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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연중 제33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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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3-11-16 조회수1,268 추천수11 반대(0) 신고

◎ 2003년 11월 16일 (일) - 연중 제33주일

 

▣ 평신도 주일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1965)는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에서 성품성사를 통한 직무사제직에 앞서 세례와 견진성사를 근거로 하는 일반사제직을 강조하면서, 그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독자적인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을 반포하였다. 이는 곧 그리스도교의 모든 신자가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예언직, 사제직, 왕직에 참여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공의회의 정신에 따라 1968년에 ’평신도 사도직 협의회’를 결성하였고, 1970년부터 연중 마지막 전 주일인 오늘을 평신도 주일로 지정하여 대부분 본당에서 평신자들이 강론을 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오늘의 복음]  마르 13,24-32

<사람의 아들은 사방으로부터 뽑힌 사람들을 모을 것이다.>

 

  24) "그 재난이 다 지나면 해는 어두워지고 달은 빛을 잃고, 25) 별들은 하늘에서 떨어지며 모든 천체가 흔들릴 것이다. 26) 그러면 사람들은 사람의 아들이 구름을 타고 권능을 떨치며 영광에 싸여 오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27) 그때에 사람의 아들은 천사들을 보내어 땅 끝에서 하늘 끝까지 사방으로부터 뽑힌 사람들을 모을 것이다."

28) "무화과나무를 보고 배워라. 가지가 연해지고 잎이 돋으면 여름이 가까워진 것을 알게 된다. 29) 이와 같이 너희도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사람의 아들이 문 앞에 다가온 줄을 알아라. 30) 나는 분명히 말한다. 이 세대가 지나기 전에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나고야 말 것이다. 31)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32) 그러나 그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하늘에 있는 천사들도 모르고 아들도 모르고 오직 아버지만이 아신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죽음을 가르치시는 예수

 

  떨어지는 낙엽의 계절과 더불어 교회의 전례력도 이제 그 막바지에 이르렀다. 오늘 주일과 다음 주일인 그리스도의 왕 대축일을 지내고 나면 교회의 전례력은 2003년에 이별을 고하고 대림절의 시작과 함께 2004년 새해를 맞이할 것이다. 이렇게 한 해의 마지막에 다다른 교회의 전례력에 발맞추어 평일 미사와 주일 미사, 특히 오늘 우리에게 선포되는 독서와 복음 말씀은 종말론적인 성격을 아주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 종말론적이라는 말은 세상이 이제 끝나는 듯한 성격을 띤다는 말이다. 즉, 세상의 종말, 죽음과 부활, 그리스도의 재림, 그분의 심판 등을 주제로 한 독서와 복음을 듣게된다는 것이다. 성서의 이러한 부분은 원래 묵시문학에 속하는 것들로서 박해와 압제에 시달리는 민중에게 낡은 세상은 사라지고 새 하늘과 새 땅이 열린다는 강한 희망의 메시지를 주기 위해 예수께서 오시던 서기 원년 전후에 편집되었다.

 

  제 1독서에서 다니엘 예언자는 야훼의 영을 받아 세상의 종말에 대한 환상을 보면서, 이스라엘 나라가 생긴 이래 일찍이 없었던 난리가 일어나 죽었던 대중이 잠에서 깨어나 살아 있는 자들과 함께 심판은 받게 되어 영원한 삶을 누릴 자와 영원한 수치와 모욕을 당할 자로 구별될 것이라는 최후의 심판을 묘사하고 있다. 여기서 영원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자는 바로 야훼 하느님께 믿음을 두는 자들로서 그들은 마치 하늘의 별처럼 길이 빛날 것이라고 말한다. 제 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최후의 심판 후에 하늘의 빛나는 별처럼 영원히 사는 자는 결국 대사제이신 그리스도의 단 한번 희생 제사로 인해 죄를 용서받았기 때문이라고 정의한다.

 

  오늘 복음은 실로 소름과 공포심을 유발하는 마치 최후 통첩 마냥 우리 귀에 들린다. 복음이란 본래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느님의 나라에 관해 선포하는 ’기쁜 소식’이라는 뜻이지만, 오늘 복음은 차라리 ’공포의 소식’처럼 들린다. 지상의 재난이 일단락 되면(13,1-23), 하늘에 종말적 징조들이 출연한다. 해가 어두워지고 달이 빛을 잃으며, 별들이 땅으로 떨어지고 천체가 흔들리는 등 우주의 질서가 무너지면서 멸망에 치닫게 된다. 그러나 우주의 멸망으로 모든 것이 끝나지 않는다. 그 다음 순서는 인자의 재림이다. 인자는 구름을 타고 권능을 떨치며 영광에 싸여 오실 것이다. 역시 묵시문학적 표현들이다. 사실 땅과 하늘에 벌어지는 재난의 목적은 종말에 있다기보다 인자의 재림에 있다. 재림하실 인자는 뽑힌 사람들을 모아들이신다. 그러므로 종말은 곧 완성을 의미한다.

 

  교회의 전례력이 마지막에 이른 이 시기에 교회가 의도적으로 성서의 이러한 부분들을 들려주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 해마다 교회의 전례력이 마감되는 11월 위령성월에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만약 세상이 교회의 전례력과 더불어 2주간 후에 끝장이 나서 내가 죽는다면, 그래서 모든 이가 함께 지켜보는 최후의 심판대 앞에 서야한다면, 나는 이제 남은 2주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가?" 물론 마지막 날은 하느님께서 정하신다. 예수께서도 그 날의 설정을 철저하게 아버지께 유보하였다. "그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하늘에 있는 천사들도 모르고 아들도 모르고 오직 아버지만이 아신다."(32절) 그러나 죽음이 우리가 피할 수 없는 분명한 것이라면, 남아 있는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죽음과 동시에 선사되는 영원한 생명이다.

 

  영원한 생명은 죽지 않고서는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잘 죽는 법을 배워야 하며, 잘 죽는 것은 곧 잘 사는 것이다. 이것이 오늘 ’공포의 소식’을 통하여 예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가르침이다. 따라서 오늘 복음도 진정한 ’기쁜 소식’이다. 옛 말에 "모사재천(謀事)이요, 성사재인(成事在人)이라" 하는 말이 있다. 그 의미인즉, 뜻은 하늘이 세우되 그 뜻을 받들어 이루는 것은 사람의 손에 달렸다는 것이다. 하느님께 온전한 믿음을 두고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 열심히 생활하는 것이 처음과 같이 마지막까지 우리가 해야할 일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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