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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요사팟 주교 순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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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3-11-12 조회수1,441 추천수11 반대(0) 신고

◎ 2003년 11월 12일 (수) - 성 요사팟 주교 순교자 기념일

 

▣ 성 요사팟 주교 (1580-1623)

 

  요사팟 성인은 1580년 우크라이나의 블로드찌미에르에서 시의원 쿤세비치의 아들로 태어나 요한으로 세례를 받았다. 그의 부모는 동방정교회의 신자였다. 젊은 시절 요한은 상업에 종사하면서 빌나로 가게된다. 이곳 빌나에서 요한은 로마교회와 일치한 루테니아 교회로 개종한다. 1604년 요한은 로마가톨릭 신앙으로 귀의한 후, 성 바실리오수도회의 회원이 되어 "요사팟"이라는 수도명을 받고 사제로 서품된다. 요사팟은 1614년 수도회의 회장이 되었고, 1617년에는 폴로크 대교구의 보좌주교에, 1618년에 대교구장에 임명된다. 요사팟 성인이 당시 동방정교회가 대부분이었던 러시아에서 그나마 가톨릭신앙이 보존된 폴란드의 빌나로 가게된 것은 하느님의 인도하심이었다. 성인의 개종은 로마가톨릭교회와 동방정교회의 일치를 도모하려는 하느님의 섭리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요사팟 성인이 폴로크의 대주교로 서방과 동방교회의 일치를 위해 노력한 만큼 정교회 측의 미움을 싼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정교회의 광신자들은 요사팟을 "영혼들의 도둑"이라며 죽일 기회를 찾기 시작했다. 1623년 11월 12일 그 날도 러시아의 비텝스크에서 교회의 일치를 위해 노력하던 중에 성인은 잔인한 죽음을 맞이하였다. 성인은 로마가톨릭교회로부터 1643년 시복되었고, 1867년 비오 9세 교황에 의해 시성되었으니, 요사팟 성인은 동방정교회 지역의 첫 가톨릭 성인이 되었다.

 

[오늘의 복음]  루가 17-11-19

<하느님께 찬양을 드리러 돌아온 사람은 이방인 한 사람밖에 없단 말이냐!>

 

  11) 예수께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는 길에 사마리아와 갈릴래아 사이를 지나가시게 되었다. 12) 어떤 마을에 들어가시다가 나병 환자 열 사람을 만났다. 그들은 멀찍이 서서 13) "예수 선생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하고 크게 소리쳤다. 14) 예수께서는 그들을 보시고 "가서 사제들에게 너희의 몸을 보여라" 하셨다. 그들이 사제들에게 가는 동안에 그들의 몸이 깨끗해졌다. 15) 그들 중 한 사람은 자기 병이 나은 것을 보고 큰 소리로 하느님을 찬양하면서 예수께 돌아와 16) 그 발 앞에 엎드려 감사를 드렸다. 그는 사마리아 사람이었다. 17) 이것을 보시고 예수께서는 "몸이 깨끗해진 사람은 열 사람이 아니었느냐? 그런데 아홉은 어디 갔느냐? 18) 하느님께 찬양을 드리러 돌아온 사람은 이 이방인 한 사람밖에 없단 말이냐!" 하시면서 19)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일어나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감사에 더디고 파티에 익숙한 우리들

 

  예수께서 나병환자 열 사람을 고치신 오늘 복음의 기적사화는 루가복음만의 고유한 사료이다. 루가는 예수님의 예루살렘 상경기(9,51-19,28)를 엮어가면서, 예수께서 상경 길에 있다는 사실을 자주 강조하고 있다.(9,51.53; 13,22.33; 17,11; 18,31; 19,11.28) 뿐만 아니라 베레아 지방을 통해 가시면서 오늘 갈릴래아와 사마리아 지방을 언급한 이유는 나병환자 열 사람 중에 이방인으로 취급받던 사마리아 사람 하나가 끼어있었기 때문이다. 사마리아 사람들에 대한 예수님의 입장이 상당히 호의적이었다는 사실은 이미 지나간 복음들에서 드러났다. 애당초 사마리아 지방을 거쳐 예루살렘 상경계획을 잡았을 때, 사마리아 사람들의 냉대를 제자들이 꼽게 여겨 하늘의 불을 내려 태워버리자고 했지만 예수께서는 초연히 우회로를 택하셨다.(9,52-56)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예화(10,29-37)에서도 예수님의 호의적 속내가 드러난다. 오늘 복음의 나병환자 열 사람의 치유사화에서도 사마리아 사람의 행동이 돋보인다.

 

  구약성서에서는 사제들이 나병뿐 아니라 온갖 종류의 악성 피부병들을 부정함으로 규정하고 그 환자들을 격리시켜 살게 하였다. 그들이 완치되었을 경우, 자신의 피부를 사제에게 보여 정함으로 인정받아야 했다.(레위 13장) 사제가 정함을 선포하면 병이 나은 자는 사제와 함께 예루살렘 성전의 장막에서 복잡한 "정화예식"을 치러야 했다.(레위 14,2-14)

 

  악성 피부병자들이 마을 중심과 격리된 어귀에 모여 살았기 때문에 마을로 들어오시는 예수님을 쉽게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들이 예수님께 치유의 자비를 청했다. 사실 예수께는 어떤 병이든 치유 따위는 문제도 아니었다. 예수께서는 병자들이 사제들로부터 치유를 인정받고 정화예식을 치름으로써 가족들과 함께 다시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를 바라셨던 것이다. 사제에게 가는 도중에 치유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10명중에서 9명도 그렇게 되기를 바랬다. 그러나 단 한 사람, 바로 이방인으로 간주되는 사마리아 사람은 그 자리에서 하느님을 찬미하고, 예수께로 돌아와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그가 제대로 치유를 받은 사람이 된 것이다.

 

  과연 깨끗하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사람의 인정을 받기보다는 하느님의 인정을 받는 삶이다. 정화예식은 천천히 치러도 늦지 않다. 그러나 생명의 주인이신 예수님의 발걸음은 머물러 있지 않는다. 공짜가 생기면 찬양과 감사에는 더디고, 축하파티에는 잽싸고 익숙한 우리들 자신을 본다. 감사는 정한 날 없이 미루고, 파티에는 열 손가락이 모자라는 우리들이 아닌가?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두 배의 기쁨으로 삶을 사는 것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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