 제 뒤에 서 있는 분께 몸을 돌리는 순간 제겐 깜짝 놀랄일이 벌어졌었답니다. 제 바로 뒷 좌석엔 얼굴 한 쪽 부분에 기다란 혹(?)같은게 있어(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얼굴 장애를 지닌 한 젊은 자매님이 서 있었어요. 저는 그 자매님의 혹이 달린 기형적인 얼굴 모습에 순간적으로 눈이 동그래졌었고 그 자매님은 저의 놀란 얼굴과 마주친 아주 짧은 순간 아주 재빠르게 자신의 얼굴을 다른 쪽으로 돌림으로써 평화의 인사를 나누려고 하는 저를 외면해 버리더군요. 가슴 아프게도 그 순간은 아주 짧은 순간었지만, 그리고 그 동안 숱하게도 그녀 홀로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던 많은 가슴 아픈 순간중의 한 부분이었겠지만 그 얼굴 장애를 지닌, 선해 보였던 젊은 자매님은 자신의 얼굴 기형에 놀란 제 얼굴을 보고 자신의 기형적인 얼굴을 저로부터 황급히 돌림으로써 애써 또 한번 자신의 얼굴 장애를 확인해야 하는 가슴 아픈 순간이었답니다. 저는 저를 외면해 버린 그 자매님께 약간의 무안함과 얼굴 장애에 대한 놀라움에 주춤 주춤 약간 당황한 모습으로 그 자매님께 평화의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돌아서서 계속 미사를 드렸지만 순간적으로 놀란 제 모습을 보고 재빠르게 자신의 얼굴을 돌려버린... 그 자매님의 눈빛이 제대 위 불빛속에 어른거려 미사끝날 때까지 내내 분심속에서 제대위에 걸려있는 십자가만 바라보고 있었답니다. "주님은, 왜?, 저 자매님께....?" 황급히 얼굴을 돌렸던 그녀의 눈빛. 그건 오래도록 상처받고 아픈 눈빛이었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찰나적으로 보았던 그 자매님 눈빛이 잊혀지지 않네요. 미사 끝나고 조심스레 뒤를 돌아 보며 나올 때 보니 그 젊은 자매님은 고개를 숙인 채 기도를 하고 있더군요. 타인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는 혹이 달린 얼굴을 자신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마치 다른 이들을 위한 듯 의식적으로 아래까지 깊숙히 미사보를 내려쓴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잠시 기도하는 그 모습은 무척 선해 보이고 여려 보였답니다. 그 저녁, 그녀의 머리 위엔 성당의 불빛들만이 아주 부드럽고도 조용히 내려앉고 있었고 그녀의 얼굴은 비록 타인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는 기형이지만 저는 잘 이해할 수 없는 어떤 내적 평화로 충만해 보이는 아름다움이 어려있었답니다. 순간적으로 저는 그녀가 참 아름다워 보인다고 생각했어요. 스산한 가을 바람과 가로등 그늘 아래 흩어지는 낙엽들을 밟으며 집에 돌아오는 제 마음은 여전히 그 자매님 주위를 서성거리고 있었답니다. 저는 그 자매님을 전혀 모르지만 결코 값싼 동정이나 연민이 아닌 정상인이, 자신이 정상인임에 새삼 감사하고 혹은 안도하며 장애를 지닌 그녀에게 마치 연민의 적선을 퍼 주는 듯한 감정이 아닌 같은 하느님의 자녀로서 그녀에게 제가 해 줄 수 있는 아주 작은 "축복"을 보내고 싶어요. 제가 보내는 그 작은 축복이 너무 희미하고 약해 가다가 도중에 공중에서 흩어져 버린다 해도 그리고 내일 모레, 며칠 후 쯤 그녀의 존재를 제가 서서히 잊어간다해도 지금 이 순간 제 마음으로부터 아주 작은 축복의 속삭임을 그녀에게 보내고 싶어요... "비록 힘들지만 세상은 충분히 아름답고 당신은 당당히 세상의 그 아름다움을 충분히 누릴 수 있을만큼 충분히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오늘도 기쁜 날 되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