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우리가 아직 살아있다는 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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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3-10-30 | 조회수3,208 | 추천수32 | 반대(0) 신고 |
10월 30일 연중 제30주간 목요일-루가 13장 31-35절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 날도 계속해서 내 길을 가야 한다. 예언자가 예루살렘이 아닌 다른 곳에서야 죽을 수가 있겠느냐?"
<우리가 아직 살아있다는 건>
오늘 예수님의 말씀은 듣는 이에게 참으로 비장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딱한 느낌, "짠한" 마음을 지니게 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 날도 계속해서 내 길을 가야 한다. 예언자가 예루살렘이 아닌 다른 곳에서야 죽을 수가 있겠느냐?"
예언자로서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너무도 당당하고 의연한 예수님의 모습에 감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그분의 길이 얼마나 외로웠겠는가? 얼마나 팍팍했겠는가?"를 생각합니다.
예수님은 철저하게도 인간이셨습니다. 오랜 기간 나자렛에서 한 평범한 인간으로서 가족, 친지, 친구들과의 관계 안에서 인간적인 정을 주고받으며 희로애락을 느끼면서 살아오셨지요.
예수님의 마음 한 구석에는 정겨운 가족들이나 친구들 사이에서 평범하지만 아기자기한 삶을 살아가고픈 유혹이 어찌 없었겠습니까?
목숨까지 내어바칠 정도의 추종자들 사이에서 존경과 흠모를 한 몸에 받으며 충만한 기쁨 속에 한 평생을 살아가고픈 유혹이 예수님이라고 어찌 없었겠습니까?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철저하게도 매일 자신을 통제하십니다. 집요하게 다가오는 안주본능과 매일 결별하며 오직 하느님 아버지께서 제시하신 그 길만을 따라가십니다.
오늘 하루만 "빠짝"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길을 가신 것이 아니라, "어제도 내일도 그 다음 날도 계속해서" 그 길을 가셨습니다.
안주하지 않고, 고집하지 않고, 아버지의 뜻과 계획에 따라 매일 쉼 없이 떠나는 삶, 그 삶이 바로 예수님의 한 평생이었습니다.
내 앞에 펼쳐진 길이 비록 죽어도 가기 싫은 길, 고통과 번민의 길, 외롭고 고달픈 길이라 할지라도 아버지께서 가라하시니 기꺼이 길을 나서는 오늘 우리의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박노해 시인의 표현처럼 "굽이 돌아가는 길", "고통스런 돌밭 길"이 비록 멀고 쓰라린 길이지만 의미 있는 길이며, 아름다운 길이며, 결국 예수님께서 걸어가신 길임을 기억하는 하루 되시길 빕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
올곧게 뻗은 나무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아름답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친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빠른 길보다는 산 따라 물 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 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 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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