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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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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황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03-11-17 조회수1,897 추천수17 반대(0) 신고

                             

                             

                     

                    2003년 11월 17일 월요일 복음

                    나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

                    루가 복음 18, 41

       

      저는 어렸을 때, 저희 집 벽에 걸린 십자가상의 예수님이 늘 저를 내려다 보시고 계신다고 생각했었답니다. 일년 열 두 달, 반 누드(?) 차림으로 매우 특이한 팬티(?)만 입으신 채 고개를 약간 옆으로 떨구신 모습이...특이한 팬티 차림으로 벽에 걸려 계신 것이 부끄러우셔서..아~이..부끄러워~수줍다~하시며 고개를 숙이고 계시는 것처럼 보였답니다.  가끔씩 제가 칭찬 받을 일들을 하고 나면 벽에 걸린 예수님이 "소피아, 따봉!" 하시며 제게 윙크 한 방 보내시는 것 처럼 느껴지기도 했구요. 그래서 저는 언제나 착한 어린이, 거짓말 하지 않는 어린이, 주일 학교 잘 다니는 어린이..등이 되고 싶었답니다. 제가 잠을 자고 일어나도, 또 학교 다녀와도, 가끔씩 형제들과 다툴 때에도 항상 그 자리 그 곳에서 고개를 약간 수줍게 숙이시고 저를 내려다 보시고 계시는 예수님은 제가 원하는 모든 것을 주실 수 있는 산타 예수님이셨어요.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응? 이 아저씨가 다 해 줄께"...수리 수리 마수리...금 나와라 뚝딱..은 나와라 뚝딱... 이 은 도끼가 네것이냐? 이 구리 도끼가 네 것이냐? 제가 청하는 모든 것을 주실 수 있는 산타 예수님! 참, 당신께 바라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 침묵 속의 산타 예수님께서 "나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시기도 전에 늘 저는 재빠르게도 일사천리로 제 소망들을 정신없이 아뢰느라 무척 바빴습니다.^^ 일년 열 두 달 벽에 걸려 계시는, 침묵과 정적 그리고 고독 속의 벙어리 예수님, 당신을 바라 보며 자랐습니다. 제가 큰 소리로 당신께 제 소망들을 바랠 때에도,  제가 당신께 무관심해졌을 때에도 늘 당신은 어디선가 저희 집 벽에 걸린 십자가상의 산타 예수님처럼 저를 내려다 보시고 계셨습니다. 저는 한 번도 당신의 시선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아니 그 시선으로부터 멀어지지 못했습니다. 당신께 그 동안 많은 꿈과 소망들을 바랬었고 그 중 일 부분,  이루어지지 않은 꿈들이 시련이 되어 제게 돌아왔을 때 당신을 바라보며 무척 많이 원망도 했습니다. 늘 저는 당신께 종알 종알 수다스럽게 많은 것들을 소망하기만 했고 당신은 늘 저의 수다스런 이야기들만 들어주시는"벙어리 예수님"이셨습니다. 오늘 예리고 소경의 복음을 읽으며 저는 다시 한 번 십자가상의 당신을 올려다 보며 제가 묻기도 전에 이미 저에게 "나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고 계시는 "벙어리 예수님"을 바라봅니다.

       

      오늘 복음 예리고의 소경은 비록 소경이었지만 영적으론 예수님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세상으로부터 소외되어 진 채 길 위에서 구걸을 하며 살아온 예리고의 소경은 세상적인 눈으로 볼 땐 비천한 거지 소경에 불과했지만 오랜 세월 절망과 고통속에서도 그리스도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매일 매일 굶주림과 세상의 멸시속에서도 언젠가는 내 주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다는 그 희망의 믿음 하나로 자신의 힘든 생을 견디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위의 멸시어린 만류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라고 용감무쌍하게 부르짖는 그 믿음으로 눈을 뜨게 됩니다. 예리고의 소경이 눈을 떠 맨 먼저 본 사람은 역시 그토록 그가 갈망해왔던 찬란한 태양이신 스타 오빠 예수님! 예수님은 늘 많은 군중들에 휩싸여 계셨고 그들 중 일부는 그저 호기심 어린 군중심리로 이 인기만점(?)의 예수님을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눈을 뜨고 있었지만 자신들이 따라가고 있는 이 분이 그리스도라는 사실을 모른 채 그저 그가 일으키는 기적들과 매력들에 현혹되어 예수님을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우리 신앙인들도 눈을 뜨고 있지만 예수님이 누군지도 모른 채, 그 분이 어떤 분이신지 알려는 노력 없이 그저 무감각하게 성당을 오가는 눈 뜬 장님이 아닌지 오늘 예리고 소경의 믿음의 눈을 통해 한 번쯤 되돌아 보았으면 합니다.

       

      벙어리 예수님, 당신은 오늘 예리고 소경의 믿음을 보시고 그에게 "나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여쭈어 보십니다. 당신은 언제나 제가 당신께 말하기 전에 이미 저에게 묻고 계셨습니다. 아담과 하와가 범죄한 후 숨어 있을 때에도 당신께서 먼저 "아담, 어디 있느냐?"고 찿으셨습니다. 세례자 요한의 두 제자가 당신 뒤를 따라 갈 때에도 뒤를 돌아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너희가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먼저 물으십니다. 예리고 소경처럼 또 세례자 요한의 두 제자처럼 저희들은 당신에 대한 갈망으로 당신 뒤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에 대한 갈망과 사랑만으로는 당신 뒤를 따라가기가 참으로 힘듭니다. 예리고의 소경은 비천하게 길 위에서 구걸하면서도 오랜 세월 당신을 갈망하며 살아왔습니다. 그 갈망속엔 당신에 대한 굳은 믿음이 있었습니다.

       

      † 예수님, 당신이 산타처럼 보였던 그 많은 세월들이 지난 오늘도 당신은 저희들에게 묻고 계십니다. "나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눈물의 씨앗이라고 말하겠어요~! 처럼 당신께서 저에게 ♬나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주님, 예리고 소경의 믿음을 주십시오..라고 청하겠어요. 그 믿음으로 제 눈을 뜨게 해주십시오! 주님, 당신을 보게 해 주십시오.

       

                  우리의 눈을

                  우리 자신에게서

                  우리의 이익에서

                  우리의 권리에서

                  우리의 명예에서

                  우리의 욕망에서 떼면

                  우리 눈은 맑아져서

                  우리 주위에 계신

                  예수님을 볼 수 있습니다. (복자 마더 데레사)

             

                기쁜 한 주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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