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복음산책 (성 이냐시오) | |||
---|---|---|---|---|
이전글 | 세월에 묻혀 바람에 날려 | |||
다음글 | 속사랑(103)- 질투는 나의 힘 | |||
작성자박상대 | 작성일2003-10-17 | 조회수1,688 | 추천수14 | 반대(0) 신고 |
◎ 2003년 10월 17일 (금)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
▣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35?-110?)
성 이냐시오는 베드로 사도를 이어 제2대, 또는 베드로 사도와 성 에보디오(?-64?) 주교에 이어 시리아 지방의 안티오키아 교회의 제3대 주교로 알려진 인물이다. 전설에 의하면 제자들이 길에서 누가 제일 높은 사람인가를 두고 다투었을 때, 예수께서 그들 앞에 내세운 한 어린이가(마르 9,34-37) 사도 요한의 가르침을 받아 후일 성 이냐시오 주교가 되었다고 하나 신빙성이 전혀 없다. 107년경 로마의 트라야누스 황제(98-117)가 안티오키아를 방문하여 그리스도교인들에게 배교와 죽음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강요하였다. 이냐시오는 죽음을 택하여 시리아에서 로마로 압송되었고, 110년경 콜로세움 경기장에서 맹수의 밥이 되었다. 이는 성인이 로마교회에 보낸 편지에 기록한 대로 이루어진 것이다. "저를 맹수의 먹이가 되게 놔두십시오. 그것을 통해서 제가 하느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저는 하느님의 밀이니 맹수의 이빨에 갈려서 그리스도의 깨끗한 빵이 될 것입니다."(로마교회 편지 4,1)
교부신학의 연구에 의하면 성 이냐시오는 "가톨릭교회" 라는 용어를 교회사상 처음으로 사용하였으며, 교회의 일치를 무엇보다 염려하여 "로마 교황의 수위권"을 강조하였다. 성인은 시리아에서 로마로 압송되는 동안 교회의 조직과 그리스도인의 슬기로운 신앙생활에 관한 일곱 통의 편지를 주변 교회에 써 보냈다.(에페소교회, 막네시아교회, 트랄리아교회, 로마교회, 스미르나교회, 필라델피아교회, 스미르나의 주교 폴리카르포)
[오늘의 복음] 루가 12,1-7 <하느님께서는 너희의 머리카락까지도 낱낱이 다 세어 두셨다.>
1) 그러는 동안 사람들이 수없이 몰려들어 서로 짓밟힐 지경이 되었다. 이때 예수께서는 먼저 제자들에게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누룩을 조심하여라. 그들의 위선을 조심해야 한다" 하고 말씀하셨다. 2) "감춰진 것은 드러나게 마련이고 비밀은 알려지게 마련이다. 3) 그러므로 너희가 어두운 곳에서 말한 것은 모두 밝은 데서 들릴 것이며 골방에서 귀에 대고 속삭인 것은 지붕 위에서 선포될 것이다." 4) "나의 친구들아, 잘 들어라. 육신은 죽여도 그 이상은 더 어떻게 하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5) 너희가 두려워해야 할 분이 누구인지를 알려 주겠다. 그분은 육신을 죽인 뒤에 지옥에 떨어뜨릴 권한까지 가지신 하느님이다. 그렇다. 이분이야말로 참으로 두려워해야 할 분이다. 6) 참새 다섯 마리가 단돈 두 푼에 팔리지 않느냐? 그런데 그런 참새 한 마리까지도 하느님께서는 잊지 않고 계신다. 7) 더구나 하느님께서는 너희의 머리카락까지도 낱낱이 다 세어 두셨다. 그러므로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는 그 흔한 참새보다 훨씬 더 귀하지 않느냐?"◆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사람보다는 죄를 미워하라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에 대한 예수님의 책망과 불행선언의 대단원이 막을 내렸다. 그런데 예수님으로부터 크게 꾸지람을 들은 그들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었다. 물론 책망이나 질타를 듣고 기분 좋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지만, 충고에 감사하는 자세도 미덕(美德)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바리사이와 율사들은 예수께 앙심을 품고 질문공세를 펴 대답에서 트집을 잡으려는 등 반격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11,53-54)
예수께서 모욕적인 언사를 통하여 바리사이와 율사들의 기세를 꺾었다는 소식이 삽시간에 주위로 퍼져 나간 모양이다. 오늘 복음의 시작부분이 언급하듯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서로 짓밟힐 지경이 되었다니 말이다. 예수께서는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룬 군중을 둘러보시면서 제자들을 가르치기 시작하셨다.
첫 번째 가르침은 우선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관련된 것으로서, 그들의 누룩과 위선을 조심하고 경계하라는 것이다.(1절)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예수께서 비록 바리사이파 사람들을 책망하고 그들에게 불행과 화를 예고하셨지만, 조심해야 할 것은 그 사람들 자체가 아니라 그 사람들의 누룩과 위선이라고 말씀하신 점이다. 역시 예수께서는 사람보다는 사람의 죄를 미워하신다. 누룩이란 사람에게 유익한 것으로서 원래 술을 만들 때 사용하는 발효제이다. 누룩은 미소한 양이라도 전체에 큰 효과를 내는 역할을 한다. 바로 이 점을 바리사이들의 고질적인 형식주의에 빗대어 "누룩을 조심하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이런 누룩에 한번 젖어들면 전체를 주체하기 힘들어지기 마련이다.
두 번째 가르침은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이 지금은 감춰진 듯 제한된 장소와 시간의 범주 안에서 이루어지지만, 머지않아 온 세상에 선포될 것이라는 점이다.(2-3절) 오늘 우리가 성서를 통하여 예수님의 말씀을 들었다면, 이것이 바로 그 증거가 될 것이다. 예수께서 선포하시는 복음의 진리는 세상 모든 사람들을 향한 것이며, 또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선포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복음의 진리는 있으나 이를 선포할 사람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제자들은 자신의 사명이 무엇인가를 서서히 깨닫는다.
세 번째는 제자들이 진정 두려워해야 할 존재가 누구인지에 관한 가르침이다.(4-7절) 그 존재는 당연히 하느님이시다. 하느님께서는 영(靈)과 육(肉)의 모든 세계를 지배하시고 이를 권능으로 다스리는 분이시다. 그분은 제자들을 참새보다 훨씬 더 귀하게 여기시고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두실 정도로 사랑하신다. 따라서 제자들은 자신들을 박해하는 자는 물론 세상의 어떤 것에서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제자들이 하느님 외에 다른 무엇을 겁 없이 여기거나 업신여기라는 말은 아니다. 하느님께서 세상과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당신 외아들을 보내주신 일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이 기회에 예수의 성녀 데레사의 기도를 다시 한번 드려보자.
"아무 것도 너를 혼란스럽게 하거나 아무 것도 너를 두렵게 할 수 없으니, 모든 것은 사라지게 마련이나 하느님 한 분만은 언제나 변함 없도다. 인내함이 모든 것을 얻게 하니 하느님을 소유한 자에게는 아무 것도 모자라는 것 없으니, 하느님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로다." [예수의 성녀 데레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