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복음산책 (연중 제30주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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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상대 | 작성일2003-10-26 | 조회수1,555 | 추천수7 | 반대(0) 신고 |
◎ 2003년 10월 26일 (일) - 연중 제30주일
[오늘의 복음] 마르 10,46-52 <선생님, 제 눈을 뜨게 해 주십시오.>
46) 예수와 제자들이 예리고에 들렀다가 다시 길을 떠날 때에 많은 사람들이 따라가고 있었다. 그때 티매오의 아들 바르티매오라는 앞 못 보는 거지가 길가에 앉아 있다가 47) 나자렛 예수라는 소리를 듣고 "다윗의 자손이신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하고 외쳤다. 48) 여러 사람이 조용히 하라고 꾸짖었으나 그는 더욱 큰소리로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하고 소리질렀다. 49) 예수께서 걸음을 멈추시고 "그를 불러오너라" 하셨다. 그들이 소경을 부르며 "용기를 내어 일어서라. 그분이 너를 부르신다" 하고 일러주자 50) 소경은 겉옷을 벗어버리고 벌떡 일어나 예수께 다가왔다. 51) 예수께서 "나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 하고 물으시자, 그는 "선생님, 제 눈을 뜨게 해 주십시오" 하였다. 52) "가라,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 예수의 말씀이 떨어지자 곧 소경은 눈을 뜨고 예수를 따라 나섰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믿음의 눈과 귀
대부분의 사람은 볼 줄도 알고 들을 줄도 안다. 사람은 그런 능력이 자기에게 있다는 사실을 안다. 할 수 있음을 안다는 것이 사람을 동물과 구별짓는다. 그러나 보고 듣는 감각기능이 고장을 일으키면 사람은 의기소침하게 되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평탄치 못한 인생을 살게된다. 보통 사람들은 거의 이렇게 생각한다. 사람에게는 사물을 보고 듣는 외적인 감각기관 외에도 보고들은 것을 감지(感知)하는 내적인 기관이 있다. 이 기관을 우리는 마음이라 부른다.
사람의 마음은 보고들은 것을 근거로 움직이지만, 보거나 듣지 않고도 작용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마음 또한 눈과 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눈은 앞에 있는 것만 볼뿐, 뒤에 있는 것은 볼 수 없으며, 귀는 소리나는 것만 들을 뿐 소리나지 않는 것, 즉 침묵을 들을 수는 없다. 그러나 마음의 눈은 외적인 눈이 보지 못하는 것도 보며, 마음의 귀는 소리나지 않는 것도 듣는다. 바로 하느님의 실재가 그렇다. 아무도 하느님을 사람의 외적인 눈이나 귀로 보거나 들을 수 없다. 그러나 마음의 눈과 귀는 하느님의 실재를 보고, 침묵 가운데 울리는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누구든지 하느님의 실재에로 마음의 문을 열게되면 인생의 행복을 보고, 들을 수 있게 된다.
오늘 복음은 예리고의 소경 바르티매오의 치유사화를 들려준다. 마르코복음에서는 이 기적이 공생활 중 사람에게 베푼 예수님의 마지막 기적이다. 소경은 자신이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보게 해 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는 보이지 않는 암흑을 향한 부르짖음이었다. 사람들은 그에게 무관심하다못해 조용히 하라고 윽박지르기까지 하였으나, 그는 나자렛 예수께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즉 티매오는 믿음의 눈으로 예수님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예수께서는 그가 이미 믿음의 눈으로 보고 있던 것을 실제로 보게 해 주셨다.(52절)
우리가 오늘 복음의 앞서간 대목을 보면 예수님의 세 번째 수난예고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베대오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이 예수님 나라에서 오른편과 왼편 자리에 앉기를 청하고 있다. 다른 제자들도 사실은 같은 마음이었다. 그들이 마음의 눈으로 보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었다. 스승은 머지않아 만신창이 되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을 것인데도 말이다. 오늘 복음의 티매오는 믿음의 눈을 가졌을 뿐 아니라, 침묵하지 않는 마음의 소리 또한 가지고 있었다. 이 소리가 바로 기도이다. 외적인 눈과 귀에 많이 의존하는 사람은 그만큼 마음의 눈과 귀의 기능이 떨어진다. 오늘 광명을 찾고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 예루살렘에 함께 입성하게 될 티매오는 급박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본받아야 할 모범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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