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식음전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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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3-11-20 | 조회수2,926 | 추천수33 | 반대(0) 신고 |
11월 20일 연중 제33주간 목요일-루가 19장 41-44절
"오늘 네가 평화의 길을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너는 그 길을 보지 못하는구나."
<식음전폐>
요즘 한 몇 일 마음을 못 잡고 방황하는 한 아이의 아버지로부터 계속 전화가 걸려오고 있습니다. 아이에 대한 걱정 때문에 거의 식음을 전폐한 채, 벌써 몇 일째 나가던 일도 못나가며 애태워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저 역시 마음이 괴롭습니다.
저희 역시 일상적으로 겪는 일이지요. 선천적으로 타고난 "끼"인 방랑벽이나 역마살을 차마 버리지 못해 길거리를 떠도는 아이들, 그간 험한 세상을 헤쳐오느라 어쩔 수 없이 쌓아온 생계수단인 "주특기"를 과감하게 끊지 못하는 아이들, 그렇게 붙잡고 만류함에도 불구하고 한사코 떠나가는 아이들, 죽기살기로 "자유"를 고집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저희의 마음 역시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낍니다.
그들이 추구하는 "홀가분한 자유", "떠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체험 상 너무도 잘 파악하고 있는 저희들이기에 너무도 안타까워 눈물까지 나오는 것입니다.
단 하루나 이틀 후의 결과가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 그 결과가 얼마나 참담할 것인지가 눈에 선하게 예견되기에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을 느끼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 소개되고 있는 예수님 마음은 저희들보다 더 찢어졌으리라 생각합니다.
저희 아이들이야 아무리 갈 때까지 간다고 하더라고 "검찰 송치", "가중처벌" 정도이겠지만 예수님께서 걱정하셨던 대상인 이스라엘 백성들의 미래는 예루살렘에 대한 철저한 파괴와 살육, 남김 없는 폐망,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당신과 동고동락하던 가족 친지들, 사랑하는 동족들이 이방인들로부터 끔찍하게 살육 당하고 당신이 애지중지하시던 고향마을이 이방인들의 발아래 철저하게 유린당하는 것을 예견하신 예수님의 마음은 그야말로 까맣게 타들어 갔던 것입니다.
이러한 불행한 동족의 미래에 대해 아무리 처절하게 부르짖어도 그럴수록 더 귀를 막는 동족들과 지도자들의 모습에 예수님은 너무도 안타까웠던 나머지 눈물을 흘리시며 한탄하십니다.
"오늘 네가 평화의 길을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너는 그 길을 보지 못하는구나."
예수님의 이 말씀은 오늘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말씀입니다. 다시 한번 회개의 길을 시작하라는 요청입니다.
회개는 그저 좋은 말씀 한번 듣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 그래, 맞아. 정말 저렇게 살아야지" 하면서 생각으로만 끝나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진정한 회개는 심오하고 인격적이며 속속들이 변화되어야 하는 과정을 내포합니다.
단순한 변화, 외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내적인 변화, 마음의 변화, 삶의 변화가 회개의 여정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진정한 회개를 위해서는 아버지의 뜻과 복음정신과 성령의 인도에 전적으로 따르겠다는 굳은 결심뿐만 아니라 철저한 자기변화를 요구합니다.
복음이 일러주는 대로 우리의 마음가짐과 생활 양식과 사고방식까지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사 표시가 참된 회개입니다.
매일 우리에게 다가오는 말씀의 빛에 오롯이 순종하겠다는 각오가 회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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