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올인 | |||
---|---|---|---|---|
이전글 | 하고 싶어도 | |||
다음글 | [RE:5799] | |||
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3-10-25 | 조회수2,352 | 추천수27 | 반대(0) 신고 |
10월 26일 연중 제30주일-마르코 10정 46-52절
"소경은 겉옷을 버리고 벌떡 일어나 예수께 다가왔다."
<올인>
오늘 복음의 주요 등장인물은 바르티매오란 소경입니다. 앞을 보지 못하게 되면서 바르티매오의 인생은 나락으로 빠져 들어갔습니다. 지니고 있던 모든 재산은 바닥났고, 아무런 생계수단도 없게 된 그는 점차 세상으로부터 잊혀져만 갔습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비록 앞은 못 본다 할지라도 먹고살아야만 했지요. 결국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회당 입구나 장터 한 모퉁이에 앉아 구걸을 하며 동물처럼 겨우겨우 연명해나가게 되었습니다. 비라도 오는 날이면 하루 온 종일 쫄쫄 굶어야만 했습니다. 칠순잔치나 초상이라도 나는 재수 좋은 날이면 한번씩 포만감을 느끼기도 하였지만, 대부분의 날들은 굶기를 밥먹듯이 했습니다.
완전히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진 자신의 신세가 너무도 한심스러웠던 바르티매오였습니다. 너무도 비참해진 자신의 처지를 생각할 때마다 죽고만 싶었지만 죽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바르티매오에게 기회가 찾아옵니다. 실추될 대로 실추된 자신의 인생을 반전시킬 호기가 찾아온 것입니다. 바르티매오는 직감적으로 느꼈습니다. 이번이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 기회는 다름 아닌 나자렛 사람 예수와의 만남이었습니다. 바르티매오는 이 예수님과의 만남에 자신의 남은 인생 전체를 걸었습니다. 올인한 것입니다. "죽어도 좋다. 남들이 뭐라 해도 좋다. 이분께 모든 것을 건다"며 마음가짐을 단단히 했습니다.
주변에서 조용히 하라고 계속 타일렀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였기에 바르티매오는 죽기살기로 간절히 부르짖었습니다. "다윗의 자손이신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자비를 베풀어달라"는 바르티매오의 말은 결국 "한번만 살려달라"는 말, "마지막으로 한번만 기회를 달라"는 말입니다.
너무나 간절했던 바르티매오의 외침이 드디어 예수님의 귀에 도달합니다.
"용기를 내어 일어서라. 그분이 너를 부르신다"는 주변 사람들의 격려에 힘입어 바르티매오는 자신의 겉옷을 벗어버리고 벌떡 일어나 예수님께 달려갑니다.
주님이 부르신다는 소리에 자신의 겉옷을 벗어 던지고 일어선 바르티매오의 행동이 제게는 참으로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바르티매오는 주님께 나아가기에 앞서 그간 자신의 몸에 덕지덕지 걸치고 있었던 누더기를 과감하게 벗어 던졌습니다. 그간 자신이 걸치고 있었던 온갖 죄와 거짓과 자기기만을 함께 벗어 던져버렸겠지요. 그간 자신을 늘 괴롭혀왔던 가식과 위선마저 훌훌 벗어 던져 버렸을 것입니다.
이렇게 주님과의 참된 만남에는 "훨훨 벗어 던짐"이 전제조건입니다. 그 누군가가 진정으로 주님을 뵙고 싶다면, 진실로 한번 변화되고 싶다면 과감한 자기 버림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당신께로 나아갈 때, 보다 단순하고 소박한 모습으로 나아갈 것을 요구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주님 대전에서 우리는 그간 쌓아온 인생의 허물과 저질러온 과실에 대해서 이것저것 변명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바르티매오가 눈을 뜨게 되는 은총의 가장 직접적인 동기가 무엇인가 생각해봅니다. 역설적이게도 그것은 바르티매오가 오랜 세월 겪어왔던 답답함, 미칠 것만 같은 마음, 당장이라도 죽고 싶은 생각, 바로 그것들이었습니다.
극심한 삶의 고통, 비참함, 자존심 상함, 모욕 같은 요소들이 역설적으로 바르티매오의 인생을 자극했습니다. 그래서 "나도 보란듯이 한번 살고 싶다"는 생각에로 그를 이끌었고, 결국 자신에게 다가온 단 한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삶의 질곡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그 누군가가 바르티매오처럼 답답함, 비참함, 모욕, 자존심 상함을 느낀다면 그것은 결코 너무 슬퍼할 일이 아니겠습니다.
부끄러움을 무릅쓴 간절한 외침, 열렬한 바램이 있다면 하느님께서 절대로 우리를 저버리지 않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지금은 답답하기 그지없는 하루하루라 할지라도 반드시 주님께서는 언젠가 반드시 대대적으로 우리 삶을 크게 한번 바꿀 기회를 주실 것입니다. 그 기회가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다가올 것을 굳게 믿으며 하루하루 용기를 내고 그분께 매달리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