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빈곤이 거지처럼 달려 들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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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03-10-17 | 조회수1,721 | 추천수12 | 반대(0) 신고 |
"조금만 더 자야지, 조금만 더 눈을 붙여야지, 조금만 더 일손을 쉬어야지" 하였더니
가난이 부랑배처럼 들이 닥치고 빈곤이 거지처럼 달려 들었다. (잠언 24,33)
새벽미사가 끝나고 성체조배를 하는 중에 잠언을 읽다가 위의 귀절에 머물러졌습니다.
처음에 묵상이 되는 것은 현실적인 일들을 미루고 게을리 하였을때 일이 잘될리가 없는 점이었습니다.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습니다.
그 다음엔 영적인 면에서 내자신에 갇혀서 주님께로 나아가는 것을 게을리 하였을때 "영적인 가난과 빈곤이 부랑배처럼 거지처럼 들이 닥치겠구나" 라는 점이었습니다.
나만의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서 주님께 내어 드리는 것을 "조금 더 제가 생각해보고요" 라고 미루고 생활 하였던 영적인 게으름과 마음의 빈곤함을
이 시간 주님께 내어 드립니다.
한달전 쯤, 제가 사는 인근 성당의 미사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미사중에 들었던 신부님 강론 말씀이 생각납니다.
유방암에 걸린 자매가 5번의 항암 치료를 받고 속이 미슥거려서 깍뚜기가 먹고 싶었지만 설상가상으로 남편의 사업도 쫄딱 망하여 생계자체도 곤란한 처지인지라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깍뚜기 국물만 있었답니다.
하는 수 없이 상가에 전화를 걸어 무우를 조금 보내주시면 갚아드리겠다고 하였더니 사람을 보내라하여 초등학교 4학년인 딸을 보냈습니다.
아파트 베란다로 내려다 보니 딸아이가 무우를 질질 끌릴듯 말듯 힘겹게 가지고 오는 것을 보고 이 자매는 엉금엉금 기어서 침대로 오자 기진해서 그냥 잠으로 빠져 들었습니다.
한참이 지난 후 버스럭 거리는 소리에 깨어보니 딸아이와 6학년인 아들이 싱크대에서 "우리 엄마가 저렇게 아프신데 어떻게 깍뚜기를 담그실 수가 있겠느냐" 며 둘이서 무우를 썰고 있더랍니다.
예수님께서 오직 우리 인간을 위하여 때로는 머리 누일곳조차 없이 떠돌아 다니시기도 하며 병을 고쳐주시고 갖가지로 해방시켜 주셨지만 고향 사람들은 벼랑 끝에서 떠밀려고까지 했을 때 예수님의 마음엔 암 덩어리가 퍼지고 있지 않았을까?
어린 자녀들이 엄마의 마음과 상황을 헤아려 보듯이 예수님의 마음을 헤아려보고 그 비참함을 느껴보라는 강론이셨습니다.
아마도 예수님께서는 제마음에 애타게 오시고 싶어 하시는데 저는 자신만의 생각이나 감정에 사로 잡혀서 예수님을 의식하지도 못하고 있을때 마음이 아프실 것 같았습니다.
제가 느끼고 있는 감정의 사치가 부끄러워졌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고 누리고 있는 풍성함에 감사할 줄 모르고 영적인 빈곤과 가난함에 빠져있던 자신을 돌이켜 보게 되었습니다.
"고생하고 무거운 짐진자 내게로 오라" 하신 주님께 삶의 무게에 짓눌려 고통받고 있는 이들과 근심 걱정에 짓눌려 사는 많은 형제 자매들과 함께 영적인 빈곤과 가난함과, 생활속의 안일함과 게으름에 빠졌던 자신을
이 시간 주님께 내어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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