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영혼을 위로한 용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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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봉순 | 작성일2003-11-02 | 조회수1,492 | 추천수17 | 반대(0) 신고 |
막심 퓌상이 지은 "연옥 실화" 에 "보상 미사 참례"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어머니가 딸에게 이렇게 말하고 죽었습니다." 부디 아버지와 엄마를 위해 기도해다오. 아버지는 주일 미사도 거의 빠 졌으니까." 그녀의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에 고해 성사도 보고 잘 준비한 뒤 병자 성사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주일미사 를 게을리 했던 것입니다.
딸은 이렇게 생각하고 계산 해 보았습니다." 아버지가 24년을 미 사에 빠졌으니까 일년에 지켜야 할 주일과 축일이 대개 56번이니 24년 간이면 1,344회가 된다. 나는 아버지의 이 게으름에 보상을 해야 한다."하고는 그로부터 4년간 매일 미사 참례를 하고 성체를 영했습니다. 그리고 1,344회째의 영성체를 끝마치고 그녀는 아버지 무덤에 참배하였습니다. 가슴에 기쁨이 가득하여 " 주께서 이제 나의 아버지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셨도다."하는 부르짖음이 나왔 다는 것입니다.
어느 날 저도 아버지의 꿈을 꾸었습니다. 돌아 가신지 십여 년이 훨씬 넘은 친정 아버지의 집이 보였습니다. 집안은 말끔히 정돈 되어 있었고 가구도 새것으로 바뀌어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유독 아버지만이 힘없이 누워 옆에 앉아 있는 친척에게 요즘은 자식들이 용돈을 주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꿈속에서도 저는 그동안 아버지께 너무 소홀했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부터 제가 용돈 을 매달 드리겠다고 했더니 그제서야 만족한 표정을 지으시는 것이 었습니다.
잠에서 깨어 교차되는 생각 속에서 결론을 내린 것은 그 용돈이란 바로 아버지의 영혼을 위한 기도와 연미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 고는 그 날부터 죽은 사람을 위해서는 처음으로 "묵주의 9일 기도" 를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54일간의 기도가 끝나던 날, 아버지의 성 묘를 하고나서 느낀 감정은 위의 이야기 주인공 같았을 것입니다.이 체험을 주제로 쓴 수필에 그 때의 환희를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순간 가슴에서는 어떤 생명의 꿈틀거림, 하나의 씨앗이 발아되는 듯한 감동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하느님의 은혜로 열린 귀에서는 "생명에 헌신하라"는 말씀도 들리는 듯 했습니다."
"성묘 객 하나 없는 평일 오후, 용인 천주교 묘지의 가을 풍경은 천상이 이런 곳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높고 푸른 하늘이 싸안은 정적 속에 저마다 미소를 머금은 가을 들 꽃, 낮은 음의 바람소리. 물감을 풀어 그린 수채화 같은 단풍잎, 잠든 이 모두가 살아 나와 움직일 것만 같은 부활의 무대만 같았습니다."
해마다 맞는 위령성월이면 우리의 곁을 떠나간 죽은 사람들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보고싶고 그리운 사람들입니다. 때로는 애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죽음에 대한 묵상을 하다가 못내는 가슴 한 곳이 무너지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러나 우리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가족이나 친지들을, 죽음 뒤에 기쁜 마음으로 다시 만나기 위해서는 기도 밖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우리들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아쉬운 이 이별의 보상을 내면에 깊이 깔리는 평화로 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위령성월을 보내는 한달 동안 "오늘의 묵상" 가족에게도 이런 평화가 함께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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