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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성 루가 복음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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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3-10-18 조회수1,692 추천수18 반대(0) 신고

◎ 2003년 10월 18일 (토) - 성 루가 복음사가 축일

 

[오늘의 복음]  루가 10,1-9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다.>

 

  1) 그때에 주께서 달리 일흔 두 제자를 뽑아 앞으로 찾아가실 여러 마을과 고장으로 미리 둘씩 짝지어 보내시며 2) 이렇게 분부하셨다.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으니 주인에게 추수할 일꾼들을 보내 달라고 청하여라. 3) 떠나라. 이제 내가 너희를 보내는 것이 마치 어린양을 이리떼 가운데 보내는 것과 같구나. 4) 다닐 때 돈주머니도 식량 자루도 신도 지니지 말 것이며 누구와 인사하느라고 가던 길을 멈추지도 마라. 5) 어느 집에 들어가든지 먼저 ’이 댁에 평화를 빕니다!’ 하고 인사하여라. 6) 그 집에 평화를 바라는 사람이 살고 있으면 너희가 비는 평화가 그 사람에게 머무를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너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7) 주인이 주는 음식을 먹고 마시면서 그 집에 머물러 있어라. 일꾼이 품삯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8) 이 집 저 집으로 옮겨 다니지 말라. 8) 어떤 동네에 들어가든지 너희를 환영하거든 주는 음식을 먹고 9) 그 동네 병자들을 고쳐 주며 하느님 나라가 그들에게 다가왔다고 전하여라."◆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복음과 선교사명

 

  정확한 사실이라 보긴 어렵지만 루가복음과 사도행전의 저자로 알려진 성 루가는 시리아 지방 안티오키아에서 이방인 가정의 아들로 태어나 그리스도교 신앙으로 개종하였다. 사도 바울로의 서간들에 의하면 루가는 직업상 의사였고 바울로의 동반자로서 두 번의 선교여행을 함께 하였다.(골로 4,10-14; 2디모 4,11; 필레 1,24) 루가는 복음을 저술하는 과정에서 예수어록과 마르코복음을 원전(原典)으로 삼았으나 복음서 전체에 흐르는 고유한 사상과 섬세함을 미루어 볼 때, 루가는 복음사가들 가운데 그리스 어문에 가장 뛰어난 사람이었고, 상당한 교육을 받은 사람임을 알 수 있다. 당시 안티오키아에 유명한 학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루가는 특히 가난한 사람들과 죄인들에 대한 하느님의 자비와 예수님의 사랑을 강조하고, 기도의 중요성과 성령 하느님의 능력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성서학자들은 루가복음을 일컬어 "자비의 복음", "보편적 구원의 복음", "가난한 사람들의 복음", "절대적 재생의 복음", "기도와 성령의 복음", 또는 "기쁨의 복음" 이라 부른다. 루가의 죽음에 관한 기록은 어디에도 없으나 전설에 의하면 그리스의 남부 파트라스에서 순교하였다고 한다.

 

  루가는 자신의 복음서 1장에서 24장 전체에 걸쳐 많은 부분 고유의 특수사료를 삽입하여 복음서를 풍부히 하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오늘 복음이다. 오늘 복음은 예수께서 12제자 외에도 따로 일흔 두 제자를 뽑아 앞으로 가실 곳으로 파견하시면서 그들이 해야할 일과 함께 엄격한 여장규칙을 훈시하시는 내용이다. 루가는 마르코와 마태오에서와 같이 12제자의 파견에 관한 보도는 이미 하였다.(마태 10,5-11,1; 마르 6,6-13; 루가 9,1-6) 루가는 이것으로 예수님의 갈릴래아 활동기를 사실상 마무리지었다. 그리고 예수님과 그 일행은 예루살렘을 향하여 긴 여정에 오른다. 그런데 사마리아 사람들의 예수일행에 대한 거부와 냉대로 말미암아(루가 9,52-56) 전혀 새로운 데카폴리스와 베레아 지방을 두루 거쳐 예루살렘으로 상경해야 하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또 한번의 제자파견은 지극히 필요한 사안으로 추정된다. 이에 루가는 "일흔 두 제자의 파견사화"(10,1-16)를 창작하여 자신만의 특수사료로 다루고 있는 것이다.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으니 주인에게 추수할 일꾼들을 보내 달라고 청하여라"(2절)는 예수님의 말씀이 일흔 두 제자의 파견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예루살렘을 향한 여정은 먼데 시간은 촉박하다는 뜻이다. 즉 예수께서 복음을 전해야 할 곳은 많은데, 종말론적 하느님의 심판이 목전에 왔다는 것이다. "추수" 라는 상징어가 사태의 심각성을 더해준다.

 

  성 루가 복음사가 축일이 들려주는 오늘 미사의 복음은 우리 교회의 "복음과 선교의 사명"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종말론적 하느님의 심판이 목전에 왔다는 사태의 심각성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비중으로 크다. 추수해야 할 곡식이 온 세상에 널려 있는데 일꾼인 우리들은 내 밭에 있는 곡식추수에만 몰두하고 있다.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가 제공하는 2002년 우리나라 교세통계에 의하면 총인구 48,517,871명에 신자수는 9%에 달하는 4,347,605명이다. 이 중에 주교가  28명, 신부가 3,397명, 수사가 1,263명, 수녀가 9,416명, 신학생이 1,436명, 선교사·교리교사가 1,344명이다. 통계상의 일꾼은 매년 증가한다. 그러니 일꾼이 모자란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더욱이 지난 5년간 세례자 증감상태를 보면, 전년도에 비해 1998년에 3,5% 증가, 1999년에 12,7% 증가, 2000년에 5,9% 감소, 2001년에 7,5% 감소, 2002년에 15,8% 감소로 나타난다. 이는 결코 모자라지 않는 일꾼들이 추수할 것이 많은데도 추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1999년에 세례자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은 세상종말의 휴거열풍 때문이었을 것이다. 위의 자료는 단순한 통계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교회가 갈수록 침체되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에 우리는 "복음과 선교의 사명"을 다시금 손과 발에 불붙이고, "선교상의 여장규칙"을 머리와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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