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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연중29주간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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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3-10-20 조회수1,450 추천수11 반대(0) 신고

◎ 2003년 10월 20일 (월) - 연중 제29주간 월요일

 

[오늘의 복음]  루가 12,13-21

<네가 쌓아 둔 것은 누구의 차지가 되겠느냐?>

 

  13) 군중 속에서 어떤 사람이 예수께 "선생님, 제 형더러 저에게 아버지의 유산을 나누어주라고 일러주십시오" 하고 부탁하자 14) 예수께서는 "누가 나를 너희의 재판관이나 재산분배자로 세웠단 말이냐?" 하고 대답하셨다.

15) 그리고 사람들에게 "어떤 탐욕에도 빠져들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사람이 제아무리 부요하다 하더라고 그의 재산이 생명을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 하시고는 16) 비유를 들어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떤 부자가 밭에서 많은 소출을 얻게 되어 17) ’이 곡식을 쌓아 둘 곳이 없으니 어떻게 할까?’ 하며 혼자 궁리하다가 18) ’옳지! 좋은 수가 있다. 내 창고를 헐고 더 큰 것을 지어 거기에다 내 모든 곡식과 재산을 넣어 두어야지. 19) 그리고 내 영혼에게 말하리라. 영혼아,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너는 이제 몇 년 동안 걱정할 것 없다. 그러니 실컷 쉬고 먹고 마시며 즐겨라’하고 말했다. 20)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이 어리석은 자야, 바로 오늘 밤 네 영혼이 너에게서 떠나가리라. 그러니 네가 쌓아 둔 것은 누구의 차지가 되겠느냐?’ 하셨다. 21) 이렇게 자기를 위해서는 재산을 모으면서도 하느님께 인색한 사람은 바로 이와 같이 될 것이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집착과 탐욕, 자유와 청빈

 

  부자(富者)와 빈자(貧者), 소유(所有)와 포기(抛棄)에 관한 문제는 루가복음의 주요 관심사 중의 하나이다. 가진 것이 많으면 삶의 영위에 다소 풍족함이 있겠으나 그만큼 걱정이 많게 되고, 가진 것이 없으면 아쉬움은 있으나 걱정은 그만큼 적다. 소유는 집착과 탐욕을, 포기는 자유와 청빈을 가져오기 마련이다. 부자는 육체를 따라 살고, 빈자는 영혼을 따라 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자는 재물로 삶의 고통을 이기려 하지만 빈자는 영혼으로 그 고통을 극복해 나간다. 루가복음은 12,13-34에서 예수님의 부(富)와 빈(貧)에 대한 가르침을 전해준다.

 

  원칙적으로는 율사들이 민사소송의 판결을 내리는 법이다. 허나 율사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버리신(11,45-52) 예수님께 유산의 정당한 분배를 요청하는 것이 그렇게 무리는 아닌 듯 싶다.(13절) 그러나 예수님은 누가 당신을 재판관이나 재산분배자로 세웠냐는 반문으로 요청을 일축(一蹴)하셨다.(14절) 이는 예수께서 젊은이의 요청을 막연히 피하고자 하심이 아니라, 요청 안으로 파고들 심산(心算)이셨던 것이다.

 

  가르침의 핵심은 "재산이 생명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15절)는 것이다. 재산은 오히려 탐욕을 불러와 생명을 더 위태롭게 할뿐만 아니라, 탐욕이 극에 달하면 생명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어리석은 부자의 예화"가 잘 말해준다. 예화에 등장하는 부자의 어리석음은 자기 밭에서 얻은 많은 소출을 전부 자기만의 것으로 생각한데 있다. 부자는 철저하게 자기중심적 사고와 행동의 소유자이다. 부자는 소유와 저장을 바탕으로 인생을 만끽할 계획을 세우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계획으로 끝나버린다. 이는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께서 바로 그날 밤 부자의 숨을 거두어 가실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주인이라도 그렇지, 좀 심한 처사가 아닌가 하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하느님의 마음에 달렸다. 주인이신 그분이 원하시면 그렇게 도로 가져가시는 것이다.

 

  다음은 "아름답고 감동적인 305억원 기부" 사실에 대한 부산일보 2003년 10월 16일자 5면에 게재된 사설 1의 내용이다. 부산 동래구 금사동 소재 "㈜태양 송금조 회장이 사재 305억원을 털어 부산대학교에 대학발전기금으로 출연했다... 지방에선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기부금 소식인 데다 상상을 뛰어넘는 거액이어서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특히 송 회장의 출연금은 대학발전기금으론 국내 최고액이다. 자고 나면 정경유착의 검은 돈 수수 관련 기사가 매스컴을 장식하는 세태에서 송 회장의 기부금 소식은 세상을 살 맛나게 만든다. 경남 양산에서 태어난 송 회장은 가난한 어린 시절을 겪으며 자수성가한 대표적인 향토기업인으로 꼽힌다. 송 회장은 기업경영으로 많은 돈을 모았지만 돈을 허투루 쓰지 않는 알뜰 기업인으로 알려졌다. 305억원은 송 회장이 입을 것, 먹을 것을 아끼며 모은 재산이라고 한다. 이같이 모은 돈을, 그것도 거액을 선뜻 내놓았으니 얼마나 아름답고 감동적인 기부인가. 송 회장은 탄탄한 기업들과 학교(부산 북구 구포동 소재 경혜여고)까지 소유하고 있지만 일상생활은 근검절약 그 자체라고 한다. 송 회장은 평소에 주위 사람들에게 ’돈을 알뜰히 모아 좋은 일에 쓸 것’이라고 말해 왔다. 이번 기부금 쾌척(快擲)은 송 회장의 생활철학을 실천한 것으로 보인다. 송 회장은 부산대에 인재 육성을 당부했다. 인재를 키워야 지역의 미래가 보장된다는 노(老) 기업인의 예지를 읽을 수 있다. 김인세 총장은 ’송 회장의 뜻에 따라 부산대를 세계 속의 명문대학으로 발전시키고 인재 양성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다..."

 

  참으로 아름답고 감동적인 일이다. 동시에 부럽다는 생각도 해봤다. 사람의 마음 안에 하느님을 위한 공간의 마련은 수고 없이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여기에는 큰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재물을 인생의 전부인양 여기면 사는 삶은 시편작가가 말하듯 "하느님이 어디 있느냐?"(14,1) 라고 생각하는 실용적인 무신론자(無神論者)의 삶과 같다. 다행히 세상에는 부자보다는 빈자가 더 많다. 자기 탓이든 남의 탓이든 세상에 빈자가 더 많다는 것은 실용적인 유신론자(有神論者)가 더 많음을 뜻한다. 실용적(實用的)이라는 말은 경우에 따라서 그렇다는 뜻이다. 그러나 생(生)을 마감하는 순간에는 누구나 하느님 앞에 실제적인 유신론자가 되어 빈손으로 그분 앞에 서야할 것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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