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세월에 묻혀 바람에 날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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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3-10-16 | 조회수2,243 | 추천수36 | 반대(0) 신고 |
10월 17일 금요일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루가 12장 1-7절
"참새 다섯 마리가 단돈 두 푼에 팔리지 않느냐? 그런데 그런 참새 한마리까지도 하느님께서는 잊지 않고 계신다. 더구나 하느님께서는 너희의 머리카락까지도 낱낱이 다 세어 두셨다. 그러므로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는 그 흔한 참새보다 휠씬 더 귀하지 않느냐?"
<세월에 묻혀 바람에 날려>
언젠가 제 하늘만 온통 잿빛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마치도 깎아지르는 낭떠러지 사이로 난 좁은 외길을 걷는 것처럼 불안하고 초조하던 하던 시절이었지요. 돌파구를 찾아보려고, 상황을 반전시켜보려고 발버둥을 칠수록 여건은 더욱 어려워져만 갔습니다.
그리고 제게 남은 것이 두려움이었습니다. "이런 나를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데서 오는 두려움, "나 자신을 나도 잘 모르겠음"에서 오는 두려움, 시시각각으로 죄어오는 듯한 죽음의 그림자에 대한 두려움, 너무나 무거울 것만 같은 십자가에 대한 두려움...모든 것이 다 두려움의 대상이었습니다. "이러다 내가 제 명대로 못살지"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결국 기진맥진해져 자포자기한 상태에 도달해서야,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바닥까지 내려가서야 하느님께서는 제게 한가지 깨달음을 주셨습니다. 그 깨달음은 대가를 톡톡히 치른 후에 얻게 된 깨달음이었기에 제게는 너무나 소중한 깨달음이었지요.
그것은 다름 아닌 "모든 것은 지나간다. 하느님만이 영원하시다"는 진리에 대한 깨달음이었습니다.
"사랑도 지나가고 미움도 지나간다. 행복도 잠시 지나가고 불행도 잠시뿐이다. 영원할 것만 같은 우리의 인생도 한 순간이기에 견딜 수 없는 죽음과도 같은 고통도 잠시면 지나간다. 만사가 지나가지만 하느님만이 영원하시다"는 진리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면서 천천히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될 수가 있었습니다.
결국 인간 존재란 다른 모든 피조물과 다를 바 없이 어느 순간 이 세상에 왔다가 어느 순간 자취도 없이 사라지는 유한한 존재입니다. 돌아보니 세상 모든 것이 지나가는데,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르면 다들 자취를 감추는데 나만 영원히 살겠다는 이기심이 두려움의 근원이었습니다.
"나는 언제까지나 약해져서는 안되고 병들어서는 더욱 안되며 그로 인해 죽어서는 죽어도 안 된다. 자존심 상하는 일은 내 사전에 있을 수 없다"는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이 결국 두려움의 원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약해지는 모습을 죽어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입니다. 존재의 상실에 대한 두려움은 참으로 큰 것입니다.
누군가의 표현처럼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일출의 장엄함이 아침 내내 계속되지 않으며 일몰의 아름다움이 한밤중까지 이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원하신 하느님께서는 영원히 존재하십니다."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요소 중에 가장 두드러진 요소 가운데 하나가 존재의 상실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두려움은 우리 자신의 내면 안에서 일어나는 심리적인 변화인데, 결국 우리 자신이 스스로 선택해서 화를 초래하지요.
두려움은 두려움 자체로 끝나지 않습니다. 두려움은 또 다른 두려움을 낳고 두려움은 또 다른 두려움을 가져옵니다. 그 결과 심신이 약해지고 삶은 고통 그 자체가 됩니다.
이런 우리 인간들의 근본적인 취약점을 잘 파악하고 계셨던 예수님이셨기에 "두려워하지 마라"고 당부하십니다.
오늘 하루 하루에 가장 큰 의미를 두고 최선을 다하면 좋겠습니다.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은 하느님께 맡기면 더욱 좋겠습니다.
나 역시 그리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 세월에 묻혀 바람에 날려 흩어져갈 유한한 존재라는 사실을 늘 기억하고 마음 편히 먹고 겸손하게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도 매사를 하느님과 연관시키고, 인생의 목표를 자기 자신이 아니라 주님의 영광 위해서 설정하는 사람에게는 두려움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매일의 성서 말씀을 충실히 묵상하면서 말씀 안에서 살고자 노력할 때, 말씀에서 나오는 생명의 에너지는 우리가 담대하게 두려움에 맞설 수 있도록 힘을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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