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세상의 박해와 하느님의 위로 사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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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3-11-08 | 조회수2,140 | 추천수28 | 반대(0) 신고 |
11월 9일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요한 2장 13-22절
"다시는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
<세상의 박해와 하느님의 위로 사이>
돌아가신 저희 아이들의 부모님들을 위한 연미사를 드리기 위해 명단을 좀 적어내라고 했습니다. 제대 위에 놓여진 명단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너무도 많은 이름이 적혀있었습니다.
미사 시간 내내, 편부 또는 편모 슬하에서 갖은 설움을 겪으며 살아온 아이들이 불쌍해서 혼났습니다.
일찍 부모를 여읜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떠올리며 이 시대 교회의 역할, 저의 수도회의 역할이 무엇인지 더욱 뚜렷하게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고통 당하는 이들의 상처를 조용히 어루만져주는 위로의 손길", 그것이야말로 오늘날 우리 교회가 부여받은 첫 번째 사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교회의 정의에 대해서 교부들은 이렇게 가르칩니다.
"하느님 백성들의 모임", "영원한 아버지의 집을 향해 가는 지상의 나그네들의 공동체", "세상의 박해와 하느님의 위로 사이를 지나가고 있는 사람들의 집단", "거룩함을 지향하지만 정화의 여정이 필요한 죄인들의 모임."
오늘날 우리 교회가, 또 수도회가 힘겹게 나그네길을 걸어가는 사람들 앞에 "희망의 징표"가 되고있는지 반성해봅니다.
진정 부끄러움만 앞섭니다. 양적인 팽창만을 위해서, 지독하게도 돈만 밝히면서 가장 소중한 손님인 가난하고, 천대받고, 죽어 가는 하느님 백성들은 철저하게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우리 본당 공동체를 통해서 하느님 나라를 발견하고 있습니까? 우리 사제, 수도자들을 통해서 하느님 위로의 손길을 느낍니까?
진정으로 우리 교회 공동체가 매일 기득권과 허세와 과감히 결별하고 보다 가난한 이웃을 향해 기꺼이 내려가고 있는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물욕과 가식, 허례허식과 위선으로 가득 찬 성전을 철저하게도 뒤집어놓으십니다. 밧줄로 채찍을 만들어 장사꾼들과 환금상들을 내쫓으십니다. 그들이 하루 종일 번 돈을 쏟아버리십니다
하느님과의 깊이 있는 내적인 만남은 뒷전인 교회, 허례허식이 판을 치는 교회,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겨우 마지못해 최소한의 신앙의 의무만을 채우려는 사람들의 교회에 신물이 난 예수님께서 그릇된 성전을 정화하십니다.
오늘 우리가 몸담고 있는 교회 공동체가 진정 하느님의 뜻에 따라 늘 순례하는 공동체인지, 고통받는 이웃들을 위해 겸손하게 봉사하고, 그릇된 과거와 과감하게 결별하는 가난한 공동체인지 시시각각으로 되돌아보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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