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허탈감, 공허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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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3-10-29 | 조회수3,623 | 추천수42 | 반대(0) 신고 |
10월 29일 연중 제30주간 수요일-루가 13장 22-30절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있는 힘을 다하여라."
<허탈감, 공허함>
"세월이 흐르면 좀 덜하겠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갈수록 유혹거리들은 왜 그리도 다양해지고, 또 그 강도가 높아 가는지 놀랄 지경입니다.
"좀 들러 즐기다 가라"는 곳은 얼마나 많은지요. "여기야말로 죽여주는 곳, 지상의 천국"이라고 손짓하는 곳은 또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꼭두새벽부터 늦은 밤 되기에 이르도록 하루 온종일 시시각각이 유혹의 순간들입니다.
"몸 상태가 천근만근이고, 또 어제 늦게까지 일했으니 오늘 새벽은 푹 좀 자자. 미사, 기도는 나중에 하지"하는 유혹은 제게 있어 가장 큰 유혹입니다.
성당에서 식당으로 가는 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식욕도 없는데 밥은 무슨 밥!"하며 그냥 방으로 들어가고픈 유혹도 큽니다.
컴퓨터를 켜면 여기저기 현란한 색조, 강렬한 문구로 시선을 끌면서 "한번 클릭해보라"는 유혹도 큰 유혹입니다.
"요즘 단풍이 좋은 시절인데..." 라는 생각과 함께 정처 없이 한번 떠나고픈 유혹도 대단한 유혹이지요.
"이곳은 교통 경찰관도 없는 곳이고, 남들이 다 불법으로 유턴하는데, 괜찮아!"하는 류의 유혹도 만만치 않습니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날씨도 스산한데, 어디 분위기 좋은 곳에 가서 한잔하자"는 유혹도 상당합니다.
그 외에도 숱하게 많은 유혹거리들이 강렬한 몸짓으로 나약하디 나약한 우리를 시시각각으로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순간 순간 챙겨보니 삶의 모든 국면이 다 유혹과 연결된 순간들이네요.
때로 유혹의 맛이 너무나 달콤하다보니, 또 너무 그럴듯해 보여서 그런지 정신 없이 그 유혹의 손길을 따라 헤매기도 합니다. 잘 극복해나가다가도 우리의 컨디션 여부에 따라 일순간에 모든 것이 "와르르" 무너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듯이 유혹의 끝에는 항상 강한 허탈감, 심한 공허함만이 우리를 비웃고 있습니다. 그 자리는 결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자리가 아니기에 우리가 계속 머무를 자리 역시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느낍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있는 힘을 다하여라"고 당부하십니다. 그냥 "노력하라"는 것이 아니라 "있는 힘을 다해서, 젖 먹던 힘까지 내라"고 강조하십니다.
당신 친히 한 인간으로서 인간의 나약함을 몸소 겪으셨던 예수님이셨기에, 우리의 나약함을 잘 알고 계셨던 예수님이셨기에 최선을 다해서 유혹을 극복하고 구원의 좁은 문을 향해 매일 나아가라고 강조하시는 것입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매일 매 순간 순간의 삶에 충실하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좁은 문을 선택한다는 것은 남들이 어떠하든, 무어라 하든 상관하지 않고 그리스도 신자로서 걸어야 할 길, 정도(正道)를 선택하라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신앙인으로서의 연륜에 상관없이 가끔씩 폭풍처럼 강렬하게 우리를 자극하는 유혹의 손길을 단호히 뿌리치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주님께서 가리키시는 그 좁은 문을 향해 의연히 걸어가는 오늘 하루 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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