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바닷가에 사는 친구로부터의 초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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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3-11-03 | 조회수2,693 | 추천수31 | 반대(0) 신고 |
11월 4일 화요일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 기념일-루가 14장 15-24절
"잘 들어라. 처음에 초대받았던 사람들 중에는 내 잔치에 참여한 사람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바닷가에 사는 친구로부터의 초대>
요즘 같이 팍팍한 세상에 그나마 청량제 역할을 하는 요소, 삶의 작은 기쁨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다정한 사람들로부터의 "초대"일 것입니다.
물론 부담 가는 초대, 눈 도장을 찍기가 필수인 초대, 의무방어전처럼 치러지는 형식적인 초대가 많은 요즘, 절친한 친구로부터의 아무런 부담 없는 술 한잔에로의 초대 같은 경우 참으로 정겨운 초대여서 자다가도 우리를 벌떡 일어서게 만듭니다.
가끔씩 손에 쥐게 되는 연주회 티켓이나 놀이공원 티켓, 역시 우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지요.
언제고 "손맛 한번 보러 오라"는 바닷가에 사는 친구로부터의 초대는 밤잠조차 못 이루게 만듭니다.
"초대!" 참으로 우리를 흐뭇하게 하는 단어입니다. 우리를 살맛 나게 만드는 단어입니다.
그런데 정작 초대 중의 초대,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초대인 "주님의 초대", "영원한 생명에로의 초대" 앞에 제 태도는 어떠했는가 진심으로 반성합니다.
예수님과의 개별적인 만남에로의 초대, 예수님께서 직접 준비하신 성찬에로의 초대 앞에 저는 어찌 그리도 소극적이고 어찌 그리도 미온적인지요?
예수님의 초대인 미사! 우리가 가장 기뻐해야 할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초대입니다. "한잔하러 넘어 오라"는 초대보다 몇 천 배 행복해야할 초대임이 틀림없습니다.
저는 요즘 격식이 필요한 잔치 집에는 어느 정도 어울리는 적절한 옷차림으로 찾아가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라는 것을 오랜 시행착오 끝에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잔치에 초대받은 사람은 나름대로 준비를 갖추어야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까치집이 지어진 머리에 추리닝 차림으로 칠순 잔치에 갈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철에 맞는 양복을 꺼내 좀 다리고, 양말도 빵꾸 안 난 걸로 신경 써서 골라 신어야 됩니다. 축의금도 뒷호주머니에서 불쑥 꺼내 만 원짜리 한 장, 두 장, 세 장 그 자리에서 세어서 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주님의 초대에도 마찬가지로 준비가 필요합니다. 주님의 초대에 필요한 차림은 외적인 준비, 육적인 준비보다는 내적인 준비, 영혼의 준비입니다.
주님의 초대에 응할 때 필요한 준비는 우리의 영혼을 때깔 나게 꾸미는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과 정신을 곱게 차려입는 것입니다.
진지한 자기성찰과 내면을 갈고 닦음을 통해 맑고 순수한 영혼에로 돌아가는 것이 주님의 초대에 가장 어울리는 준비입니다.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잠재되어 있는 뿌리깊은 증오심과 타오르는 분노, 미운 감정을 일단락 짓고 정리하는 노력이 주님의 초대에 가장 적합한 준비입니다.
오늘 첫 번째 독서의 말씀처럼 "희망을 가지고 기뻐하며 환난 속에서 참으며 꾸준히 기도하는 일, 우리를 박해하는 사람들을 축복하는 일, 저주하지 말고 복을 빌어주는 일"이야말로 주님의 초대에 가장 합당한 준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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