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저희 집에 불이 났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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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황미숙 | 작성일2003-10-23 | 조회수1,957 | 추천수20 | 반대(0) 신고 |
나는 이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이 불이 이미 타올랐다면 얼마나 좋았겠느냐? 루가 복음 12, 49
....우리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누군가에 의해 신앙적인 감화나 신앙을 가지게 된 주님의 특별한 인도하심을 체험하게 되는데요, 저 역시 오늘 복음 "나는 이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는 주님 말씀처럼 제가 가톨릭 신앙인이 될 수 있었던 건 순전 100% 주님의 은총으로 저희 집 최초로 "성령의 불"을 지르신 제 친 할머니를 제 신앙안에서 늘 가슴 깊이 기억하고 있답니다. 저는 특별히 할머니 사랑을 많이 받으며 자랐고 또 가톨릭 신앙의 뿌리를 심어 주신 분이 제 친 할머니이셨기 때문에 지금도 성당이나 기타 다른 장소에서도 할머니들을 좋아한답니다. 내 사랑 마리아 할머니처럼요!
물론 제 친 할머니는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 고협압으로 돌아가셔서 안 계시지만 제가 냉담중이었을 때, 또 제가 신앙적으로 방황하거나 제 삶의 어려운 고비 때마다 제 가슴 깊은 곳 어디선가 할머니의 불꽃 같은 음성을 듣곤 한답니다. 제가 어쩜 지금 이 순간 가톨릭 사이트에서 이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100% 제 할머니의 신앙적인 노고와 수고로움 덕분으로 생각하고 있답니다. 사실 저는 그리 신심 돈독하고 특별한 사람은 아니지만요.(겸손을 가장한 이야기가 아니랍니다.^^)
제 친 할머니, 故 안나 할머니는 정말 어렵게 저희 집안에 가톨릭 신앙의 불을 지르시고 할머니 자신은 그 불에 태워져 지금은 "한 알의 밀알"로 잘 썩은 좋은 비료가 되셔서 지금은 저희들 가슴속에 불꽃처럼 남아계시답니다. 요즘은 사이비 종교 포함 많은 종교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그 많은 종교중에서 제가 가톨릭 신앙인이 될 수 있었던 건 순전 저희 할머니를 통해 역사하신 주님의 크시고 크신 은총이 아니실련지요. 그 주님의 은총은 저희 할머니의 지난하고도 힘겨운 삶을 통해 끊임없이 저희 집안에서 역사하시며 저희 가족들을 부르고 계셨답니다.
저희 할머니는 삼십 대 중반에 홀로 되셔서 장성한 두 아들들을 병으로 잃으시고(후에 알았지만) 할아버지께서 남겨두신 재산들을 하나 하나 처분하셔서 날이면 날마다 당신에게 닥쳐오는 그 고통들에서 헤어나오시기 위해 무당굿으로 가산을 거의 탕진하시다피 하셨답니다. 그러나 12년 동안 하혈하다 마지막에 주님의 옷자락을 잡은 하혈한 여인처럼 무당굿과 개신교를 전전하시던 그 어느 날 주님의 인도하심으로 가톨릭 교회에 입교하시게 되셨답니다. 오, 놀라우신 주님께 감사를!
저희들은 제 친 할머니께서 돌아 가신 훨씬 후, 젊은 시절 할머니께서 무당 굿판을 거의 날이면 날마다 벌이셨다는 이야기들을 저희 고모들께 전해 듣고 무척 놀랐었답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원래 종교적 심성이 강하다고 들었는데 제 할머니 세대엔 가톨릭 신앙이 그리 널리 전교 되어지지 않았던 이유도 있으셨겠지만 저희 친 할머니 세대의 많은 분들처럼 제 할머니도 종교에 귀의하고자 하셨던 열망이 무척 강하셨던가 봅니다. 그 숱한 무당 굿들과 절에 가셔서 "비나이다, 비나이다"를 하셔도 당신 삶에 내 던져진 피할 수 없는 많은 고통들(주로 장정들의 요절과 가세의 기울어짐)엔 궁극적인 마음의 위안이나 그 고통들에 대한 해결책을 찿지 못하시고 방황에 방황을 거듭하시다 어찌 어찌 하여 개신교 교회를 잠깐 다니셨는데, 개신교도들이 마룻바닥을 손바닥이나 주먹으로 마구 꽝 꽝 치며 통성 기도하는 모습들과 기타 너무 붕 뜬 분위기들이 할머니와 맞지 않으셔서 발길을 끊으시고 오묘하신 주님의 인도하심으로 제가 다섯살 때 가톨릭에 입교하사 저희 집에 영원히 꺼지지 않는 "주님의 뜨거운 불"을 확~지르셨답니다. 그 불로 저희 할머니는 그 동안 저희 집안에 내려 온 모든 가계적인 아픔들과 죄악들, 비신앙적이었던 모든 것들에 과감한 종지부를 찍으시며 그러한 것들을 성령의 불로 훨 훨 태워버리셨답니다. 물론 당신 자신 또한 마음속에 받으셨던 모든 풀리지 않고 치유 되어지지 않았던 상처들과 고통들을 다 치유 받으셨음은 물론이구요.
정말 주님은 화끈하게 저희 집에 불을 지르셨어요. 저희 집에 불을 지르시고도 지금까지 방화범으로 저희 가족들에 의해 신고되어지지 않은 건 참 이상하지만요.^^ 아마 지금도 여기 저기서 불을 지르고 다니실거예요. 마리아 할머니나 제 친할머니 같으신 보이지 않는 작은이들-숨은 꽃들을 통해 오묘하게 많은 이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고 다니시는 사랑스러운 "방화범 주님!"
저희집안은 그리 부자도 명예로운 집안도 아니고 신앙적으로도 내세울 만큼 모범적인 신앙 가족도 아니며 가끔씩 분열과 갈등과 고통들속에서 희미하게 그 불꽃들이 꺼질려는 순간들도 있어 왔지만 아직까지 저희 가슴속에 남겨둔 할머니의 불꽃 같은 음성 "어떠한 일이 있어도 자손 대대로 가톨릭 신앙을 지켜라"는 저희 할머니의 마지막 유언을 가슴속에 늘 되새김질 하며 살아오고 있답니다. 마흔 살에 미디안으로 달아나 사십년 동안 시나이 광야를 헤맸던 모세가 가시덤불의 불꽃속에서 주님의 음성을 들었던 것 처럼 제 할머니의 지난하셨던 삶을 통해 저희 가족들은 주님의 음성을 듣게 되었답니다. 주님, 지금 제 가슴속에도 그 불이 꺼지지 않고 타오르고 있나요? 주님, 저도 제 할머니 같은 방화범이 되고 싶어요! 아멘!
오늘도 기쁜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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