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친구와 화랑에서 그림을 감상한 일이 있습니다. 동양화를 전공한 친구이기에

그림보는 눈이 우리와는 다를 거라 생각하고 인사동에서 발길 닿는대로 그림을 감상하

고 있었는데 그곳에 아기 낳은 엄마의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 있었지요.

그 그림을 보고 친구는 그것은 어머니의 자궁을 연상시킨다고 합니다. 나는 친구가 전공이 다른 그림을 보고 있었기때문에 아주 사실적으로 묘사된 그림에 붙인 해석을 깊이 생각

하지 않고 그냥 흘려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을 묵상하다가 보니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것은 새로운 탄생을 의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오는 아기는 마지막 생명줄인 태줄마저 끊어버린 후에야 한가정의

정식 일원이 됩니다.

아기는 어머니의 뱃속에서 누렸던 평화와 안녕을 모두 포기하고 알몸으로 세상에 태어

납니다. 그리고 한가정안에서 성장하고 자신의 가정을 만들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오라고 주문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읽고 아기의 탄생과 성장을 생각하며 "내가 진실로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버리고 따를 수 있는 나의 예수님은 어디에 계실까..." 하는 물음을 던지고 싶어집니다.

"너희 가운데 누구든지 나의 제자가 되려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버려야 한다."

기쁜 날 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